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로운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조직에 적응해야 한다. 그때마다 다시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친구들과 여유있게 시간을 보낼 만큼 한가롭지는 않다. 게다가 자신이 하는 일을 정기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조금이라도 실적이 떨어지면 주변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아야 한다.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뭔가를 배우러 다녀야 한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아이들이다. 학교를 졸업하기까지는 이렇게 지내고 있다. 아마 어른들에게 매년 새로운 회사나 새 부서에 가서 일을 하라고 하면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비명을 지르지 않을까. 분명 그 시절을 지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아이들은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도 잘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학교를 매일 가야 하는 게 싫어서 "엄마, 나 학교 끊을래!" 혹은 "엄마, 나 학교 월 수 금만 가면 안 돼?"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단다.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 하고, 친구도 사귀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친구와 어떻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지 한 아이의 생활을 들여다 보자.
 
조명숙 씨의 동화 '샘바리 악바리'는 샘이 많은 샘바리 남풍이와 화를 잘 내는 악바리 은지가 아옹다옹하는 이야기이다. 아래 위층에 살면서 유치원도 같이 다니고, 초등학교도 같이 들어 간 남풍이와 은지는 같은 반이다. 남풍이는 은지가 하는 모든 게 좋아서 뭐든지 따라한다. 남풍이가 자꾸만 자기를 따라하는 게 싫은 은지는 바락바락 악을 쓰다가 '악바리'라는 별명이 붙어버렸다. 가족들이 이름보다 악바리라는 별명을 더 자주 부르자 은지는 화가 나서 더 악을 쓴다. 은지에게 별명이 붙고 나자, 뭐든지 은지가 하는 걸 따라하는 샘많은 남풍이에게는 '샘바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할아버지가 사준 악바리의 빨간 모자를 본 샘바리도 빨간 모자를 샀다. 다음날 학교에서 선생님은 나란히 빨간 모자를 쓰고 온 두 아이에게 유치원생처럼 귀엽다고 말하고, 악바리는 그 말에 기분이 나빠져 버렸다. 악바리는 할아버지를 다시 졸라 초록 모자를 사서 썼는데, 샘바리도 초록 모자를 산다. 엄마가 준비한 간식까지도 자신이 먹고 싶어 하는 걸 따라 먹는 샘바리 때문에 점점 약이 올라 학교에서 싸움까지 하게 된다.
 
그런 악바리에게 할아버지가 비밀을 하나 일러준다. 샘바리는 악바리가 좋아서 뭐든지 따라 하고 싶은 거라고, 좋아하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거라고 말이다.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악바리의 마음은 조금씩 따뜻하게 풀린다.
 
아이들의 일기장 한 페이지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은 동화의 일러스트를 그린 정혜정 작가의 그림이 주는 정겨움 덕분인 것 같다. 입술 쑥 내밀고 골 부리고 있는 악바리의 표정이 생생하다. 악바리는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그런 모습이 귀엽다.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면서 조금씩 사회에 적응해 간다. 다투기도 하고, 경쟁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친해지는 것이다. 어른들처럼 이해관계가 없으니 그 마음을 표현하는 데도 계산이 없고 솔직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옆에 가까이 있는 아이를 먼저 친구로 받아들이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나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끼리 서로 알아보게 된다. 그렇게 평생 사람을 사귀며 살아간다는 가장 중요한 삶의 한 가지 일을 배워가는 것이다. 공부의 기본이 되는 기초학습을 배우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친구 사귀는 일,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을 담은 이 동화를 신학기 새 친구들을 사귀고 있을 아이들에게 권한다.
▶조명숙 지음, 정혜정 그림/가교출판/67p/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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