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
얼마 전부터 신문과 방송에는 낙동강의 녹조에 대한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예년에 비해 녹조 경보가 한 달 이상이나 빨리 발생되었다면서 그 피해와 원인이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문제의 원인생물은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식물플랑크톤이다. 물속에 영양물질이 많아지면 급속히 증가해 물이 녹색으로 변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녹조라 부른다. 이 플랑크톤은 간암을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사멸할 때 물속의 산소를 고갈시켜 물고기나 물 속 생물을 대량 폐사시키기도 한다. 외국에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켰으며 연구도 많이 돼 있는 종이다.
 
지난 5월 하순부터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위에서 설명한 여러 문제들 외에도 녹조는 낙동강에 또 하나의 큰 문제를 일으킨다. 바로 취수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낙동강에선 농도가 너무 짙어 '녹조라떼'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고농도의 녹조가 자주 발생한다. 5~10월까지로 발생 시기도 길어짐으로써 취수에 어려움을 준다. 원수의 수질이 나빠지고 물에서 냄새도 나 수돗물의 수질을 나쁘게 만든다. 낙동강에 많은 취수장을 둔 부산, 경남 사람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물론 김해도 매리, 창암 취수장 등 낙동강의 물을 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김해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비슷한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특히 7~8월에 매우 심각한 녹조가 보였는데 원인생물은 지금과 같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과거 김해지역의 녹조는 오염물질이 많이 유입된 반면 물은 정체되는 바람에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서낙동강은 하류에 녹산수문이, 상류에 대동수문이 막고 있어 하나의 호수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김해와 부산 강서구로부터 오염물질이 계속 유입되어 녹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서낙동강의 사례는 지금 4대강 사업에서 만든 보들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거의 일치한다. 강을 막는다는 것은 생태적으로나 수질적으로나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필자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이 문제를 가장 우려했고, 강연이나 수업에서 녹조 문제가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똑똑해서 예상한 게 아니다. 하천생태학을 배운 대학교 3학년 지식 정도면 이해할 수 있고,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명확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물을 가둔 탓에 수질오염에 취약했고, 자정작용을 하는 수변식생과 모래를 제거했기 때문에 더욱 더 수질이 나빠지는 것이다.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다.

4대강 사업의 목표는 풍부한 수자원 확보이다. 물이 풍부해지려면 물의 양이 많아야 하고 또한 깨끗해야 한다. 물이 아무리 많아도 더러워서 사용할 수 없다면 물이 풍부하다고 보기 힘들다. 낙동강에는 4대강 사업으로 8개의 보가 건설되었다. 현재 낙동강은 물의 양은 늘었을지 몰라도 풍부하지는 않다.
 
김해에는 보가 없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김해 시민들은 앞으로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낙동강의 8개 보에서는 녹조 때문에 썩은 물을 흘려 보내고, 그 물은 김해를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이제 4대강 사업 때문에 생긴 '녹조라떼'는 김해 시민들이 마시는 물이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변여과수 사업이나 고도처리정수시설 확충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썩은 물을 정수해서 깨끗한 물을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물은 1천500만 명이 사용하는 식수이다. 지금부터라도 김해시와 시민들을 비롯해 전 국민이 이 현실의 심각성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럼 '녹조라떼'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해법은 있다. 낙동강을 흐르게 하면 된다. 수천, 수만 년을 흘러왔듯이 자연 그대로 흘려주면 된다. 지금이라도 보의 문을 모두 열어 동맥경화증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낙동강을 살려내야 할 것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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