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바라보는 해당 선거구 유권자들의 표심은 복잡했다. "도지사 시절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보여줬던 능력은 인정하지만 총리후보 시절 도덕성에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고,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다.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지역의 선거라 노풍이 불면 무조건 야권 단일 후보인 이봉수가 승리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 "민심을 무시하는 한나라당을 이번에 심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시민도 있었다.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이번 선거에 무관심한 시민도 적지 않았다.
 
<김해뉴스>는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 12일 김해시를 돌며 시민들의 표심을 들었다.

◆ 김태호의 능력, 도덕성에 발목 잡히나

▲ 지난 10일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구산동 김해운동장에서 운동 중인 시민들을 상대로 표심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김해시민들은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가 경남도지사 시절에 보여줬던 업무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낙마하기는 했지만 총리후보로까지 지명돼 인지도도 높았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김홍선(52·진영읍) 씨는 "총리후보에서 낙마한 것에 대해 사람들의 반감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며 "도지사 시절 그 사람만큼 일 잘하고 이미지 좋은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명진(50·내동) 씨도 "능력있는 사람인데 총리 인사 청문회에서 낙마했을 때부터 안타까웠다"며 "저렇게 힘 있는 사람이 김해를 위해 일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노인층에서 높았다. 김모 할머니(65·내외동)는 "정부가 일을 하는데 너무 방해만 하니까 일을 못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일을 잘할 수 있게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여기에 고무된 듯 "처음엔 한겨울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시민들이 마음을 열어줘 동력이 생기는 것 같다"면서 "시민들이 어려운 경제나 김해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군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과 도덕성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농사를 짓는 홍기태(48·진례면) 씨는 "물가, 구제역, 신공항 문제 등 한나라당과 정부가 도대체 제대로 한 일이 무엇이 있나"면서 "김 후보가 개인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한나라당으로 출마해 손해를 많이 볼 것"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 후보는 중앙당의 지원을 거부하고 '나홀로 선거'를 이어가고 있다.
 
김 후보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도 있었다. 주부인 김유화(34·장유면) 씨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총리후보에서 낙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박연차 게이트로 공석이 된 지역구에 나오는 건 문제가 있다. 자숙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빨리 나왔다"고 말했다. 류광목(40·진영읍) 씨도 "김 후보보다 능력있고 머리 좋은 사람들 많다.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는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김 후보의 도덕성 문제는 선거 기간 끝까지 김 후보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야권 단일화, 노풍 탈까?

▲ 지난 10일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유시민 대표와 함께 김해시 진영읍 일대 상가를 돌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야권후보 단일화를 꼽았다. 노무현 정신 계승을 자처하는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야권의 단일후보로 뽑혀 파괴력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다 억울하게 삶을 마감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진다면 엄청난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택시를 모는 김택수(56) 씨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부터 이곳 민심은 한나라당을 떠났다. 후보 단일화가 늦은 감이 있지만 결국 단일화에 성공해 이제는 승산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모(38·장유면) 씨도 "이명박 정부에 너무 큰 실망을 했다"며 "무조건 야권단일 후보인 이봉수 씨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오모(54세·식당 운영) 씨는 "단일화에 성공해 야권 표가 모일 것이다"며 "이제 야당에게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식당을 운영하는 손수택(37·서상동) 씨는 "단일화는 정치적 야합이라고 생각한다"며 "필요할 때 뭉치고 필요 없으면 다시 갈라서는 모습이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직장인 이장열(35·장유면) 씨도 "야당인 민주당 때문에 보궐선거를 하게 됐는데 야당을 또 선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풍이 불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김권수(48·진영읍) 씨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보니 야당이 유리할 것이다"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이 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정순(52·진영읍) 씨도 "노 전 대통령이 누구 때문에 돌아가셨느냐"며 "이봉수 후보가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라고 자처하고 있으니 그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사저가 있는 진영읍은 대체로 반한나라당 성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류 판매업을 하는 안재홍(48) 씨는 "아무래도 노무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곳이라서 그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지훈(39·진영읍) 씨는 "만약 단일화 후보가 승리한다고 해도 딱히 노풍이 불어서 승리했다고 단정해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이번 선거는 복합적인 요소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 20대 젊은층과 무관심한 부동층도 변수

이번 선거에 대한 중·장년층 남성의 관심은 비교적 높았지만, 20대 젊은층과 일반 여성들은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주말 동안 이루어진 민심 탐방에서 대부분의 20대 젊은이들과 여성들은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이들 '부동층'은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내외동에 위치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 노는 것을 지켜보던 한 아주머니는 기자의 질문에 손을 좌우로 크게 흔들며 "무슨 주부들이 선거에 관심이 있겠냐.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정신이 없다"며 "제발 좋은 사람이 뽑혀 사교육 걱정없이 아이들 좀 키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정길(49·진례면) 씨는 "아직 누구를 뽑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시간을 두고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동수(49·장유면) 씨도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공약은 거창한데 허울뿐이었다"며 "누가 약속을 지킬 사람인지를 잘 판단해서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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