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6·4 지방선거 시민후보선정위원회'란 단체는 지난 14일 '시민이 선정한 좋은 후보'를 발표했다.
 
차윤재 시민후보선정위원회 공동위원장(마산YMCA 사무총장) 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민사회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후보를 통해 그 가치를 정책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선정 및 발표 이유를 밝혔다. 이 내용은 경남도민일보와 연합뉴스를 비롯한 전국의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 위원회가 양식과 자격을 갖춘 곳이고, 발표 내용은 정말 타당한 것이었을까?
 
기자는 명단을 보는 순간 피식 웃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후보'가 되기엔 함량 미달인 사람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이 선정한 좋은 후보' 김해 편을 보자. 새정치민주연합(새정련)의 박현수·김희성, 김재금·변상돈·배병돌·박민정 시의원 후보와 통합진보당의 김태복·김미경 시의원 후보가 들어 있었다.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김해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다들 고개를 갸웃 했을 것이다. 특정 정당의 시장 후보를 공격하다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에 휘말렸던 시의원, 시에서 건립할 예정인 복지시설을 자기 부인의 회사 땅에 지으라며 은근히 압력을 넣은 시의원, 당선 가능성 운운하면서 하루아침에 당을 바꾼 시의원….
 
기자는 이른바 '시민후보선정위원회'란 곳에 전화를 걸어 이유를 알아봤다. 답변이 가관이었다. 답변의 요지는 이랬다. "우리는 의정활동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직접 만나며 지내던 분들이 아니라서 본인이 제출한 서류만 검토했다. 문제가 없으면 선정했다. 후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정하다보니 한계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요컨대 시민후보선정위원회란 곳은, 김해만 예로 들자면, 박현수·김희성·김재금·변상돈·배병돌·박민정·김태복·김미경 시의원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이 제출한 서류만으로 '시민이 선정한 좋은 후보'를 선정, 발표했던 것이다.
 
이게 대체 말인가 글인가. 시민후보선정위원회란 곳은 후보들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정직하게 제시할 것이라 믿었단 말인가. 만약 그랬다면 매우 아둔하거나 무성의하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 단체는 한술 더 떠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지 싶다. 속담에도 있지 않은가. '반풍수 집안 망친다'고.
 
시민후보선정위원회란 곳은 우스운 얘기를 계속 했다. "배병돌 시의원은 빼달라고 해서 뺐다. 전진숙 후보는 넣어달라고 해서 새로 넣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기가 막힐 일 아닌가. '시민이 선정한 좋은 후보'라는 게 넣어달라면 넣어주고, 빼달라면 빼주는 것이었던가.
 
한 가지 더. '시민이 선정한 좋은 후보' 명단에는 새정련, 통합진보당, 노동당, 정의당 후보만 있을 뿐 새누리당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시민들은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심사를 했는데 새누리당 후보 중에는 '좋은 후보'를 찾을 수 없었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다분히 있었다.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새누리당을 제외한 상태에서 야당 후보만 고른 것"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시민후보선정위원회란 곳에서는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새누리당은 선정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어야 옳았다.
 
<김해뉴스>는 김해 이외 지역의 후보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들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하지 않는다. 시민후보선정위원회란 곳도 마찬가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이런 일을 벌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유권자들로 하여금 '안 좋은 후보'를 '좋은 후보'로 오인하게 하고, 그 내용을 선거에 이용하도록 하는 일은 죄를 짓는 일에 다름 아니다.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김해뉴스 /남태우 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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