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
'물'. 모든 생명에게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다. 인간도 물론 물과 함께 했다. 전 지구의 물 중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하천과 호수로 전체 물의 0.0075%에 지나지 않는다. 오랜 옛날부터 인간은 물로 문명을 만들고 도시를 세워 살아왔다. 세계의 어느 큰 도시를 보더라도 하천을 끼고 있지 않은 도시가 없다. 물이 없는 곳에는 도시가 있을 수 없다.
 
김해는 물의 도시이다. 고대왕국 금관가야는 낙동강 하구인 김해 인근에서 왕국을 발전시켰고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살아오고 있다. 북쪽과 동쪽은 낙동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은 서낙동강과 조만강이 김해평야를 적시고 있다. 김해의 여러 도심은 해반천, 신어천, 대청천, 율하천이 가로지르며 흘러가고 있고 화포천, 대포천 등도 낙동강으로 흐르고 있다. 이렇게 수도 없는 하천들이 모여 있는 도시가 바로 김해이다.
 
이제 김해의 하천들을 보자. 역사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보면 김해의 하천은 일제의 수탈을 위한 농경지 확보 때문에 급격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농사를 짓기 위해 강둑을 건설해 수로처럼 만들어 버렸다. 그 후 1970~80년대에는 경제 발전이란 미명아래 수질마저 나빠지고 더욱 더 망가져 버렸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김해의 대부분 하천에는 일부만 제외하고는 반딧불이와 다슬기가 살았다. 여름이면 그냥 물에 들어가도 될 그런 청정한 하천들이었다. 그 후 20여 년이 흐르고 대부분의 하천에서는 그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 어둠속에서도 이제 구원의 길이 보이고 있다. 바로 생태하천 복원이다. 환경부에서 망가져버린 하천들을 다시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노력이 시작된 지도 벌써 10여 년이다. 사업을 순차적으로 하는 탓에 몇몇 하천들은 이제 겨우 첫 삽을 뜨고 있다. 그간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다양한 생물이 살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진정한 생태하천보단 산책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원 하천'을 만들길 바랐다. 또한 공사업체들도 생태를 고려하기보단 시설을 많이 만들어 이익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김해시도 미래의 복원된 하천을 생각하기보단 시공과 유지, 민원, 성과에 집착했다. 과거는 이제 그렇게 돼버렸다. 그렇다고 우리의 하천을 포기 할 수는 없다.
 
앞으로 하천을 복원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할 것을 몇 가지 제시하고 싶다. 첫째, 하천에는 깨끗한 물이 항상 흘러야 한다. 지금 김해의 하천들은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내리는 물이 없다. 상류의 수많은 골프장과 농업을 위한다는 허울뿐인 저수지, 수많은 호스로 산도 망치고 하천도 망치는 불법 경작, 빗물이 침투할 수 없는 콘크리트 포장, 치수사업이라며 행해지는 직선화 등 수많은 문제 때문에 물이 줄고 수질도 나빠지고 있다. 이런 하천은 절대로 생태하천이 되지 못한다. 부족한 하천의 유지용수를 확보하고 수질을 유지하는 것은 하천 복원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유지용수에 대한 고민은 하천 복원의 시작이다.
 
두 번째로 하천은 생명이 사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큰 강들은 4대강 사업으로, 작은 하천들은 치수사업과 생태하천사업으로 생물들의 터전을 빼앗아 버렸다. 생태하천에는 생물이 다양하게 살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하천환경에는 생명이 함께하지 못한다. 해반천이나 대청천 등에는 양쪽으로 산책로가 있다. 그 중 한쪽 면이라도 나무와 풀들이 살 수 있도록 양보해 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셋째 하천의 유지·관리를 단일화해야한다. 지금 김해에서 한 하천을 관리하는 부서나 단체만 하더라도 7~8개가 된다. 그러나 보니 효율적 관리나 복원이 어려워진다. 하천에는 수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민과 지자체, 전문가가 함께 해야 한다.
 
도시의 품격은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울산시를 예로 들면 예전에는 대표적인 공업도시, 공해도시로 사람 살 곳이 아닌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태화강을 살리고 생태를 우선 시책으로 해서 노력한 결과 지금은 대표적 생태도시가 되어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었다. 김해시는 시민들을 위해 진정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한 시민들은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딸과 아들들이 살아 갈 김해시가 어떻게 바뀌어야할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김해의 도시하천. 맑은 물속엔 수많은 민물고기들이 헤엄치고, 계절마다 색색의 옷을 갈아입는 풀과 나무가 있고, 수많은 철새들이 찾으며, 여름날이면 낮에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밤이면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도시의 하천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지금부터 바뀌어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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