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행주산성을 찾았다. 사적 제56호인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이 일어난 곳이다.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소라 그런지 여러 유적시설이나 쉼터·광장 등 편의시설이 깔끔하게 잘 조성돼 있었다. 한강을 끼고 펼쳐진 풍광에 시선을 사로잡혀 감탄사를 내뱉다 문득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 최근 취재차 들렀던 적이 있는 김해 분산성은 행주산성의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산성은 닮은 점이 많다.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양산시 어곡동 옛 어곡초 터에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가칭)와 '로컬푸드통합센터'의 불편한 동거가 결정됐다. 양산시의회는 최근 임시회에서 어곡초 터에 로컬푸드통합센터 건립을 승인했다. 이로써 옛 어곡초 본관과 후관은 리모텔링을 통해 문화예술인 공동창작소로 활용되고 운동장 한편에는 로컬푸드통합센터가 신축될 예정이다. 로컬푸드통합센터에는 소규모 가공센터와 로컬푸드 직매장, 스마트팜 실증센터, 교육센터 등이 들어서게 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운동장은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전시장이나 공연장이 들어서야했지만 생뚱맞게도 로컬푸드통합센터 설치가
교육부가 최근 내놓은 대학역량진단평가 관련 취재를 하다 보니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부의 해명 때문이다. 평가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공정하게 평가했다"고만 한다. 대학역량진단평가 탈락 대학들은 당장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것은 바로 학교 이미지 실추. 사업비를 못 받는 것이야 일회성이라 쳐도 한번 실추된 이미지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서다. 각 대학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평가에 사활을 건다. 그렇기 때문에
'김해 방화셔터사고' 피해자인 홍서홍(11) 군은 사고 발생 약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있다. 홍 군의 가족들이 받는 정신적·경제적 고통 역시 여전하다. 그러던 중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홍 군 가족이 월 500만 원이 넘는 간병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하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 지난달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마침 이날은 홍 군의 생일이기도 해 이번 법 제정은 '생일선물'과 다름없었다.앞으로 남은 절차가 있지만 통과될 가
올해 상반기 김해시가 지급한 재난지원금 규모는 경남 18개 시·군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처럼 재난지원금 지급에 다소 소극적인 이유가 있을까 해서 시에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코로나19로 세수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의 이런 설명이 시민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가 1년 6개월째 지속 중인 현 상황은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에 해당되는 공통점이기 때문이다. 진주시를 보면 김해시와 예산이 얼추 비슷하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으로 쓰인 예산을 비교해보면 진주시는 454억 원,
박배일 감독의 '라스트 씬'은 지난 2018년 영업을 종료한 부산의 예술영화전용관 '국도예술관'의 마지막 한 달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다큐에는 국도예술관을 지켜온 이들의 이야기와 이곳을 사랑했던 관객들의 추억, 그리고 휴관을 앞둔 타지역 독립예술극장의 모습이 함께 담겨 있다. 예술영화전용관 한 곳의 부재가 얼마나 큰 상실감을 낳는지 알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경남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마산 창동예술촌에 위치한 도내 유일 예술영화전용관 '씨네아트 리좀'이 적자로 인해 지난 5일부터 휴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리좀 측은 마땅
"누군가에게는 학생 수가 적어 없어져야 할 학교지만, 저희는 그 시절 추억과 마을을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규모 학교로 존폐 위기에 처한 학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학교들을 두고 인근 학교와 통폐합해 한 학교에 학생 수를 더 늘리는 것이 낫지 않냐는 의견들도 있다. 기자도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양산시 동면에 있는 영천초의 존속을 취재하고, 작은 학교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영천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하자 학부모와 총동창회는 문방구를 만드는 등 학교 살리기에 나섰
교육부의 2학기 전면등교를 위한 단계적 이행방안이 지난달 20일 발표되고 얼마 있지 않아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등교 확대 방침이 철회됐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또다시 거세지면서 교육부가 취한 조처다. 김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해교육지원청이 2학기 현장체험학습 등에 대비하기 위해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관련 연수를 마련했지만 요즘 김해지역에서 확진자가 연일 스무 명 이상 나오고 있어 교육계는 비상이 걸렸다. 최근에는 김해 한 유치원의 원아가 확진 판정을 받아 유치원 관계자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도 했다.
환경부가 동물원법 개정에 따라 기존 동물원 등록제에서 허가제로의 전환을 예고하면서 많은 동물원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김해 유일의 동물원인 부경동물원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방문한 부경동물원에선 열악한 동물 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야외 방사장이 없어 동물원법 개정 시 폐장의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동물원 측은 코로나19로 버티기 어려울 만큼의 운영 악화가 찾아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존폐에 앞서 먼저 생각해볼만 한 지점이 있다. 동물원의 개선 방향이다. 동물도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 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닌다는 개념의
지난달 말 김해시 내 현충시설을 취재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인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새겨진 시비를 발견했다. 또 같은 장소에 있던 '전우야 잘 자라' 노래비 역시 친일군국가요를 다수 작곡한 친일파 박시춘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다른 곳도 아닌 애국심을 함양하는 현충시설에 친일파 작품이 여러 개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기자로서 이 같은 사실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취재에 나섰다. 김해시, 국가보훈처 등 관련 기관을 취재했지만 담당자들 역시 이런 내용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첫 보도
지난달 29일 정부가 슈퍼 추경안을 편성하자 김해시도 지난 2일 '2조 350억 원 규모로 추경을 편성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김해시는 타 지자체들과는 다른 계산법을 적용한 듯 했다. 시가 자료에서 밝힌 '2조 350억 원'은 당초예산 1조 9044억 원에 '추경액 1306억 원'이 더해진 '1년 전체 예산 규모'로, 추경과는 구분되는 항목이다. 추경이란 예산의 성립 후에 생긴 사유로 인해 이미 성립된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예산을 말한다. 때문에 시가 발표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마치 추경으로 2조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그 취지에 맞게 김해 지역 현충시설을 재조명하는 내용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김해호국무공수훈자전공비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분명히 이곳은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는 현충시설인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보고 놀랐던 작품은 바로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라는 시가 새겨진 시비였다. 다름 아닌 모 시인은 대표적인 친일파 문학가여서다. 생전에 친일행적으로 인해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으며 공식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다. 문
지난 21일부터 김일권 양산시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해 양산시가 감사를 시작했다. 시는 3주간 백승섭 부시장을 단장으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 인력 없이 진행하는 감사에 시 안팎으로 신뢰성 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 양산시지역위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의문을 품고 있다. 양산시는 인구가 10만에서 35만으로 4년여 만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정의당은 감사 청구를 하면서 시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간 비리 규모도 2000만 원에서 24억 원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민선 지
사람의 성(性)을 사고파는 행위, 즉 성매매가 범죄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성을 상품화해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도덕·성윤리 의식을 해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의 모습을 정교하게 본 따 만든 인형인 '리얼돌'은 어떤가. 진짜 '사람'이 아니라서 성매매는 아니니까 문제될 게 없는건지. 현재 우리나라에서 리얼돌의 수입·판매는 불법이 아니다. 대법원이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까지 깊이 개입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따라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리얼돌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또한 이뤄지지 않은
수도권 집중화와 학령인구 감소는 지역대학에도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최근 만난 지역 사립대학교 한 교수는 "올해는 학교가 홍보팀에 인력을 더 배치하고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신입생 충원이 어렵다보니 대학홍보는 학교 측이 찾아낸 고육지책 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올해 전국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4만586명의 미충원 인원이 발생했다. 특히 지역대학일수록 문제는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남쪽부터) 대학교가 망한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들린다. 하지만 위기
김해 화정초등학교의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위해 최근 관계기관 관계자들이 현장에 모였다. 이 자리에는 시 도로과, 교육지원청 시설과, 경찰서 교통과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신영욱 도의원은 "함께 머리를 맞대면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신 의원의 말처럼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 정문 앞 횡단보도 및 출입문 추가 설치, 후문 인도 조성 등아이들의 안전한 통학로 조성에 한 발짝 나아갔다. 스쿨존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스쿨존 내 사고
얼마 전 취재차 한 교육기관의 채식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기관에선 매주 1회씩 점심식사로 채식을 낸다. 채식을 표방하며 식사를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그러나 막상 음식을 먹어보니 육식보다 맛이 덜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눈 녹듯 사라졌다. '채식은 왜 하는 걸까?, '맛있는 채식'이 가능할까?, 영양소가 부족하진 않을까?' 많은 '육식인'들이 이러한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채식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은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가 150만 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양산 사송지구 내 공사 현장에서 고리도롱뇽이 상당수 발견되면서 환경단체가 고리도롱뇽 구출 작전에 나섰다. 고리도롱뇽은 1급수에서만 생활하는 양서류로, 전 세계에서도 우리나라 양산·울산·부산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희귀한 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고리도롱뇽을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해 보호에 나서고 있다. 이런 귀한 고리도롱뇽이 택지 개발 공사 현장에서 대거 발견된 것이다. 결국 환경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공사 중지를 요청했고, 최근 공사가 중단됐다. 그런데 뜻하지 않았던 변수가 생겼다. 지난 12일 이 공사현장에서
지난 주 어린이날 기획기사 인터뷰를 위해 김해이주민지원 조이센터를 찾았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학생이 있다는 센터 관계자의 말에 "우리말로 의사소통은 가능한가요?"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당연하다는 듯 "그럼요. 한국말을 얼마나 잘하는데요. 한국인 인터뷰 하는 거랑 똑같은 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지금껏 김해지역 외국인 관련 기사를 써오면서 외국인은 우리와 모두 한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지역사회에 전달해 왔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아직 '외국인이면 당연히 한국말을 잘 못할 것'이라는 편견
최근에 김해재활용품선별장 취재 차 방문했다. 김해지역에서 배출되는 재활용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다. 하루 반입량만 70t. 대충 눈으로 봐도 어마어마한 재활용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선별장 정면엔 '쓰레기 분리배출 잘만하면 자원으로 다시 태어납니다'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그러나 이런 바람과는 달리 눈으로 확인되는 재활용 쓰레기는 말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한 직원이 배달음식 용기를 집어 들고 내부를 보여줬다. 시뻘건 양념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플라스틱 용기가 들어있던 검은 봉지도 풀어봤다. 안에는 재활용품이 아닌 컵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