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친구였는데, 처음 만난 다른 아이의 말 한마디에 나를 의심하다니…."
 
김해영운고 연극반의 연극 '가시연꽃' 대사 중 한 대목이다. 객석에 앉은 학생들도 이 대사에 마음아파하며 무대를 지켜보았다.
 
지난 14~17일 봉황동 가인소극장에서는 제18회 김해청소년연극제가 열렸다. 김해지역 고등학교 연극반들이 참가해 꿈과 기량을 펼친 무대였다. 올해 연극제는 김해연극협회가 주최하고 극단 번작이에서 주관했다.

▲ 김해영운고 연극반 '나르샤'의 연극 '가시연꽃' 공연 장면. 김병찬 기자 kbc@
제18회 김해청소년연극제 총 4편 열연
단체상 삼방고 경남청소년연극제 참가
특별상 김해여고 가인소극장 공연 특전
 
첫무대는 지난 14일 김해분성여고의 '지금 대한민국은'이 열었다. 여행 중 민박집에 묵고 있던 청소년들이 스팸문자를 받은 뒤 한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 끝에 자신의 문제를 고백하는 내용이었다.
 
15일의 공연은 김해영운고의 '가시연꽃'. 고등학교 1학년 교실이 무대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5명의 친구와 또 한 명의 학생이 있었다. 8년간 사이좋게 지내온 5명을 부러워 한 학생이 던진 말 한 마디 때문에 친구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멀어지게 됐다. 참된 우정을 갈구하는 청소년들의 마음과 그들의 상처를 담은 작품이었다.
 
16일에는 김해여고의 '베스트셀러'가 무대에 올랐다. 명품을 둘러싸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등골패션'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청소년들의 명품 선호현상은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들었다. 이 연극은 사회적 문제까지도 잘 짚어내, 신선하고 날카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17일의 마지막 무대는 김해삼방고의 '사랑의 집'이 장식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만 열심히,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를 일으켜 세운다는 내용이었다.
 
이들 4개 학교 연극반 학생들은 공부하랴 연극 연습하랴 바쁜 봄날을 보냈다. 이번에 무대에 오른 4편의 연극 모두 이들이 직접 만든 창작극이었다.
 
이들은 공연 전날 저녁에는 극장에 들러 기본 세트와 조명을 설치하고, 공연 당일에는 하루 종일 조명과 음향을 맞추며 리허설을 실시했다. 그리고 14~16일에는 오후 7시, 17일에는 오후 5시에 어김없이 막을 올렸다. 4개 학교 연극반원들과 다른 학생들, 학부모와 지인들이 큰 관심을 보인 덕에 가인소극장은 내내 초만원을 이루었다. 좌석이 없어 아쉬운 마음을 안고 되돌아선 관객들도 많았다.
 
연극 '가시연꽃'의 대본을 직접 쓴 영운고 2학년 박민아 학생은 "연극반원들과 '친구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본의 뼈대를 잡았다. 50분 공연시간 안에 그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충분히 표현했다"며 "내가 쓴 대본을 친구들이 외우고 대사를 칠 때마다 뿌듯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방석현 학생은 "평범한 교실에서 일어나는 친구들 사이의 비극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우정이 무엇인지 친구란 어떤 존재인지를 함께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진 영운고 연극반 지도교사는 "연극을 통해 청소년들은 공동체의식을 기르고, 나를 돌아보고 남을 돌아볼 수 있다"며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열심히 땀 흘리는 저 아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착실히 형성해가고 있다"며 연극반 학생들을 응원했다.
 
번작이 극단의 조증윤 대표는 "기성 연극인으로서 고등학생 연극반원들이 너무 기특하다. 힘들텐데, 매번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는 정성도 갸륵하다. 이 연극제에는 '최고'가 없을지는 몰라도 '최선'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성작가들의 작품 중에도 좋은 청소년연극이 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완성도 높은 청소년연극을 공연해보는 경험도 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단체상의 영광은 김해삼방고가 차지했다. 김해삼방고 연극반은 김해 대표로 경남청소년연극제에 참가한다. 경남청소년연극제는 오는 6월 6~13일 경남 거창에서 열린다. 김해여고 연극반은 가인소극장에서 올해 안에 공연을 할 수 있는 특별상을 수상했다. 우수연기상은 김해분성여고 이현정(1년), 김해영운고 박혜진(2년), 김해여고 오정현(2년), 김해삼방고 이지선(3년) 학생이 각각 수상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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