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의 직장인밴드 'Gold Sea' 소속 밴드 'Death Noise'팀이 신나게 연습을 하고 있다.

어둠이 내린 김해 부원동 거리. 어디선가 이질적인 헤비메탈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가 보니 허름한 지하 노래연습장이 나온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한 밴드가 연주하는 강렬한 음악이 귀를 때린다. 당장이라도 몸을 흔들며 환호성을 내질러야 할 듯한 이곳은 김해시청 인근 노포차 노래 연습장이다. 일주일에 다섯 번 김해 직장인 밴드가 합주연습을 하는 곳이다. 여기선 중년 공무원이 열정의 기타리스트가 되고, 동네 슈퍼 아저씨가 강렬한 드러머가 된다.
 
김해의 직장인들이 모여 만든 직장인 밴드 'GOLD SEA'. 올해로 결성 2주년을 맞았다. "'딴따라'라고 아내는 싫어해요"라며 머쓱한 표정을 짓는 김인태 회장. 이 밴드의 산파역이다. 김 회장은 부산에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어딜 봐도 평범한 아저씨인 그가 어떻게 밴드 결성을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밴드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의 기억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회장은 평범한 일상에 문득 허무감을 느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젊은 시절 잠깐 했던 밴드였다. 그는 당시 활성화 돼 있던 부산 직장인 밴드를 생각하며 김해의 직장인 밴드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김해엔 단 한군데도 제대로 된 직장인 밴드가 없었던 탓이었다. 결국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밴드를 만들었다.
 

팬 늘고 저변도 확대…"꿈 이루어지다" 

처음엔 변변한 연습실이 없어 한 건물의 옥탑방을 빌려 하나 둘 사 모은 악기로 연주를 했다. 그런데 이 왜소한 밴드가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인터넷 카페 회원 수만 380여명에 이르는 '대형 밴드'로 성장했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밴드 수도 늘어서, 처음엔 김 회장이 속한 'GS0819' 하나 뿐이던 팀 수가 다섯 팀으로 늘었다. 인원이 늘어나면서 연습실도 새로 구했다. 회원들은 낡은 노래방을 빌려 손수 방음벽을 꾸미고, 회비를 3만원씩 모아 최신식 악기도 들여 놨다. 요즘에는 직장인 밴드 다섯 팀이 일주일에 하루씩 돌아가면서 연습실을 사용한다.
 
목요일에 연습실을 사용하는 'Death Noise'팀. '죽음의 소리'라는 팀 이름답게 주로 격렬한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밴드다. 'Death Noise'팀의 구성원은 나이도 직업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친형제보다 더 뜨거운 우정을 자랑한다. 리더인 현철(35)씨는 토목 설계 일을, 기타를 맡고 있는 병철(35)씨와 베이스를 맡고 있는 진성(39)씨는 자영업을, 드럼을 치는 재용(39)씨는 제조업을 하고 있다. 보컬 병우(31) 씨는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낮엔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이들이 밤이 되면 '밴드'라는 이름으로 뭉쳐 함께 열정을 발산한다. 모여 있으면 어린아이처럼 장난치기 바쁜 철없는 어른들이지만, 연습 시간만큼은 한없이 진지하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자신들의 밴드가 단순히 놀이나 장난으로 비쳐지는 게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연도 웬만해선 자주 잡지 않고 충분한 연습기간을 거친다. 이들의 열정을 알아본 것일까. 지난달 23일 창원에서 있었던 공연에선 팬도 생겼다. 비록 단 한 명이지만 'Death Noise'에겐 수백만 명 보다 더 소중한 첫 팬이다.
 
'Gold Sea' 소속 밴드는 팬이 늘어나면서 축제 때 초청을 받는 일도 잦아졌다. 김인태 회장은 각 밴드들에게 항상 초심으로 연습에 매진할 것을 당부한다.
 
"저는 적어도 오늘보단 나아진 모습을 보이는 밴드를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공연을 보러 온 아이가 아버지를 멋있다고 생각할 만큼 말입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