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엽 조은금강병원 내과 과장(전문의)
우리나라에서도 의사가 진료에 관한 모든 결정을 내렸고, 환자들은 지시하는 대로 따르기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환자들은 의학지식이 부족해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선입견이 팽배했고, 의사들은 심지어 진단이나 치료법과 같은 진료에 가장 핵심적인 내용조차 환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런 진료 환경에서 환자의 요구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러한 진료는 점차 과거의 일이 되고 있다.
 
진료의 결과는 의사가 아닌 환자에게 나타나게 되고 환자의 운명은 결국 환자 자신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환자들 또한 반복해서 질문하고 확인하는 등 진료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인터넷에서 추가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고, 다른 의사의 의견을 들어보고 나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충분히 여유있게 의료진과 상의하면 대체로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되지만, 환자는 증상이나 질병에 대해 어느 정도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고 냉정하게 판단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때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의학적인 사실 중에는 평소 알고 있던 상식이나 직관과는 다른 것이 의외로 많다. 몇 년 전 진료하였던 환자 중 검진 목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위암으로 진단된 40대 중반의 남성이 있었다. 자신은 평소에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건강했는데, 암이 진단된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또 고혈압 환자 중에는 증상이 전혀 없는데 왜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있었다. 안타깝지만 체력이 좋아도 암과 같은 중병이 생길 수 있으며, 증상이 없다는 것이 병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지 못한 까닭에 이런 잘못된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소수의 직접 경험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는 것도 잘못된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대장암의 예방을 위해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내시경 기술이 발전했고 장을 비우기 위해서 먹어야 하는 장정결제의 양도 과거보다 줄어들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불편 없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그러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지인이 검사 당시 상당히 불편했다고 털어놓았다면 그 의견은 직접적인 경험의 전달이기 때문에 듣는 이에게 더 와닿아 막연한 두려움으로 변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질환은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폐결핵은 치료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길고, 하루에 복용해야 하는 약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완치를 위해서는 끈기가 필요하다. 만약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거나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해 자칫 내성균이 출현하게 되면 재치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치료 실패의 위험이 커진다.
 
진료실에 앉아 있는 의사들은 의료현장에서의 직간접적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가 적절한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의사를 믿고 따르면서, 때로는 환자 본인의 의견을 제시해 현명한 진료를 받기를 바란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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