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음식'의 대명사인 통곡물이 웰빙 식품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감이 거칠어서 입안에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지만 건강과는 등호 관계를 성립하는 식품이다. 건강에 이로운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강식품으로 자리잡은 통곡물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 변비·대장암 예방 식이섬유 듬뿍
현미, 통밀, 보리, 메밀, 귀리, 호밀 등 통곡물에 들어 있는 최고의 성분은 식이섬유다. 통밀, 현미에는 흰 밀가루나 백미보다 식이섬유가 훨씬 많이 들어 있다. 식이섬유는 몸의 소화효소 등으로는 분해나 소화가 되지 않는 '질기고 거친 녀석'이다. 하지만 충분히 섭취하면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의 장 통과시간이 단축되고 대변의 양도 늘어나 변비·대장암 예방에 이롭다. 탄수화물 식품은 '살을 찌운다'는 인식이 있지만 통곡물은 고탄수화물 식품임에도 예외에 속한다. 통곡물에 풍부한 식이섬유가 공복감을 줄여주고 일찍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기 때문이다.
 
식이섬유는 혈압, 혈당,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준다.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환자가 통곡물 섭취를 소홀히 해선 안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9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이섬유를 하루 25g 이상 섭취하면 9g 이하로 먹는 사람에 비해 심장병 발병 위험이 40%나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장병 예방을 돕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통곡물을 하루 한 끼 이상 먹는 여성은 가끔 먹거나 전혀 먹지 않는 여성에 비해 심장병 사망률이 14~19% 낮았다. 통곡물을 하루 2.7끼 이상 섭취하는 사람들은 뇌졸중 발병 위험이 5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당뇨·암 치료에도 효과
통곡물은 '국민병'으로 알려진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한 번에 약 30g씩 하루 세 번 통곡물을 먹거나 전체 곡물 섭취의 절반을 통곡물로 바꾸면 심장병과 당뇨병의 예방에 이롭다'며 통곡물 섭취를 적극 권장했다. 혈당 조절을 돕는 마그네슘, 크롬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곡물의 탄수화물은 대부분이 혈당을 서서히 올리는 복합 탄수화물이다.
 
치커리, 올리고당, 글루코만난처럼 통곡물도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의 일종이다. 이들은 위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탄수화물이다. 섭취하면 대부분 장에 안착한다. 프리바이오틱스들은 장에서 해로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유산균 등 이로운 세균의 번식을 돕는다.
 
통곡물은 암 예방에도 기여한다. 흰쌀밥, 흰 밀가루, 흰 빵 등 정제된 곡물을 즐겨 먹으면 대장암, 췌장암, 위암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통곡물에 든 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는 암 예방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조현진 가정의학전문의는 "통곡물에는 비타민, 미네랄, 아미노산 등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배아(씨눈)에는 '회춘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E와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필수적인 비타민B군이 풍부하다"며 "다만 통곡물의 단점이라고 하면 도정된 곡류에 비해 맛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안되며 과다섭취하면 방귀가 잦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현미의 식이섬유는 백미의 3배
현미는 변비 예방에 이롭다. 쾌변을 돕는 식이섬유가 백미의 3배 이상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권할 만하다. 현미밥은 흰쌀밥에 비해 식후 혈당 변화가 적기 때문이다. 현미를 즐겨 먹으면 성인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현미는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 혈관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이섬유와 혈관 건강에 이로운 지방인 불포화 지방이 쌀겨와 배아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현미에는 비타민E, 폴리페놀, 셀레늄, 식이섬유, 감마오리자놀 등 다양한 '웰빙 성분'이 들어 있다.
 
현미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유용하다. 현미밥은 씹고 소화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한참 후에나 허기가 느껴진다. 또 현미에 든 아라비노자일란이란 성분이 수분을 빨아들이는 특성을 지녀 위에 금세 포만감을 안겨준다.
 
현미에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조 전문의는 "현미밥 한 공기의 열량은 약 300㎉로 흰 쌀밥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꼭꼭 씹어 먹지 않으면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다. 현미밥은 적어도 10번 이상은 꼭꼭 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배아까지 함께 갈아 만드는 통밀가루
통밀가루는 통밀 원곡(껍질, 배아, 배젖 모두)을 그대로 갈아서 만든 것이다. 흰색인 일반 밀가루와는 달리 다갈색을 띤다. 현미처럼 통밀가루에는 배아(씨눈)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배젖만으로 이뤄진 일반 밀가루에 비해 영양소가 훨씬 풍부하다.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밀가루에는 비타민E가 일반 밀가루보다 3~5배나 들어 있다. 통밀가루 100g 중 12~15g이 식이섬유다. 일반 밀가루에 비해 식이섬유 함량이 5~6배나 높은 셈이다. 빈혈 예방을 돕는 철분과 정신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 B1도 통밀가루에 더 많다. 약점은 지방이 상대적으로 많아 일반 밀가루보다 보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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