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청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인사를 앞두고 공무원들 사이에 비방, 따돌림이 난무한다는 이야기가 시청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갈등의 정도가 너무 심해 지역사회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6·4지방선거 직후부터 형성됐다. 재선에 성공한 김맹곤 시장이 시청 안팎에서 일부 공무원들에 대한 강력한 인사 조치를 공언했다는 말이 퍼지면서다.

김 시장은 최근 공무원들에게 발송한 서한문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서한문에서 "정치적 중립을 망각하고 부화뇌동한 직원은 보복 차원이 아니라 공무원 본분을 망각한 처사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승진을 앞둔 중간, 고위 간부들은 더 그렇다. '공무원 살생부'가 작성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면서 요동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일손을 놓다시피 한 것은 물론, 일부 간부들의 경우 승진 자리를 다투는 경쟁자들을 음해, 비방한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OO는 시장선거 때 새누리당 김정권 후보를 찍었다"는 게 소문의 요지다. 공무원들 사이의 분열과 갈등이 극심해지자 한 국장은 김 시장을 찾아가 "요즘 공무원들이 상호 비방을 일삼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공무원들을 아우르고 가야 한다"고 건의했다는 말도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권 후보를 지원했다고 소문이 난 한 고위공무원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공무원은 선거 이후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업무를 보러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그는 지인들에게 "김 시장에게 안 좋은 낙인이 찍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나 때문에 동료들이 피해를 볼까봐 스스로 동료들을 멀리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다. 그가 다른 지자체로의 전출을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6·4지방선거 기간 중에 일부 김해시청 공무원들은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거나 간접적으로 두 후보를 도왔다는 말들이 나왔다. 한 고위공무원의 경우에는 김해시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물론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면 인사규정과 선거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카더라'라는 소문과 심증만을 토대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받는다면 이는 생각해 볼 문제다. 공무원 사회의 사기진작과 화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궁극적으로 시민들이 그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김해시공무원노조 인터넷 홈페이지(www.akgo.or.kr) 자유게시판에 이런 글이 하나 올랐다. 연합뉴스 안용수 기자가 쓴 '6·4 지방선거 비포 앤 애프터'라는 주제의 기사였다. 요지는 이렇다.

'6·4지방선거 이전에 대립과 갈등·반목이 여야의 관계를 규정하는 낯익고 음습한 단어였다면, 선거 이후에는 회동 정례화, 지방 연정 등 낯설지만 긍정의 힘을 가진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일부 광역단체를 중심으로 '적진'의 인사를 영입하거나, 정책을 차용하는 파격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선거에서 다퉜던 상대 진영에 인사권을 내주거나 핵심 정책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제껏 금기 사항이나 마찬가지였다. 근소한 표차로 승패가 엇갈린 만큼 진영 논리에 갇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외면하고 정쟁에만 매몰될 경우 언제든지 유권자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자유게시판에 오른 이 글의 제목은 '우리는…'이었다. 이 제목이 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김해에서는 화해, 화합의 정치가 불가능한 것일까'라는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환공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화살을 쏘았던 관중을 재상으로 등용해 '오패(五覇·다섯 명의 출중한 왕)'의 반열에 올랐는데, 김 시장이 눈여겨 볼 장면이 아닌가 한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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