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작가 오늘의 시'에 시조 '낮술'
'좋은 시 2011'에 '사무실' 수록돼
치열한 작가정신 높이 평가 받아

1년 동안 발표된 신작시 중에서 좋은 시를 선정하여 엮은 시선집은 시를 사랑하는 애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책이면서 동시에 중요한 정보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시인들과 그들이 발표한 1년 이내의 최신작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들이 발표한 시를 동료시인, 문학평론가, 출판편집인들이 참석하여 추천하고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 후 1년에 한 번 출간되는 책으로, 이 시선집을 읽으면 현재 한국시문학의 흐름도 짐작할 수 있다.
 
평생을 시조시인으로, 교육자로 살아왔으며 <김해뉴스>에 '금바다 칼럼'을 연재 중인 이우걸 시조시인이 2011년의 좋은 시를 선정하는 두 군데 시선집에 작품이 선정됐다. 2010년 한 해 동안 각 문예지에 발표된 신작시들 가운데 좋은 시 80편과 좋은 시조 13편을 선정하여 엮은 '2011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도서출판 작가)에는 시조 '낮술'이, 시 309편과 시조 51편을 선정한 '좋은 시 2011'(삶과꿈)에는 시조 '사무실'이 수록됐다.
 
'30년 된 서점을/퓨전 술집이 밀어버렸다/도시는 쉽게 이윤과 손을 잡지 (중략) 초록의 숲이 숨 쉬던/정원 같은 이 자리에서/나는 목말라 빈속에 술을 마신다(하략)'
 
시조 '낮술'은 새로운 문명이 추억을 하나씩 밀어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이 홀로 쓸쓸히 낮술을 마시는 마음을 담아, 자본주의의 이면을 그려냈다.
 
'사무실'은 일상을 견디어 내는 사람과 사물의 풍경을 관조한다.
'시계가 눈을 비비며/열두 시를 친다/반쯤 남은 커피잔은 화분 곁에서 졸고 있고/과장은 혀를 차면서 서류를 읽다 만다//문은 굳게 닫혀 있고/ 의자들은 말이 없다/창 밖엔 클랙슨 소리 목 쉰 확성기 소리/자세히 들여다 보니/벽에도 금이 가 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균열되어 가는 세계를 느끼게 하고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이 느껴진다.
 
또한 이우걸 시조시인의 작품 중 '팽이'는 시조전문지 '시조 21' 2011년 봄호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발표한 '현대시조를 말할 때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호우의 '개화', 박재삼의 '내 사랑은', 조운의 '구룡폭포', 정완영의 '조국', 김상옥의 '봉선화', 이영도의 '보릿고개'와 함께 뽑혔다.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니/무수한 고통을 건너/피어나는 접시꽃 하나'
 
짧은 형식의 문학장르이지만 깊고 넓은 정신을 담아내고 있는 시조가 어떤 것인지 잘 말해주는 작품이다.
 
시조는 고려 말기부터 발달한 한국 고유의 정형시로 700~800년 세월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는 우리의 민족문학이다. 단 한 수로 시인의 정신과 작품세계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시조는 최근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류에 따라 유행하는 장르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 해온 시조문학사에서, 현재 경남문학관장으로 문학 중심 현장에 서 있는 이우걸 시조시인의 활동은 더 주목된다.
 
한편 시인은 지난해 시력 37년 만에 첫 산문집 '질문의 품위'(도서출판 작가)를 출간하여 시조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시인의 삶과 문학을 들여다보는 통로를 책에 담아낸 바 있다. 김상옥 시인, 김춘수 시인 등에 대한 아름다운 인연과 추억들도 만날 수 있으며 시인의 산문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우걸 시조시인은 ──────
1973년 등단 … 형식미와 여유를 지닌 시 세계 펼쳐

194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역사교육학과와 경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73년 '현대시학'에 '이슬'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중앙시조대상, 정운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시조집으로 '지금은 누군가 와서' '빈 배에 앉아' '저녁 이미지' '사전을 뒤적이며' '맹인' '나를 운반해 온 시간의 발자국이여', 평론집으로 '현대 시조의 쟁점' '우수의 지평', 산문집 '질문의 품위' 등을 발표했다. 시인은 자연에서 고통스런 현실을 읽고 다시 그 고통에서 이상으로서의 자연을 읽어내는 시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빠르고 감각적인 시류와는 다른 형식미와 여유를 지닌 시 세계를 보여준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