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그 취지에 맞게 김해 지역 현충시설을 재조명하는 내용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김해호국무공수훈자전공비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분명히 이곳은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는 현충시설인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보고 놀랐던 작품은 바로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라는 시가 새겨진 시비였다. 다름 아닌 모 시인은 대표적인 친일파 문학가여서다. 생전에 친일행적으로 인해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으며 공식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다. 
 
문제의 시비는 2003년 6월 세워졌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났다. 나는 또 놀랐다. 현충시설에 친일파의 시가 오랜 기간 새겨져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여지껏 누구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
 
올해는 광복 76주년을 맞는 해다. 76년이 지나도록 일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은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24일 김해시의회에서 일제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 제정조례안이 통과됐다.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이런 일제 잔재를 청산할 근거가 생겼다.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이 조례안이 통과된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를 실행에 옮겨 일제 잔재 청산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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