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기 발견 어려운 축사시설 화재, 효율적 예방법은
김해동부소방서 애방안전과 변동원 소방교
한순간의 부주의가 수천 마리의 가축을 희생시키고, 평생을 일군 농가의 삶터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축사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생계와 직결되는 심각한 재난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경남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축사 화재는 우리 농촌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위험 요소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경남 합천에서 발생한 돈사 화재는 소중한 인명을 잃는 참극으로 이어졌고, 축사에 있던 가축들 역시 대부분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희생됐다. 이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더 큰 재해로 확산될 수 있었던 중대한 사례다.
최근 5년간 경남 도내에서 발생한 축사화재는 총 205건으로, 재산피해는 113억 원에 달한다. 단순히 숫자로 보면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지만, 피해를 입은 농가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는 절망적인 사건이다.
축사시설의 특성상 대부분 외곽에 위치해 있어 초기 화재 발견이 어렵고, 소방력이 신속히 도착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의 자율적인 화재 예방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은 축사시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핵심 사항이다.
첫째, 축사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전기 불꽃(아크)이다. 일반 차단기로는 감지되지 않는 아크를 막기 위해, 아크차단기 설치가 필요하다. 초기 비용은 들지만 전기화재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다.
둘째, 전선은 쥐나 가축에 의해 훼손될 수 있어 배관으로 보호해야 한다. 노후된 전선은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임의의 전기설비 개조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기본은 전문가 점검과 승인된 시공이다.
셋째, 용접이나 수리작업 시 불티로 인한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 작업 전후 가연물을 치우고, 소화기를 비치하며, 감시자 배치 등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넷째, 축사 간 이격거리를 확보하고, 스티로폼과 같은 가연성 보온재 대신 불에 잘 타지 않는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적 대비만으로도 화재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섯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자의 경각심이다. 화재 예방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평소의 점검과 관심에서 출발한다. '설마'보다는 '혹시 몰라'라는 생각으로 준비해야 한다.
축사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머무는 생계의 공간이다. 화재는 사소한 방심에서 시작되지만,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 화재 예방은 선택이 아닌 책임이며, 일상적인 관심과 실천만이 안전한 농촌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