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림CSP가 심각한 용지난을 견디다 못해 김해로 공장을 이전한 지 17년 만에 부산으로 다시 유턴한다. 사진은 주촌공장 주차장에 수북이 쌓여 있는 제품들.

김해지역 중견기업들이 급등하는 땅값과 심각한 용지난, 인력난 등으로 인해 '탈 김해' 현상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김해지역 경제계에 비상이 걸렸다.
 
김해시 주촌면에서 공업용 특수강관을 제조하는 ㈜강림CSP(대표 임수복)는 부산 강서구 화전산단으로 공장을 옮기기로 하고 지난달 6일 신축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또 한국윌로펌프㈜(대표 김연중) 진영공장도 최근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으로 이전하기 위해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해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인근 지역으로부터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했다. 부산과 창원 등 대도시들이 도심 재개발사업을 추진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값을 내세워 변두리지역에 흩어져 있던 영세 제조업체들을 김해로 대거 받아들였다.

당시만 해도 기업유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산업단지조성 계획이 없었던 김해시는 이들 기업들을 조건 없이 받아 들인 것이다. 그 결과 도시는 양적으로 비대해졌지만, 무분별한 공장 난립으로 산이 마구잡이로 훼손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지난해 취임한 김맹곤 시장은 공장이 난립한 도시를 재정비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지역 상공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지 경사도를 11도로 제한하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했다.
 
산업단지 등 제반 시설 열악, 땅값마저 오르고 인력난 심화
세제지원 혜택도 턱없이 부족, 인구 50만 대도시 도약 빨간불

이에 따라 공장 신·증축을 비롯한 기업경영에 제동이 걸렸다. 더군다나 김해는 산업단지시설이 열악하고 인력난이 심각한 데다 최근 땅값마저 크게 올라 기업인들이 3중고를 겪고 있다. 그렇다고 세제 지원과 같은 혜택도 별로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들은 경영 여건이 좋은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형편이다. 여기다 최근 부산시가 강서구와 기장군 일원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다양한 세제지원 같은 혜택을 통해 유출된 기업 되찾기에 나섰다.
 
또 경남지역 타 지자체들도 속속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김해지역 중견기업들의 '탈 김해' 바람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중견업체들이 빠져나가면서 관련 기업들의 이전도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높다.
 
김해상공회의소 조용덕 부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선 다양한 산업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세제지원 혜택까지 부여하는 곳으로 몰려 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들 덩치가 큰 기업들이 김해를 빠져나갈 경우 김해지역 고용시장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업체들의 타격이 가중되는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따라 대거 이동할 수밖에 없어 지역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인제대학교 이상일(국제경상학부) 교수는 "기업체 하나가 빠져나간다고 해서 당장 세수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중견기업의 이탈현상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는 굉장히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업체들이 계속 빠져나가면 도시 인구도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인구 50만을 넘어섬에 따라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인 김해시의 중장기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으로 김해시에 등록된 전체 기업체 수는 총 6천287개로, 이중 종업원 50명 이상 중견기업은 221개(대기업 7개 포함) 업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종업원 50명 이하의 영세업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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