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정원 김해동화구연협회장이 김해손칼국수의 칼국수를 먹으며 28년째 단골이 된 내력을 들려주고 있다.
"우리 가족이 좋은 일 있을 때마다 가는 집 소개해도 되나요?" 김해동화구연협회 변정원 회장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기자는 한정식 집을 떠올렸다. 그런데, 변 회장 가족의 단골집은 동상동시장 안에 있는 칼국수집이었다.
 
이번에는 동상동시장 안 칼국수타운을 먼저 떠올렸지만, 그곳이 아니라 칼국수타운 입구 골목 맞은편에 있는 '김해손칼국수'였다. 변 회장은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점심시간대를 피해 오전 11시 30분에 약속시간을 정했다. 좁은 가게라 혹시 영업에 폐를 끼칠까 염려해서였다.

동상동시장 안 칼국수타운 입구 맞은편
허름한 가게이지만 마니아 손님들 북적
얇은 면발과 속시원한 국물 31년째 유지
착한 가격과 변하지 않는 맛에 유명세

 
변 회장은 "이 칼국수집이 내가 김해에서 처음 외식을 한 식당"이라며 "결혼해 김해로 와서부터 줄곧 28년째 단골"이라고 말했다.
 
김해손칼국수는 동상동 시장에서 31년째 영업 중이다. 남편 곽일랑(71)씨와 아내 김영숙(65) 씨는 이른 새벽부터 나와 영업을 준비한다. 시장의 상인들과 시장을 찾아오는 고객들 모두가 손님이다. 김영숙 씨는 "밀가루 반죽, 국물내기 모두 우리 아저씨 솜씨"라며 "이렇게 작은 가게도 소개해주는거냐"고 물었다. 그 웃음이 곱고 따뜻해 '이모' 소리가 절로 나왔다.
 
변 회장은 남편을 따라 이 곳에 왔다. 남편은 서울 처녀였던 변 회장을 동상동 시장에 데리고 와 시장 보는 법부터 가르쳤단다. "'조금만 깎아주세요' '조금만 더 주세요'라는 말을 연극대사 외듯이 집에서 연습하고 와 시장을 봤죠. 그리고 이 가게로 와서 칼국수를 먹었어요. '남기면 앞으로 밖에서 음식을 안 사주겠다'는 남편의 말 때문이 아니라, 정말 너무 맛있어서 국물까지 싹 다 비웠죠. 그 날부터 단골이 됐습니다."
 

칼국수가 깍두기와 단무지와 함께 나왔다. 그동안 이 지면에서 칼국수를 여러 차례 다루었으니 이번에는 칼국수 맛보다는 변 회장 가족의 칼국수 사랑을 집중적으로 들어보았다. "면발이 굵지 않죠? 칼국수타운에서는 당면을 넣지만, 이 가게는 오직 칼국수면만 있어요. 밀가루음식이지만 먹고 나도 속이 편해요." 변 회장은 임신 했을 때도 이 집에 와서 칼국수를 먹으며 입덧을 달랬다고 한다.
 
변 회장 가족은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칼국수를 먹으러 온다고 한다. "성악 하는 아들이 부산예고에 합격했을 때도 여기 와서 칼국수를 먹으면서 축하하고 기뻐했지요." 그 아들이 인제대를 졸업하던 날에도 이 집에 왔다. 부산예고 동기들 중에 서울로 진학한 친구들이 김해에 놀러오면, 아들은 이 집에 데리고 와서 칼국수 맛을 자랑했다. 얼마 전 이탈리아로 유학가기 전에도 "칼국수는 먹고 가야겠다"며 이 집에 들렀다. "아이들이 모두 이 집 칼국수를 좋아해요. 딸도 동아대 졸업식 하던 날 여길 왔죠." 변 회장의 딸은 2013 미스경남 선발대회에서 미스경남 '굴수협'으로 뽑힌 김근혜 씨이다. 이 집에 올 때마다 주인 내외로부터 예쁘다는 칭찬을 받았다. "딸이 서울에 일 때문에 올라가기 전, 칼국수는 먹고 가야 한다기에 며칠 전에도 함께 왔었죠."
 
변 회장 가족의 칼국수 사랑은 특별했다. 외지에서 친척들이 찾아와 김해의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맛집 1번지'라며 이 곳에 데리고 온다. 얼마 전 새 집으로 이사했을 때는 가족끼리 자축하기 위해 이 집에서 칼국수 파티를 했다. 가족들은 일이 있어 김해를 떠날 때, 김해로 돌아올 때 이 집에 와서 칼국수를 먹는다. 이렇게 한 가족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음식점이 있다니 칼국수집 주인이 슬슬 부러워졌다.
 
"허름하고 좁은 가게이지만, 칼국수 맛은 최고예요. 11시 30분에 왔으니, 이렇게 자리 잡고 앉을 수 있어요. 조금만 늦게 와도 자리가 없어요"라는 변 회장 말에 가게를 둘러보니 어느새 빈 테이블이 없었다.
 
변 회장은 이 가게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내외동이 논이었을 때, 김해에 문화시설이라고는 김해문화원밖에 없을 때부터 이 곳에서 칼국수를 먹었어요. 그 때 그 자리에서 그 맛을 지키고 있는 이 가게가 너무 고맙고 소중하게 여겨집디다. 업종을 쉽게 바꾸고, 주인도 바뀌고, 겉만 번드르르한 곳이 얼마나 많습니까. 단골을 하려야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한결같이 한 곳에서 한결같은 맛을 내는 이 가게가 제겐 마치 고향과도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집 칼국수를 먹고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 제 할 몫을 다 하고 있어요. 이 시장을 지키는 터줏대감 같은 곳입니다." 함께 온 일행들의 칼국수 값까지 6그릇의 가격을 지불하던 변 회장이 말했다. "6명이나 먹었는데, 2만원도 안돼요!"


▶김해손칼국수/동상동 시장 내 '칼국수타운' 골목 맞은 편 △영업시간/오전 8시 30분~오후 7시 30분 △가격/칼국수 3천 원, 비빔칼국수 4천 원, 냉칼국수 4천 원, 냉콩칼국수 4천 원, 짜장면 4천 원, 수제비 4천 원.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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