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 길 님이 오시는가~♬"
 
지난달 14일 김해시동부노인종합복지관(관장 백혜영) 강당에서 귀에 익숙한 가곡 한 곡이 울려 퍼졌다. 무대 가운데에서 마이크를 잡고 중후한 음색으로 가곡을 부른 이는 실버공연단 '그루터기와 그루가리'의 김명수(70) 대표였다. 강당에 모인 어르신들은 입을 모아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를 부르다 박자를 놓치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몇몇은 옛 기억을 떠올려보려는 듯 눈을 감았다. 이날은 그루터기와 그루가리가 2008년 3월 김해시자원봉사센터에 단체 등록을 한 뒤 609번째 갖는 공연이었다.

▲ '그루터기와 그루가리' 회원들이 봉사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06년 김명수 목사 등 3명이 창립
재능 가진 60세 이상 어르신 공연단
"음악으로 소외계층 위로 주어 행복"
 
그루터기와 그루가리는 가요, 민요, 고전무용, 스포츠댄스, 색소폰, 기타 등 노래, 춤, 악기에 실력이 있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공연단이다. 이 공연단은 2006년 3월 10일 지금 공연단 대표를 맡고 있는 대동면 신암교회 김명수 퇴직목사와 생림면 나전교회 이상래 원로목사, 남미영 전도사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설립 당시에는 자신의 재능을 어르신과 소외된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44명이 모여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여성 20명, 남성 7명이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루터기와 그루가리를 만들기 전에도 1979년부터 교도소, 유치장, 군부대 등을 돌며 정신교육, 종교행사 등을 진행해왔다. 여기서도 노래, 기타 연주 등을 하며 자신의 재능을 나눴다.
 
그루터기와 그루가리라는 이름은 특별한 뜻을 가지고 있다. 그루터기는 나무가 잘려도 뿌리와 함께 제자리에 남는 나무줄기의 아랫부분이다. 그루가리는 '그루갈이'를 편하게 부르는 말이다. 그루갈이는 경작지에서 농작물을 수학한 뒤 다시 다른 농작물을 경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명수 대표는 "그루터기와 그루가리라는 두 단어가 가진 원래 뜻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잘려나간 그루터기에는 봄이 되면 새로운 싹이 돋아난다. 그루터기는 어르신들이 공연을 보며 남은 인생에서 새로운 소망을 가지길 바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루가리는 '우리도 늙었으니 다시 새 출발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루터기와 그루가리 회원들은 모두 생업을 가지고 있어 자주 봉사활동을 하진 못한다. 그러나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봉사 이념 아래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소, 어방동 노인전문요양원 여명실버하우스, 장유제일요양병원 등 9곳의 노인요양원을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해 노래, 춤, 악기 공연 등을 선보인다.
 
김 대표는 "어르신들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음악과 춤을 통해 그들이 겪었던 삶의 고통, 슬픔을 덜어 주는 것이 그루터기와 그루가리의 역할이다. 위로는 말이 필요없다. 얼굴을 마주보고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연을 할 때마다 행복해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너무 즐거워 공연 봉사활동을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공연단이 물질적으로 넉넉하진 않아요. 다만 공연단원들이 가진 재능을 나눌 수 있고, 함께 공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공연을 할 때마다 어르신들의 미소 가득한 얼굴을 보는 것이 공연에서 가장 큰 보람이죠."
 
그루터기와 그루가리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이달의 공연은 모두 취소했다. 하지만 6월부터는 다시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선물하기 위해 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김 대표는 "우리 모두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봉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픔과 슬픔을 덜어주며 기쁨을 함께 하려는 마음만으로도 봉사를 하는 데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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