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해시당은 지난달 29일 6·4 지방선거 김해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투표를 실시했다.
 
이날 경선에는 당원과 국민경선인단 등 3천590명이 참여했다. 1차 컷오프를 통과한 예비후보 5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한 결과 김정권 후보가 725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후 중앙당 심사를 거쳐 후보로 정식 지명됐다.
 
그런데 경선 다음날 다른 예비후보 4명이 공동전선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 김 후보의 공천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들 사이에서는 참신한 후보를 발굴해 무소속으로 내보내자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이들은 며칠 뒤 '김 후보가 출판기념회용으로 낸 책은 표절'이라며 두 차례 보도자료를 내는 한편, 당에 재심을 요청한다고 했다.
 
개별적으로 확인을 해보니, 이들은 모두 우선 김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이 들고,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온갖 편법을 동원했으며, 선거법 위반 의혹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경선 규칙 자체가 김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들은 김태호 국회의원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털어놓았다. '나'를 도와주기로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김태호 의원한테 배신을 당했다, 속았다는 말이었다.
 
이들이 반발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사람에 따라 몇십 년 이상 김해시장이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쏟아왔는데,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탈락했으니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법했다. 당장 기자뿐만 아니라 어느 누군가가 그들의 처지가 된다해도 심정은 비슷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행위에 대해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결과에 불복하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일까 싶었다.
 
우선 이들은 어쨌든 경선 규칙에 동의했고, 경선에 참여했다. 당에 경선 결과에 따르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김해뉴스> 설문조사에서도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선 규칙에 문제가 있었다면 왜 규칙을 정할 때 처음부터 강하게 반발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경선 과정에서 부당한 일이 많이 벌어졌다면 왜 그때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을까. 김 후보에게 선거법 위반 의혹이 있었다면, 왜 경선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을까. 모두 김태호 의원을 믿었다는데, 왜 그들은 김 의원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까.
 
지난달 3월 31일로 되돌아가 보자. 새누리당 경남도당이 김해시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한 14명 중 9명을 컷오프로 잘라낸 날이었다. 이때 통과한 이들은 탈락자들을 위로하는 한편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을 내밀었다.
 
이들이 그 당시에 한 말들을 한 데 모아보면 이렇다. '탈락하신 분들의 정책들을 적극 수렴해 김해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이뤄내겠다.' '탈락하신 분들을 멘토로 모시고 김해 발전을 걱정하고 싶다' '탈락한 후보들은 모두 훌륭한 분들인데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등등.
 
컷오프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은, 그들도 아쉽고 원통했겠지만, 대부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당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일부 탈락후보들은 아쉬움을 접고 다른 후보를 돕기 위해 선거캠프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도 있다. 최종 경선에서 탈락한 네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일부는 "승복하지 않는 행동은 옳지 않다"며 개별적으로 김 후보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앞으로 달려갈 자원봉사자들이 더 있다는 이야기도 간간이 들린다.
 
2007년 1월 '교수신문'은 '반구저기'(反求諸己)를 새해 국민들을 위한 고사성어로 선정했다. <맹자> 공손추 편에 나오는 말이다. '나를 이기는 자를 원망하지 말고,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맹자>에는 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행하여도 얻지 못하거든 자기 자신에게서 잘못을 구하라. 자신의 몸이 바르면 천하가 돌아올 것이다.'
 
이번 새누리당 경선탈락 후보들이 '반구저기'의 정신을 되새김질 하면서 김해에서 승복하는 정치 문화를 꽃피워주길 기대한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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