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史)는 왜국-야마토시대-나라시대-가마쿠라막부-무로마치막부-전국시대-에도시대-메이지시대로 요약할 수 있다. 가마쿠라시대에서 에도막부까지는 모두 막부(幕府)로 일본 무사정권을 지칭하며 12~19세기까지 이어진다. 군 사령관인 쇼군이 국가의 실질적 통치권을 가졌다. 센코쿠시대라 불리는 일본의 전국시대는 15세기 중반부터 16세기 후반까지 정치적 사회적 변동이 지속된 내란의 시기였다. 군웅이 할거하여 민심은 피폐했다. 이렇듯 전란에 지친 혼란의 시기를 끝낸 첫 번째 등장인물이 오다 노부나가이다.
 
오다 노부나가는 오다 노부히데의 둘째 아들로 가문을 이어받아 오와리 국을 평정한다. 인근 스루가의 영주인 이마가와 요시모토와 싸워 그를 죽이고, 교토로 진출해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15대 쇼군으로 옹립한 뒤 권력의 일인자로 부상한다. 전국시대를 끝내는 주인공이 되고자 '천하포무(天下布武)'라는 인장을 사용했다. 라이벌이었던 다케다 신겐이 병사하자 자신에게 반기를 든 아사쿠라와 아사이를 자결토록 하고 쇼군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교토에서 추방함으로써 천하통일의 꿈에 다가선다. 허나 자신의 부장이던 아케치 미쓰히데의 습격을 받아 '혼노사의 변'으로 죽음을 맞이했고, 천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로 흘러가게 된다.
 
그를 만난 적이 있다는 포르투갈의 선교사 프로이스는 오다 노부나가를 평하여 '장신에 마른 체격으로 수염이 적다. 결단력에 재능이 있고 전술에 치밀함이 있지만, 규율을 지키지 않고 부하의 진언을 대부분 따르지 않는다. 사람들로부터 이상할 정도로 외경을 받고 있다'라고 기술해 놓았다.
 
노부나가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민첩했다. 포르투갈 상인으로부터 철포를 들여와 철포부대를 조직하고 훗날 통일전쟁에서 승승장구한다. 화해해야 할 상대와 싸워야 할 상대를 잘 구별했고, 전투에서는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서민들과 어울려 춤추고 노래할 정도로 소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부나가는 태양인의 오악 기능 중 '교우'(交遇)가 뛰어난 인물로 평가된다. 교우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낯선 사람과도 같은 편처럼 잘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교우(交友)란 오래도록 사귐을 뜻하나, <수세보원·17세기 초 중국 명나라 공정현이 편찬한 의서)>에 교우(交遇)가 나오는데, 군대의 신병훈련소 같은 곳에서 신병과 교관의 만남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태양인 노부나가의 교우는 동맹과 인사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는 동맹을 맺어 아사이 나가마사와 아사쿠라 요시가케를 토벌할 수 있었다. 또한 도쿠가와 가문과의 동맹은 교토로 진출하기 위한 배후의 안전도모이기도 했다. 더불어 오와리 빈농의 아들이며 하급무사인 히데요시를 눈여겨 보고 파격적인 발탁을 하기도 했다. 소탈하게 백성들과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탈함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것이 태양인의 교우이다.
 
노부나가의 성격은 불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세보원>에서는 노정(怒情)이라고 한다. 태양인은 몸과 마음이 급하게 일을 추진하고자 한다. 무의식적이고 직관적인 본능으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때문에 자신의 뜻에 협력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급해져 화를 잘 낸다. 노부나가의 경우 오죽 급했으면 '종달새가 울지 않으면 목을 베어라'고 했을까.
 
교우에 능해 천하포무의 꿈을 꾼 노부나가는 그 불같은 성격 탓에 혼노사의 변을 당한다. 그는 죽어가면서 '적은 내부에 있다'는 명언을 남기고 한줌의 흙으로 돌아갔다.

김해뉴스 /이현효 활천경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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