'손주병'. 맞벌이 하는 자식을 위해 황혼기에 접어든 노부모가 손자손녀을 대신 양육하다 얻는 질환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할빠'(할아버지+아빠), '할마'(할머니+엄마/시니어맘) 등 신조어를 비롯해 황혼육아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생겨나는 등 노부모의 육아가 사회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손주 돌보며 우는 아이 안고 업고 반복
관절과 척추 등에 지속적인 무리 탓
퇴행성 척추·관절 질환과 건초염 유발
가슴 밀착해 안고 무릎 굽혀 일어나야

 
하지만 육아는 젊은 사람들조차 감당하기 쉽지 않은 육체적 노동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노부모들에게 황혼육아는 상당한 신체적 무리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손목이나 허리·무릎의 고통이 흔한데,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정의 달과 어버이날을 맞아 황혼육아로 고생하는 노부모들의 건강을 체크하는 기회를 가져보자.
 

■ 우는 아이 안을 때 손목 통증

나이가 들면 근골격계가 약해져 육아 중에 관절 질환이 나타날 위험성이 높다. 아이를 안고 어르는 동안 관절을 무리해서 사용하게 된다. 손목 관절은 그 중에서 가장 혹사당하는 부위이다. 7~9㎏ 되는 아이를 반복해서 안게 되면 꺾인 손목 관절에 손상을 입기 쉽다. 따라서 '할빠''할마'에게서 관절 질환인 손목 건초염이 자주 발생한다.
 
건초염은 힘줄을 싸고 있는 막 자체 또는 막 내부 공간에 염증이 생겨 관절 부위가 붓고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건초염에 걸리면 특정 움직임을 할 경우 강한 통증이 생겨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엄지를 굽힌 상태에서 손목 쪽을 강하게 새끼손가락 쪽으로 회전시키면 통증이 느껴지는데, 이 경우 손목 건초염을 의심해야 한다. 건초염 초기에는 통증 부위를 사용하지 말고 찜질을 하면 도움이 된다. 손목이 붓고 열이 나면 냉찜질을, 통증만 있을 때는 온찜질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이외에도 인대강화 주사와 DNA 주사 치료를 하면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부민병원 척추센터 박정욱 과장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4년 맞벌이 가정은 507만 가구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노부모가 손자손녀의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경우는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 5일, 하루 평균 9시간의 육아 노동강도는 젊은 사람들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손목이나 무릎 또는 척추에 고통을 호소하지는 않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부모님 허리, 무릎 건강에 먹구름
'할빠''할마'의 허리는 쉴 틈이 없다. 가뜩이나 디스크 퇴행으로 허리가 좋지 않은 노년층에게는 상당한 무리가 갈 수 있다. 아이를 안을 때 보통 아이 체중의 10~15배의 하중이 허리에 가해진다. 이로 인해 퇴행성 척추 통증 및 척추관협착증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은 여성 환자 74만 명 중 50세 이상 여성이 92%를 차지할 정도로 폐경 이후 여성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척추와 척추 사이의 수핵이 탈출하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아기띠를 앞쪽으로 메면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이동해 이를 보상하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게 된다. 이 때 머리 중심선을 맞추기 위해 목을 숙이고 허리 근육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돼 요통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를 뒤로 업을 때는 골반 뒤로 무게가 이동하고 흉추가 뒤로 젖혀져 등에 통증이 발생한다. 또한 목은 젖혀지지만 머리의 중심선이 앞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해 등·어깨·목의 근육을 많이 사용하게 돼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박 과장은 "황혼육아를 담당하는 60~70대 노년층은 퇴행성 변화로 무릎 관절이 약화되어 있다. 아이를 안고 업는 과정에서 아이 무게만큼의 하중이 무릎에 전달된다. 무릎 안의 연골파열, 인대손상의 위험성이 증가하며 퇴행성 관절염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최근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건강한 황혼육아 방법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를 돌보면서 건강까지 챙기려면 평소 스트레칭이나 맨손 체조 등을 통해 근력을 키우는 게 좋다. 아이를 안거나 업는 시간은 30분 이내로 하고, 그 후에는 충분히 관절을 쉬게 해줘야 한다.
 
아이를 안아 올릴 때는 무릎을 굽히고 서서히 일어나면서 가슴과 밀착해 안아야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만 아이를 안으면 신체 불균형이 심해져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세와 방향을 달리하여 아이를 안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과장은 "최근 황혼육아로 인해 관절 척추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노인층이 늘고 있다. 근골격계가 약해지는 시기라서 조금만 무리해도 관절, 척추 질환이 발생하거나 퇴행성 변화가 가속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관절과 척추는 일상의 움직임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통증이 발생하면 일상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육아 중 손목·무릎·허리 등에 통증이 나타나고, 찜질 등으로도 완화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부민병원 박정욱 척추센터 과장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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