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9일 동안 해외 여행을 다녀온 심영주 씨.
"지구에 태어났는데, 지구 한 바퀴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단돈 80만 원을 가지고 2010년 10월부터 2011년 8월까지 299일 동안 해외 여행을 다녀온 심영주(29) 씨의 말이다. 그가 돌아다닌 나라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네팔, 인도, 터키 등 24개국이다. 그의 여정은 최근 한 권의 책에 담겼다. 바로 <걷다. 멈추다. 나를 보다>이다.

여행기 <걷다,멈추다 …>쓴 심영주씨
2010년 혼자 과감히 해외여행 도전

 
심 씨는 김해 토박이다. 김해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세종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에 진학했다. 군대에서 이민규의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를 읽은 뒤 인생을 바꿀 만한 일들을 계획했다.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어요. 당연히 학과는 적성에 맞지 않았죠.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어 군대에서 대입 수능을 준비했어요. 하지만 다른 대학에 진학하지는 못했답니다. 학교를 계속 다니는 건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 김해로 내려왔어요."
 
고향에 돌아온 심 씨는 군에서 계획했던 세계일주를 떠올렸다. 그는 2010년 10월 26일 인천에서 중국 톈진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 그의 지갑에 든 돈은 80만 원이 전부였다.
 
중국에서는 어떠한 계획도 없었다. 여정은 그날 몸 상태와 운에 따라 달라졌다. 피곤하면 가장 가깝고 저렴한 곳에 숙소를 구했다. 다리가 아파오면 차를 얻어타고 이동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500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299일의 일정 가운데 중국에서만 120일 정도를 보냈어요.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정이 참 많았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중국인 한 명을 사귀면 그 친구가 다음 여행지에 사는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줬어요. 중국에서 여행지를 옮길 때마다 친구의 친구, 또 다른 친구의 친구가 처음 본 저를 오래된 친구처럼 구경도 시켜주고, 현지 음식도 맛보게 해줬죠. 3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 중국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고 지내요."
 
중국 등 아시아 여행을 마친 그는 유럽으로 건너갔다. 아시아와 비교해 치안 상황이 나은 유럽에서는 숲이나 동굴 혹은 길거리에서 노숙하기도 했다. 너무 힘든 날에는 카우칭 서핑을 이용했다. 카우칭 서핑은 여행객에게 무료로 잠잘 장소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다.
 
"터키 등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노숙을 시작했죠. 해가 지기 전 오후 6시에 잠자리를 찾아야했어요. 인도 여행을 하다 얻은 침낭이 도움이 됐습니다. 불안감 때문인지 새벽 3시나 돼야 잠에 빠질 수 있었어요."
 
유럽여행을 끝낸 심 씨는 아프리카, 남미를 더 여행할 계획이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했다. 오랜 여행과 잦은 노숙 생활 탓으로 몸에 이상이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정맥류가 있었어요. 오랜 여행 탓에 걷기조차 힘든 상태가 됐습니다. 여행을 멈추면 다시 여행을 떠나기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여행을 중단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몸이 갈수록 나빠져 두 달간 고민하다 결국 돌아오기로 결론을 내렸답니다."
 
심 씨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은 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행기를 썼다. 출판사를 고르다 결국 자비로 책을 냈다.
 
"꿈이었던 해외여행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여행을 통해 자신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최근 동상동 재래시장 안에 건멸치 판매전문점을 차렸어요. 열심히 장사하면서 앞으로 제 미래를 준비해볼 생각입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