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김해문화의전당서 개최
합격 10명 "달라진 모습 꼭 보여줄 것"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해!"
 
지난 25일 오후 4시 극단 이루마(대표 이정유)는 김해문화의전당 상주단체 연습실에서 연극배우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개최했다. 이루마는 '2014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 오는 9월 문화의전당 무대에 청소년 연극 한 편을 올린다. 이 연극에 출연할 배우와 스태프를 뽑기 위해 오디션을 개최했다.
 
대기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너무 떨려서 미칠 것 같아요." 목이 타는지 물을 마시는 학생들도 있었다. 오디션에 임하는 자세를 미리 알려주던 이루마의 최나연 씨는 "오디션 자체를 즐겨라. 심사위원들 앞에서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오디션이 진행된 연습실은 긴장감이 더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연습실이었다. 입구 맞은편 벽면은 바닥부터 천정까지가 다 거울이었다. 그 앞에 4명의 심사위원이 앉아있었다. 연습실 가운데쯤에 표시된 자리에 서니 심사위원들의 예리한 시선이 느껴졌다. 긴장된 모습이 거울에 여지없이 비춰졌다.
 
오디션은 엄격했다. 경상도 지역 정서를 구수한 사투리로 표현하는 배우가 꿈이라는 김동찬(율하고·1) 군은 열심히 연습한 연기 한 대목을 펼쳐보였다. 버릇없는 한 청소년을 어른이 꾸짖는 장면이었다. 동찬이가 사투리 연기를 하고 나자, 심사위원이 "방금 한 연기를 표준어로 다시 해보라"고 주문했다. 심사위원은 "연기는 표준어 구사가 기본이고, 그래야 사투리 연기를 더 잘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현주(김해여고·1) 양은 좀 더 까다로운 주문을 받았다. "심사위원의 주의를 끌 목적으로 문을 열고 노래를 하면서 들어오라"는 즉흥 지시였다. 현주는 밖으로 나가더니 다시 들어와 노래를 부르면서 연습실 가운데에 섰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마지막 몸짓을 연기해보라는 주문에도 나름 성실히 대응했다.
 
오디션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정'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는 기억해도 그 배우가 출연한 영화의 감독을 알지 못하는 학생, 제일 좋아하는 배우가 극 중에서 한 대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학생, 독서가 부족하고 최근의 사회적 현상에 대해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학생…. 그때마다 심사위원들은 학생들이 자기 내면으로 더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면 또 여지없이 날카로운 말 한마디가 날아왔다. "관객을 울리고, 심사위원을 울려야지, 네가 왜 울어!"
 
학생들은 오디션 과정에서 '땀과 노력'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달아갔다. 아프지만 꼭 겪어야 할 성장통이었다.
 
심사위원을 맡았던 이찬우 감독(김해문화의전당 무대운영팀 무대감독)은 "연극은 한 시대의 표현이다. 그래서 배우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연극에 대해 품고 있는 열정을 더 단단히 다지라고, 더 공부하라고 말해주었다"며 "연극은 협업과정이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와 무대 밖의 스태프들이 서로 배려하는 것이다. 오디션을 마치고 실제로 연극 만들기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많이 배우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루마의 배우 최호정 씨도 심사위원을 맡았다. "배우는 화려해 보인다. 학생들은 그 모습만을 동경하는지도 모른다. 좀 더 진지하게 꿈을 선택하고,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디션에 참가한 10명의 학생들은 전원 합격했다. 그들의 열정을 심사위원들이 높이 산 것이었다. 이정유 대표는 "한 달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연기연습을 하고 9월에 공연을 하게 된다. 그 시간은 어쩌면 학생들에게 더 힘든 과정이 될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그 시간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더 내딛는 데 용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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