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하는 참사가 발생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 참사로 많은 국민들이 큰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다. 죽음의 공포에서 살아온 생존자들 또한 우울증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고, 세월호의 침몰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은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충격, 슬픔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된 생존자와 실종자 가족들이 겪는 상처를 의학적으로는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이라고 한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상처를 입는 것을 말한다.
 
흔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하며 재난·사고가 심리적 외상으로 작용해 우울감·불안감·죄책감 등을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화병과는 다르다. 화병은 동일한 스트레스를 6개월 이상 장기간 받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에 의하면 평균 7년 정도, 심한 경우는 20년 이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이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갑작스럽게 스트레스에 노출됨으로써 발생한 경우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불안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누군가에게 쫓기는 기분이 들고 잠을 잘 못자며, 심하면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주로 한의원의 진료실에서는 외상을 겪고 난 뒤 심전도를 관찰해보았을 때 심장의 문제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슴의 두근거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놀라는 감정은 한의학적으로는 심장과 담이 연관되어 있다. 흔히 담력이 약하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에 생긴 표현이다. 놀라면 불안해지고 불안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다시 불안해지는 악순환을 밟게 되는데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한약을 통해서 약화된 오장육부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막힌 기운을 소통시켜주는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실망감, 슬픔은 어떻게 치유되어야 하는가? 세월호 선장인 이준석 선장에게 합수본에서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유기치사, 특별법상의 도주선박죄를 적용하여 구속시키고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국민들의 슬픔은 치유되는 것인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비극의 여파가 TV와 인터넷을 통하여 접하는 청소년들의 일상에 스며들게 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는 확신을 정부가 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는 확신은 침몰 원인의 명확한 규명과 관련자의 처벌뿐만이 아니라, 다시는 이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재해예방 및 구조 매뉴얼의 정립과 지속적인 실천이라 할 수 있다.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을 겪었다. 불안감과 실망감, 슬픔이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한의학에서의 슬픔은 울(鬱)증이라 하여 막혀서 생기는 것을 말한다. 무엇이 막혀 있다는 말인가?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치권력과의 소통 부재로 인해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천명한 헌법 제34조 6항의 의미를 위정자들이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보았으면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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