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 김해시자원봉사센터에 모인 어르신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비누를 만들고 있다. 한 어르신이 각종 재료를 이리 다듬고 저리 다듬더니 깔끔한 환경비누 하나를 완성했다. 어르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옆자리에 앉은 어르신도 손을 분주하게 놀리고 있다. 남들에 뒤질새라 한 눈 팔 새도 없이 비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김해시자원봉사센터에서 비누를 만든 어르신들은 '사랑 실은 은빛나누미봉사단'(단장 이도재·76)의 단원들이었다. 이들은 '나눔가게'에서 후원해준 폐식용유를 재활용해 친환경 빨랫비누를 만드는 작업을 벌였다.
 
은빛나누미봉사단은 2004년 11월 '김해사랑 실버봉사단'이란 이름으로 탄생했다. 창단 직후부터 김해시 상징물 바로 알리기, 지역 문화재 연구, 홍보캠페인 등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2007년 4월에는 모임의 이름을 '사랑 실은 은빛나누미봉사단'으로 바꾸고 봉사활동 영역을 넓혔다.

 

▲ 은빛나누미봉사단의 어르신들이 김해시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활동의 하나로 환경비누를 만들고 있다.
10년 전 창단 … 경로당 다니며 봉사
가야고 교장 출신 이도재 단장
최근 녹색길 만들기 활동 적극 동참
여름엔 건강 우려 실내서 비누 제작

 
김해시자원봉사센터에서 노인체조와 발마사지 교육을 받은 뒤에는 구산종합사회복지관 경로당, 진례면 고모리 장수마을 경로당 등 지역의 사회복지시설과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체조와 발마사지 등의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8년에는 신영중학교에서 1 대 1 멘토링 봉사를 했고, 2009년에는 김해시드림스타트센터에서 방과 후 교실 아동 학습지도 봉사에도 참가했다. 최근에는 '숲사랑회와 함께하는 우리 마을 녹색 길 만들기' 활동에 동참해 봉황동 유적지~대성동고분박물관~김해국립박물관~구지봉~허왕후릉~김해북문~동상동재래시장~수로왕릉 일대 녹색길에서 환경미화 봉사를 하기도 했다.
 
이도재 단장은 가야고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에서 은퇴했다. 그는 제자의 권유에 따라 봉사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주위 사람들의 추대로 은빛나누미봉사단 초대 단장을 맡은 뒤 지금까지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김해 가야문화를 널리 알리는 봉사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최근부터 시작한 녹색 길 환경미화도 가야문화를 알리는 활동의 하나다.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단원 전효석(76) 씨는 "단장이 너무 성실하다. 늘 가장 먼저 나온다. 단장이 솔선수범하니 단원들은 자연스럽게 따라갈 뿐"이라고 거들었다. 그는 은빛나누미봉사단 단원이면서 김해시외국어봉사단 단장을 겸하고 있다. 단장과 동갑이어서 친구처럼 지내며 오랜 시간 같이 봉사를 해왔다고 한다.
 
이 단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교육자 출신이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에 자주 나선다. 최근 구산동 아동복지센터에서 학습지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유독 말을 안 듣는 학생들이 있어 고생을 했다. 장난이 너무 심해 호되게 혼을 냈다. 나중에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다행히 인사도 잘하고 이후로는 말도 잘 들었다고 한다. 힘들었지만 끝나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였다며 그는 웃었다.
 
단원들의 나이가 많다보니 무더운 여름이 되면 봉사활동에 애로가 많다고 이 단장은 걱정했다. 그는 "녹색 길 만들기는 환경정화 봉사활동이지만 노인들의 여가 활동이기도 하다. 봉사를 하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활동이다. 하지만 야외활동이다 보니 여름이 되면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기온이 높은 날에는 녹색 길 만들기 대신 환경 비누 만들기 활동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이 단장은 "노인봉사단이다 보니 예의를 중요시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교단에 있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지금까지 단원들이 잘 따라줘서 잘해온 것 같다. 훌륭한 봉사단원들 덕에 자부심을 많이 느낀다. 은빛나누미봉사단을 김해를 대표하는 봉사단으로 만들고 싶다. 참되게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해뉴스 /원병주 기자 on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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