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입니까? 네~ 올해도 대풍이랍니다!"
 
생림면 주민들로 구성된 생림풍물단의 농악가락이 휘모리장단으로 빨라지자, 사회자가 풍물단을 향해 재치 있는 질문을 던졌다. '대풍'이란 답이 돌아오자 객석에서도 큰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풍년은 이처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

▲ 제3회 도요마을강변축제에서 공연된 '산너머 개똥아'의 한 장면.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제3회 도요마을강변축제 지난 21·22일
생림풍물단 판굿놀이로 축제의 서막
풍자 마당극 '산 너머 개똥아' 큰 인기
김세한 희곡작가 연극 등 관람객 갈채
 
지난 21~22일 생림면 도요리 도요마을 도요창작스튜디오 일원에서 '제3회 도요마을강변축제'가 열렸다. 도요감자의 수확철에 맞춰 이틀간 개최됐다. 작고 소박하지만 재미있고 알찬 축제로 소문이 난 덕에 3회째를 맞은 이번 축제에는 비가 왔는데도 300여 명이 다녀갔다.
 
올해 축제의 판굿놀이는 생림풍물단이 맡았다. 생림의 어머니 할머니들로 구성된 풍물단이었다. 손병임 단장은 "이윤택 선생께 참여하고 싶다고 풍물단에서 먼저 의뢰를 했다. 우리 풍물단은 20년이 훌쩍 넘게 활동해왔다. 이번 축제 행사를 계기로 중앙 진출을 꿈꾸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생림풍물단은 풍물을 치며 도요창작스튜디오를 가로질러 무대에 올랐다. 신나는 풍물가락 속에서 풍물단은 '농사짓기 굿'을 펼쳐보였다. 도시에서 온 관객들을 위해 사회자는 중간 중간 설명을 보탰다. 모심기, 나락베기, 타작하기 등의 과정이 하나씩 펼쳐졌다. 풍년을 알리는 기쁨은 휘모리 가락으로 빠르게 펼쳐졌고, 객석의 관객들도 빠른 박수로 성원했다. 천승호 김해민속예술보존회 회장은 "생림풍물단이 사계절 동안 농사짓는 과정을 '농사짓기 굿'으로 재미있게 잘 표현했다. 농악은 자연과 사람, 지역공동체를 이루고 모두가 대동단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당극 '산 너머 개똥아'도 도요마을 할머니들의 인기를 모았다. 전통인형극 꼭두각시놀이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해 마당극 형태로 펼쳐 보인 것이었다. 유한 지식인 박첨지가 세상을 유람하면서 느끼고 바라본 우리의 현실, 그리고 이 현실적 혼돈을 극복하는 희망으로서 산 너머 개똥이를 기다리는 기층 민중들의 염원을 그린 연극이었다. 흥겨운 우리가락과 춤, 꼭두놀이, 구수한 재담으로 이어진 무대는 관객들에게 끊이지 않는 웃음을 선사했다.
 
박첨지를 사이에 두고 할매와 각시가 다툼을 할 때 도요 할머니들은 모두 할매 편이었다. 할매가 각시의 힘을 이기지 못해 쓰러졌을 때는 "아이고, 불쌍해라. 할매가 고마 죽어뿌맀다!"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비가 내린 탓에 무대가 젖었지만, 할매는 연극 흐름상 무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도요극장에서 연극을 수차례 본 덕분에 연극마니아가 되었을 정도로 감상 수준이 높아진 도요 할머니 한 분이 말했다. "저 봐라. 무대에 물이 흥건할낀데, 저래 누워 있네. 배우는 배우다!" 할머니의 걱정이 듬뿍 담긴 감상에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사람들이 연극과 상관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22일에는 도요창작스튜디오 문학레지던스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김세한 희곡작가의 연극 '침대밑에 아버지가 산다'가 공연됐다. 이 공연은 바닥에까지 관객들이 앉았을 정도로 만원사례를 이루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틈도 없이 일만 하면서 살아온 한 가장이 결혼기념일 자축을 위해 꽃다발을 들고 귀가한 날, 아내는 초등학교 남자동창과 집으로 들어온다.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내용의 연극이었다. 김세한 작가는 "알고 보니 도요가족극장이 서울의 그 어떤 극장보다 까다로운 관객을 모시는 극장이었다. 문학에 관심이 많은 계층과, 가족 단위, 그리고 도요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많은 생각을 하면서 연극을 만들어야 하는 극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관객들이 연극을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축제현장을 찾은 사람들은 돌아갈 때 기념품으로 도요감자를 구입해 갔다. 정해윤 도요마을 이장은 "이틀 동안 10㎏짜리 약 150박스가 팔렸다. 도요마을강변축제도 도요감자도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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