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진 가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해는 이야기의 고장이다. 2천여 년 전 수로왕의 탄생신화와 건국에 관한 이야기,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가 배에 파사석탑을 싣고 와서 김수로왕과 결혼하는 이야기, 그리고 석탈해가 바다로부터 와서 김수로왕과 둔갑술 경연을 하는 이야기 등 하나같이 실화라고 믿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 중 대중으로부터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김수로왕이 머나먼 인도에서 배를 타고 온 허황옥 공주와 결혼하는 낭만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대학 캠퍼스의 이전으로 2006년 김해에 내려온 뒤 틈틈이 시간을 내어 김해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일본의 건국신화 속에 편입되어 있는 팔기대사(八岐大蛇) 퇴치신화와 관련하여 그 신화의 지리적 무대가 일본의 시마네 현 이즈모 지역이 아니라 낙동강 하구 유역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한 생각의 단초는 김해 금관가야국의 형제국이었던 대가야국의 건국신화에서 비롯된다. 그 내용은 '가야산신 정견모주가 천신 이비가와 감응하여 뇌질주일과 뇌질청예를 낳았다. 형인 뇌질주일은 대가야의 초대왕 이진아시왕이 되었고, 동생인 뇌질청예는 남으로 내려가 금관가야국의 초대왕 김수로왕이 되었다'라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전기가야의 맹주노릇을 하던 금관가야국이 기원후 400년 광개토대왕의 남정으로 쇠퇴한 뒤 경북 고령지방의 대가야국이 후기가야의 맹주로 부상하면서 금관가야국과 형제국임을 과시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신화로 보고 있다.
 
필자는 대가야국의 건국신화 속에 나오는 뇌질주일과 뇌질청예라는 인명의 상징적 의미가 일본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천조대신과 남동생 소전오존과 일치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소전오존이 출운국에 하강하여 주민들을 괴롭히는 팔기대사를 퇴치하는 지리적 무대가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시마네 현 이즈모 지역이 아니라 김해지역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낙동강을 팔기대사로 하고 현재의 부산시 강서구에 편입된 녹산 일대의 지형을 소전오전으로 하는 지형적 특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이다.
 
2011년 10월 시마네 현 이즈모 지역 일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팔기대사 퇴치신화와 관련이 있는 신사와 상징물들이 그 지역 곳곳에 산재하고 있지만, 정작 신화 생성에 단초가 되었다고 판단할 만한 것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이즈모 <국풍토기>에 팔기대사 퇴치신화의 내용이 없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오히려 김해지역의 경우 전래된 지명, 지명의 유래, 지질학적 특성, 시대적 배경, 지형의 이미지 등 신화 관련성을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이 풍부함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의 시마네 현은 최근 우리나라 영토인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으로 우리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눈총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그들의 국조신들 가운데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소전오존이 한반도에서 건너 온 신이라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지난 6일 새벽 4시 25분경 일본의 시마네 현 마쓰에 시에 있는 가라무시회라는 모임의 모리유 다카 회장 등 회원 6명이 고대 한반도 남쪽인 김해 인근에서 통나무배를 저어 일본으로 건너간 역사를 재현하려고 했다. 회원들은 직접 큰 나무를 구해 통나무배를 제작하고,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아 거제도 앞바다에 있는 지심도를 출발지로 하여 대한해협 도해를 시도하였다.
 
어두운 밤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정하는 요트 두 척의 지원을 받으며 이루어진 그들의 용감한 도전은 높은 파도를 만나 좌절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세포항을 출항하는 사람들에게 김해의 명차 장군차를 선물로 전달하고 무사도해를 기원하면서 이들이야말로 김해의 숨겨진 이야기를 간직한 채 그 옛날 대한해협의 험난한 파도를 넘어 신개척지 일본열도로 건너갔던 가야인들의 후예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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