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문화재단은 김해가 '멜팅 팟(Melting pot·인종의 도가니)' 즉, 다문화 도시인 점을 감안해 내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한다. 내국인들로 구성된 '소소한 체험단'이 김해의 외국 식당들을 돌아다니며 음식문화를 체험해보는 '소소한 식탁' 프로그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인 '다정다감 프로젝트'의 하나다. <김해뉴스>는 '소소한 체험단'과 함께 9개 나라의 음식문화를 체험해본다.


"이런 곳이 있었어요?"

지난 10일 동상동 로데오 거리. 네팔·인도음식 전문점 '두르가' 앞이 시끌벅적했다. '소소한 체험단' 1기 회원들은 새로운 음식문화 체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있었다. 체험단은 20대부터 60대까지 주부, 대학교수, 여행작가, 사진작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11명으로 구성됐다.

"나마스테."

두르가의 주인 마두(38·네팔) 씨가 두 손을 합장하듯 모은 네팔식 인사로 체험단을 맞이했다. 체험단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마두 씨를 따라 "나마스테"라고 인사했다.
 

▲ 김해문화재단의 소소한 체험단이 동상동 로데오거리 네팔·인도음식 전문점 '두르가'에서 음식을 먹으며 맛을 평가하고 있다.
튀김만두 '사모사' 고로케와 비슷해
펀자브 지방 전통 닭요리 탄두리·티카
숯불 향에 레몬 뿌려 입안 가득 상큼함
깐풍기 흡사한 치킨 칠리 가장 인기
생강·계피·찻잎·우유 '차이' 입 깔끔히


네팔은 중국과 인도 사이 히말라야 산맥 중앙부에 위치한 나라다. 네팔인은 크게 몽골계와 아리안계로 나뉘는데 지방과 부족마다 음식, 생활 등이 다르다. 중국 티베트자치구와 가까운 북쪽은 티베트 음식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인도와 가까운 남쪽은 인도 음식문화를 수용했다.

마두 씨가 가장 먼저 내놓은 건 파인애플·망고 '라씨'다. 라씨는 수제 요구르트 음료이다. 여기에 파인애플, 망고, 바나나, 딸기 등의 과일을 섞어 다양한 맛을 낸다. 파인애플·망고 라씨는 흔히 접하는 유산균 음료보다 약간 새콤하면서 부드러웠다.

첫 번째 음식으로 사모사가 나왔다. 삶은 감자, 완두콩, 야채를 밀가루 피 속에 넣어 튀긴 인도식 튀김만두다. 사모사와 함께 참깨와 콩, 향신료, 생강 등으로 만든 노란 소스가 나왔다. 체험단은 접시에 사모사를 옮겨 담고 시식을 했다. 장지은(44·여·구산동) 씨는 "겉보기에는 튀김만두와 흡사하지만 맛은 고로케 같다. 노란 소스에 사모사를 찍어먹었다. 향신료 향이 강해 카레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탄두리 치킨과 치킨 티카가 나왔다.

탄두리 치킨은 인도 펀자브 지방의 전통 요리로, 인도 전역에서 즐겨먹는 음식이다. 탄두르라는 인도 전통화덕에서 구운 음식을 탄두리 요리라고 하는데, 탄두리 치킨은 양념인 마살라를 닭에 바른 뒤 탄두르에서 구워낸 음식이다. 마살라는 요구르트, 고추, 샤프론 등 각종 향신료를 섞어서 만든다.

탄두리 치킨에서 뼈를 발라내고 살만 요리한 게 치킨 티카다. 빨간 색의 탄두리 치킨과 치킨 티카는 체험단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체험단은 음식이 입맛에 맞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닭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김복순 씨는 "향신료 향이 강하지 않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숯불 향도 느껴진다. 함께 나온 레몬을 뿌려 먹으니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고 맛을 평가했다.

접시가 다 비워질 때쯤 치킨 칠리가 나왔다. 다진 닭고기를 칠리소스와 함께 볶은 닭요리. 세 종류의 닭요리 중 체험단이 가장 좋아했다. 체험단은 즐겨 먹는 중식요리 깐풍기와 맛이 흡사하다며 순식간에 접시를 비웠다. 심영주(29·동상동) 씨는 "치킨 칠리는 매콤하면서 짭조름하다. 자연스럽게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 램커리. 커리를 먹을 때는 난에 커리를 덜어먹어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접시가 비워지기 무섭게 난과 램 커리, 프라운 칠리 커리, 팔락 파니르 그리고 베지터블 프라이 라이스가 한꺼번에 식탁에 놓였다. 마두 씨가 음식에 대해 친절히 설명했다.

난은 밀가루와 우유, 계란으로 숙성시킨 반죽을 화덕에서 구워낸 인도 전통 빵이다. 램 커리는 양고기에 인도 향신료와 양파, 우유를 더해 맛을 낸 양고기 커리다. 프라운 칠리 커리는 양파와 고추를 칠리소스와 함께 볶은 매콤한 새우 커리다. 팔락 파니르는 시금치와 커티지 치즈로 만든 시금치 커리다. 커티지 치즈는 우유에서 지방을 분리한 탈지우유로 숙성시킨 치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마두 씨는 "난은 한국의 밥처럼 네팔과 인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다. 난을 커리에 찍어먹지 말고 커리를 난에 덜어 먹어야 한다. 그래야 커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두 씨의 설명을 들은 체험단은 난을 찢은 뒤 난 위에 자신이 맛보고 싶은 커리를 한 숟갈 얹었다.

램 커리는 양고기 특유의 노린내 때문에 다들 먹기 힘들어하는 눈치였다.

커티지 치즈가 들어간 팔락 파니르에 대해서는 극찬이 이어졌다. 3가지 커리 중 체험단의 손길이 가장 자주 간 것은 프라운 칠리 커리였다. 김병찬(29·동상동) 씨는 "오늘 시식해본 음식 중 하나만 추천하라면 프라운 칠리 커리를 선택하겠다. 매콤한 맛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지터블 프라이 라이스는 찰기가 적은 안남미인 인디카쌀(인도쌀)을 이용해 만든 야채볶음밥이다. 김병찬 씨는 "순대 안에 든 당면을 먹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체험단 앞에 차이가 한 잔씩 놓였다. 인도인들이 즐겨먹는 차다. 생강이나 계피 등을 찻잎과 함께 끊인 뒤 우유를 첨가한 음료다. 차이의 계피 향이 입안을 깔끔하게 해줬다.

체험단은 마지막으로 네팔·인도 음식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차철욱(50) 교수는 "예전에 인도를 방문해서 먹었던 램 커리의 강한 향 때문에 램 커리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먹다보니 새로운 음식에도 쉽게 도전하게 되었고 램커리의 맛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음식은 먹으면 먹을수록 익숙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팔·인도음식점 두르가 /구지로180번길 38. 055-335-4786. 램 칠리 커리·프라운 칠리 커리·프라운 커리·팔락 파니르 1만 2천 원.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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