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동 이진캐스빌 아파트 앞 도로. 대형트럭과 학원차량들이 수시로 오가지만 지하도 입구가 시야를 가려 아파트쪽이 보이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다.(사진 위로부터)
운전자 시선 가리는 지하도 입구
수십차례 개선 민원에도 시 '예산타령'
사망사고 후 급하게 투명지붕 교체
주민들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다"

외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8세 어린이가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아파트 앞에 설치된 지하도 입구가 트럭 운전수의 시선을 가렸기 때문이었다. 사고가 나자 김해시는 지하도 입구를 개선한다며 발빠르게 나섰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민들은 오히려 김해시를 비난하고 있다. 김해시가 뒷북행정을 하는 바람에 애꿏은 생명만 희생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4시 30분께 외동 이진캐스빌아파트 정문 앞 도로에서 A(8) 군이 자전거를 타고가다 B(43) 씨가 운전하던 콘크리트펌프카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콘크리트펌프카는 압력을 이용해 고층 건물에 콘크리트를 공급하는 차량이다. B 씨는 아파트 정문 진입도로 우측에 있는 펌프카사무실로 가던 중 지하도 입구 때문에 A 군을 보지 못해 사고를 냈다고 한다.

이진캐스빌아파트 진입로 오른쪽에는 성인 남성의 키를 훨씬 넘는 지하도 입구 두 개가 설치돼 있다. 도로 건너편 일동 한신아파트 쪽에도 마찬가지로 지하도 입구 두 개가 있다. 한신아파트와 이진캐스빌아파트 앞에는 주촌면과 외동 사거리 방면을 연결하는 왕복 6차로 도로가 있어 차량 통행량이 많다. 도로로 달리던 차량이 아파트 입구로 진입할 경우 지하도 입구에 가려 행인을 보기가 쉽지 않다.

총 216가구가 살고 있는 이진캐스빌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할 때부터 지하도 입구 때문에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김해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김해시에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지하도 입구 전체를 철거하거나, 불투명한 재질로 만들어진 입구 지붕(캐노피)을 철거해달라고 수 십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시 공무원은 '예산이 없어 안된다'는 답변만 내놨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3일 교통사고가 나고 이틀 후 현장을 찾아온 공무원도 똑같은 말만 늘어놓았다고 한다.

이진캐스빌아파트 입주민들은 사고 이후 김해시청 인터넷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 10여 건이 넘는 민원 글을 올리고 시청에 항의전화를 걸어 대책 마련을 연이어 촉구했다. 결국 시는 지난 4일 지하도 입구의 지붕을 투명한 아크릴로 바꾸는 공사를 했다.

이진캐스빌아파트 입주민들은 시의 뒷북행정을 비난했다. 입주민 김 모(44) 씨는 "대책 마련 요구에 '예산이 없다'고 하던 시가 무고한 생명을 잃고 나서야 손발을 움직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진캐스빌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하도 입구 지붕을 투명 재질로 바꾸더라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차량 매연 등으로 뿌옇게 변할 것이다. 안전은 여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파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최 모(60) 씨는 "지하도 입구 지붕을 투명 아크릴로 바꿨어도 지하도 입구가 높기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하기란 여전히 힘들다. 언젠가 다시 교통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지하도 자체가 무용지물이다.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밤이 되면 지하도는 우범지대로 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 도로과 관계자는 "이진캐스빌아파트의 건축 승인이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전 조치를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민원이 계속 이어져 반사경과 안전표지판을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붕을 투명 아크릴로 교체해도 지하도 벽면 때문에 자동차 시야 확보가 어렵다. 앞으로 벽면을 투명 아크릴로 변경할 예정이다.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바로 시행할 수 없다. 앞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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