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경남도지사 선대위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하나 배포했다. '하귀남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였다. 이 보도자료의 골자는 "언론에 막말을 하고 도민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 새누리당의 홍준표 후보는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홍준표 후보가 최근 "경남신문은 박완수 신문이다. 안상수와 잘해봐라"며 막말을 퍼부은 걸 꼬집은 것이었다.
 
하 대변인은 그러면서 "자신에게 거슬린다고 소통창구인 언론에 대해 막말을 퍼붓는 것은 도민 무시 행태다. 경남신문을 특정인에 편향된 매체로 이야기했다. 그의 발언은 제대로 된 언론관이 형성돼 있는지 의심될 정도다. 해당언론에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새정련 선대위는 다음날 보도자료를 또 하나 냈다. 흥미롭게도 대변인이 '하귀남'에서 '김지수'로 바뀌어 있었다.(이 부분은 조금 뒤에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이 보도자료는 홍 후보의 TV토론 불참 방침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자료는 "(TV토론 불참은)당락에 대한 득실과 선거운동의 유·불리만을 계산한 정략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조용한 선거'라는 장막 뒤에 숨어 인지도만으로 치르겠다는 꼼수이자 후보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저버린 비겁하고 옹졸한 처사"라며 홍 후보를 몰아붙였다.
 
그런데 두 보도자료를 읽다보니 '데자뷰(deja vu)'가 느껴졌다. 이 프랑스어는 우리말로 풀어쓰면 '기시(旣視) 현상'이다. '어떤 일이나 장소를 처음 접하지만 전에 어디선가 겪었거나 와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뜻한다.
 
왜 데자뷰가 느껴졌을까. 생각을 해보니 데자뷰의 현장은 김해였다. 두 보도자료에 나오는 '홍준표 후보'를 '김맹곤 후보'로 바꿔보았더니, 바로 김해 이야기였다. 찬찬히 살펴보자.
 
먼저 첫 보도자료의 '언론관 비판' 부분이다. 김맹곤 후보는 시장 재임 시절 <김해뉴스>가 시정을 비판하면 시청 안팎에서 거침없이 적대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여러 공무원들이 그 사실을 전해왔다. 김해의 상당수 단체, 기업들은 "김맹곤 시장 때문에 <김해뉴스>에 광고를 실을 수 없다. 이해해 달라"고 토로할 정도였다. 어떤 이들은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했다. 김맹곤 후보는 한술 더 떠 홍 후보가 부산일보 등을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김해뉴스>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그의 전 비서실장도 소송을 걸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등장한다. 김맹곤 후보의 <김해뉴스> 관련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가 바로 새정련의 첫 보도자료에서 대변인으로 등장한 하귀남 씨라는 점이다. 그런 그가 홍 후보에게 "자신에게 거슬린다고 소통창구인 언론에 대해…, 언론관이…" 운운한 것이다. '남 눈의 티끌은 잘 보여도 제 눈의 들보는 안 보인다'는 옛말이 생각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더. <김해뉴스>가 '김맹곤 시장'을 비판하면, 새정련의 일부 사람들은 얼토당토 않은 반응을 보였다. "<김해뉴스>는 의도적으로 김맹곤 시장을 비판한다. 새누리당 신문이다"라는 것이다. <김해뉴스>의 젊은 기자들은 새정련 사람들로부터 이런 식의 괴롭힘을 당한다며 하소연을 해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대통령은 연일 언론의 비판을 받는다.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이니까. 김맹곤 시장이 비판받는 건 당연하다. 김해의 대통령인 시장이니까. 우리가 새누리당 신문이면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매체들은 모두 다 새정련 쪽인가?"
 
하귀남 씨는 보도자료에서 "경남신문을 특정인에 편향된 매체로 이야기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새정련 사람들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것인가?
 
이제 두 번째 보도자료. 여기서도 '홍준표'를 '김맹곤'으로 대체하면 그대로 김해 이야기가 된다. 새누리당의 김정권 후보는 법정 토론회 외에 추가로 TV토론회를 더 하자고 했고, 김맹곤 후보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맹곤 후보는 지난 22일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서로 헐뜯기만 하려는 토론은 토론이 아니다. 나가면 카드깡 이야기부터 할 것이 아니냐. 잘한 것도 서로 인정을 해야 하는데, 비방만 하면 토론이 안 된다. 오히려 토론회를 본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게 된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김맹곤 후보는 겁이 많거나, 상대의 공격을 받아칠 능력이 안 되거나, 아니면 아예 토론회라는 게 뭔지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선거 토론회란 건 정책을 밝히는 동시에 상대의 단점, 실정을 지적함으로써 후보의 자질을 따지는 자리가 아닌가. 지난 대선 때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인신공격을 퍼붓다 시간을 다 보내기도 했다.
 
이쯤에서 새정련의 보도자료 문구에 '김맹곤 후보'를 넣어 인용해보자. "김맹곤 후보의 (TV토론 불참은) 당락에 대한 득실과 선거운동의 유·불리만을 계산한 정략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조용한 선거'라는 장막 뒤에 숨어 인지도만으로 치르겠다는 꼼수이자 후보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저버린 비겁하고 옹졸한 처사다." 새정련은 부끄러워 해야 할 것 같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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