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국내 거주 외국인 운전면허 필기시험, 다양한 언어 지원 재도입 시급하다
영진코리아센터 윤원섭 센터장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가 250만 명을 넘어섰다. 김해시에도 2024년 기준 2만5천여명이 거주 중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지역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안정적인 한국 생활을 위한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운전면허 필기시험 다국어 언어 지원 축소는 심각한 문제이다.
과거 국내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를 포함하여 일본어, 몽골어, 러시아어, 타갈로그어, 캄보디아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등 총 10개 언어로 제공됐다. 그러나 2018년 8월부터 도로교통공단은 필기시험 응시자가 적다는 이유로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를 제외한 7개 외국어 지원을 폐지했다. 이는 국내 체류 외국인, 특히 한국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운전면허 취득의 문턱을 지나치게 높여 사실상 운전면허 취득을 포기하게 만들거나, 불법적인 무면허 운전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했다.
운전면허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생활의 필수 요소이자 경제 활동의 중요한 기반이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농어촌 지역이나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운전면허가 생계와 직결되기도 한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하면, 이들은 취업 기회 상실, 이동의 제약, 그리고 심리적 고립감에 시달릴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 전체의 생산성 저하와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물론 도로교통공단은 예산 효율성과 응시자 수를 고려하여 언어 지원을 축소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는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규모와 그들의 다양한 언어적 배경을 간과한 근시안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인권위원회 또한 난민 등 특수한 상황에 처한 외국인들의 운전면허 취득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 제공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을 제언한다. 첫째, 운전면허 필기시험 외국어 지원을 기존 10개 언어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단순히 응시자 수에 따라 언어 지원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내 체류 외국인의 국적 다양성을 고려하여 언어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외국인 동포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외국인 대상 운전면허 교육 프로그램 강화 및 교재 개발에 힘써야 한다. 언어 장벽으로 인한 학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언어로 된 맞춤형 교재와 온라인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필요시 통역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외국인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들을 포용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운전면허 필기시험 언어 지원을 재도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는 외국인 개인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시키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