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김해시 내 현충시설을 취재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인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새겨진 시비를 발견했다. 또 같은 장소에 있던 '전우야 잘 자라' 노래비 역시 친일군국가요를 다수 작곡한 친일파 박시춘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다른 곳도 아닌 애국심을 함양하는 현충시설에 친일파 작품이 여러 개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기자로서 이 같은 사실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취재에 나섰다. 김해시, 국가보훈처 등 관련 기관을 취재했지만 담당자들 역시 이런 내용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첫 보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해시의회에서 '일제잔재 청산' 조례안이 통과됐다. 시의회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겠다고 하면서 청산의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전수조사부터 청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를 시간이 문제였다.
 
다행히 기사를 접한 국가보훈처와 무공수훈자회 김해지회가 "현충시설에 친일파 작품이 가당키나 하냐"며 곧바로 철거 등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청산 소식은 김해시를 통해 재확인했다. 이에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다음달에는 '김해호국무공수훈자' 전공비 뒤편에 있는 친일파 예술가들의 작품이 철거 및 교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 주변에 아직 모를 일제잔재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완전히 청산하려면 관련기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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