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흐르면서 일 년 내내 시를 쓴다/바람 잘 날 없는 세상/굽이마다 시 아니랴/긴 물길 두루마리에 바람으로 시를 쓴다"<서태수의 시 '강이 쓰는 시-낙동강·415'중에서>
 
이토록 낙동강을 사랑하는 시인이 또 있을까. 서태수 시인이 최근 두 권의 시조집을 함께 발표했다. <강마을 불청객들>은 낙동강 연작 제4 시조집, <강이 쓰는 시>는 낙동강 연작 제5 시조집이다. 서 시인은 <물길 흘러 아리랑>, <강, 물이 되다>, <사는 게 시들한 날은 강으로 나가보자> 등 연작시조 1~3집을 낸 바 있다.
 

▲ 서태수 시인이 최근 동시에 발표한 <강마을 불청객들>과 <강이 쓰는 시> 표지.

서태수 시인 시조집 두 권 동시에 발표

서 시인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낙동강 시조를 쓴 것일까. 5집 시조집을 펼쳐 넘겨보니 낙동강 번호가 450번 대에 이르고 있다. 4집과 5집만 읽어보아도 낙동강을 중심으로 자연, 사람, 세태, 동물, 풍속 등 온갖 이야기를 모두 풀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뒷모습 만들기-낙동강·434'는 이렇게 노래한다. "떠나는 뒷모습은 붉게 젖어야 한다/넉넉한 강폭에 실려 바다에 잠겨들어/눈시울 촉촉 적시는 황혼으로 가야 한다". 낙동강 노을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또 쉴 새 없이 달려온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여정을 천천히 마무리하는 담담한 마음자세도 느껴지는 듯하다.
 
'취흥-낙동강·414'의 4연을 읽으면 유장한 낙동강의 흐름을 따라 세상사를 바라보는 시인의 도도한 마음이 느껴진다. "함께 흐르는 굽이 어딘들 강이 아니랴/따뜻한 눈길 주며 출렁이는 물길 보면/술잔을 주고받아야 취하는 건 아니다".
 
서 시인이 처음 낙동강을 주제로 시를 쓴 것은 부산 혜광고등학교 교사시절이던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지금까지 낙동강에 대한 시를 수 백 편 써왔다. 서 시인은 수필가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시는 오로지 '낙동강' 만을 주제로 써왔다.
 
서 시인은 "강의 역사성, 인간의 삶과 세월 그리고 유구한 역사를 담고 흐르는 강에 매료되어서 '낙동강'를 주제로 잡고 시를 썼다"며 "꼭 지정학적인 낙동강만을 쓴 것은 아니다. 내가 매료됐던 추상적 이미지의 강도 있다. 그러다가 지정학적인 낙동강과 강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마을의 이야기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 시인은 김해 장유에서 태어났고, 줄곧 강변에서 살아왔다. 그런 서 시인은 앞으로도 낙동강에 대한 시를 계속 쓸 생각이다. 흘러가버린 낙동강물도, 앞으로 흘러갈 낙동강물도 모두 서 시인의 마음속에서 흐르고 있다.
 
서 시인은 <시조문학>(1991), <문학도시>(2005)로 등단했다. 낙동강연작시조집 1~5집, 수필집 <부모는 대장장이>, <현대시조의 지적 연구> 등의 논저를 펴냈다. 한국문협, 한국시조시인협회, 김해문협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부산시조문학회장을 역임했다. 성파시조문학상, 낙동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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