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택주 김해지역자활센터장이 소고기 한 점을 들어보이며 음식 맛을 설명하고 있다.
한여름이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요즘 한낮의 기온이 30도에 육박한다. 앞으로 더 더워질 걸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하다. 뭘 먹어야 올 여름을 거뜬히 버텨낼 수 있을까. 벌써부터 보양식 생각이 간절해진다.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먹기에 부담이 없으면서도 특별한 보양식이 어디 없을까.

소고기 육수에 양지·우둔·사태살 듬뿍
깻잎·들깨가루·방앗잎과 매운 양념
칼칼하고 고소함 가득한 '별난영양전골'

호텔 조리사 등 30여년 경력 주인장
한우 이용한 특별한 소고기 요리 개발
입소문 타고 단골들 늘어 "줄을 서시오"

 
남택주(44) 김해지역자활센터장을 최근 만났다. 모처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센터로 찾아갔더니, 남 센터장은 고민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보양식이 될 만한 음식을 추천했다. "외동 먹자골목에 '하동한우국밥'이라는 음식점이 있어요. 그곳에 '별난' 전골요리가 있는데 보신에 도움이 될 겁니다. 아마 식사하면서 땀을 쭉 뺄 걸요.(웃음)"
 
점심시간에 찾은 하동한우국밥은 이열치열을 만끽하고 있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게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도 여럿 있었다. "벌써 여름이 오긴 온 모양입니다. 이렇게 손님이 많은 건 저도 처음 보네요."
 
이곳은 입구가 작은 데 비해 2층에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단체손님들이 찾아도 무리가 없을 듯 했다. 전골을 주문한 남 센터장이 말을 이어갔다. "지난달 26일 외동에 김해통합자활센터를 새로 개관한 뒤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김해시보건소 인근의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더부살이를 할 때만 해도 공간이 부족해 할 수 없는 일이 많았죠. 통합자활센터가 생긴 뒤로 지역의 자활기업과 자활근로사업단이 속속 입주하고 있습니다. 교육, 세미나 등을 열 수 있는 공간이 생긴 덕에 새로운 공동체 사업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김해통합자활센터 2층에서는 '해밀장터'가 열리고 있다. 해밀은 순우리말로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이란 뜻이다. 비온 뒤엔 희망처럼 맑은 하늘이 돌아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해밀장터에서는 감자, 쌈 채소 등의 농산물을 비롯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센터는 장터 수익금을 저소득층의 자활·자립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 공동체문화가 강조되어 왔습니다. 이는 식문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죠. 가족이 둘러앉아 한 냄비에 들어있는 찌개나 전골을 나눠 먹는 것도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가족을 또 다른 말로 '식구(食口)'라고 하잖아요." 마침 바닥이 펑퍼짐한 넓은 냄비에 소고기전골이 푸짐하게 담겨 상에 올랐다. "자! 식구처럼 나눠 먹어봅시다.(웃음)"
 

▲ 소고기 전골.
전골을 살펴보니 고춧가루로 양념한 소고기육수에 양지·우둔·사태살이 넉넉하게 올라가 있었다. 깻잎과 들깨가루, 방앗잎도 들어가 있었다. 맑은 국물의 소고기전골만 접해봤던 터라 전골에 들어가 있는 재료나 모양새가 독특해 보였다. 종업원에게 음식의 이름을 묻었더니, '별난영양전골'이란다. 이름이 정말 별나다.
 
전골에 들어있는 당면이 다 삶겼을 때쯤 맛을 봤다. 칼칼하면서도 고소한 게 어디선가 경험했던 익숙한 맛을 떠올리게 했다. 허벅지를 탁 쳤다. 여기의 별난영양전골은 보신탕과 맛이 거의 흡사하다. 개고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맛은 보신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고기의 육질도 개고기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연하다. 참기름, 들깨가루, 고춧가루가 들어간 양념장에 찍어 부추겉절이에 싸먹는 고기 맛은 일품이다.
 
하동한우국밥의 신동원 사장은 과거 서울의 프라자호텔과 63빌딩 등에서 요리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30여 년 간 소고기요리를 연구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한우를 이용해 개고기전골과 맛이 유사한 음식을 개발했다. 그래서 이름을 '별난영양전골'이라고 붙인 것이다.
 
남 센터장은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도 이 집의 전골은 부담 없이 좋아한다. 손님들이 센터로 찾아왔을 때 가끔 이 곳으로 데려오는데 손님들이 대부분 만족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점심식사를 매번 면 요리로 할 만큼 면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날도 어김이 없었다. "사장님, 여기 라면 사리 두 개만 넣어주세요."
 
국물과 건더기를 적당히 건져먹은 뒤 라면 사리를 넣고 배가 그득해질 때까지 둘 다 손을 바삐 움직였다. 남 센터장이 겸연쩍은 듯 한마디 한다. "역시 밥 배랑 면이 들어가는 배는 따로 있는 것 같네요.(웃음)" 셔츠 안에서 훈기가 푹푹 올라온다. 남 센터장의 말이 맞았다. 땀 빼는 데는 이만한 음식을 찾아보기 힘들 듯하다.


▶하동한우국밥/외동 1257-3(외동먹자골목 내). 055-338-0933. 별난영양전골(1인분)·육회비빔밥 7천 원, 한우국밥 5천 원.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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