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일반산업단지 개발로 잘릴 위기에 몰린 수령 200년이 넘은 은행나무.
신천산단 예정지 내 200년 수령 두 그루
토지 소유주 "보존 위해 개발지 제외를"
시행사·시 받아들이지 않아 존폐 논란

산업단지 개발 때문에 김해시 시목(市木)의 유래이기도 한 수령 200년 된 은행나무들이 잘려나갈 위기에 몰렸다. 은행나무들이 있는 토지의 소유주가 은행나무 보존 대책을 요청했지만, 산업단지 시행사는 이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해시는 지난 3월 20일 ㈜근해씨엔씨 등 4개사가 신청한 신천일반산업단지계획을 승인·고시했다. 오는 2016년 12월까지 한림면 신천리 산 117번지 일원 25만㎡의 부지에 민간개발 방식으로 산업단지를 만들어 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기타 운송 장비 제조업, 전기·가스·중기 및 공기조절공급업 등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산업단지 예정지에 포함된 부지 가운데 사유지가 95%인 23만 8천㎡이고, 나머지는 국·공유지다. 지목별로는 임야가 전체의 79.7%에 이르고, 전답이 15.2%로 뒤를 따른다. 김해시와 근해씨엔씨 등에 따르면, 산업단지에 포함된 부지 가운데 72%의 보상이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

문제는 허권 씨 소유의 신천리 470번지 대지 869㎡와 신천리 산 109-6의 5만 8천849㎡ 부지다. 허 씨는 이 토지를 산업단지에서 제외해달라고 지난해 10월 산업단지 합동설명회 이전부터 요구했지만, 시행사와 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지난달 31일 김해시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산업단지가 개발될 경우 해당 부지에 있는 수령 200년이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

허 씨에 따르면 신천리 470번지는 김해허씨 가문이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곳이라고 한다. 옛날 '삼우정'이라는 사찰이 있던 곳이다. 서당, 사찰, 공부방이었던 이 곳은 과거 조선시대 때 관료를 두 명이나 배출했고, 일제강점기 때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학자들이 숨어 학문을 닦았다고 한다.

이 곳에 있는 200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는 오랜 세월에도 시들지 않고 해마다 튼실한 은행 열매를 생산하고 있다. 김해의 시목은 은행나무인데, 바로 신천리의 은행나무가 유래라고 한다. 은행나무에서 직선거리로 20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천연기념물 제185호로 지정된 650살 된 이팝나무가 서 있다.

허 씨는 신천산업단지 개발 계획이 발표된 지난해부터 이 곳을 지키기 위해 애써왔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주민 합동설명회 때 사업시행사에 직접 연락해 자신의 땅을 제외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사업시행사로부터 구두로 여러 차례에 걸쳐 제외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다시 확인해본 결과 자신의 땅이 산업단지에 포함돼 있었고, 여기에 토지 보상을 위한 현물 조사를 하러 오겠다는 통지서까지 받았다고 한다. 허 씨는 "일제강점기 때에도 빼앗기지 않은 곳을 이제와서 뺏기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김해는 문화의 도시라면서 산업단지 개발 때문에 유서 깊은 나무와 부지를 없앤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토로했다.

사업시행사 측은 이에 대해 "허 씨의 요구에 따라 해당 부지 문제를 고려하겠다고 한 적은 있다"면서도 "산업단지 지정과 민원은 김해시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김해시 관계자는 "소유주와 사업시행사가 구두로 한 약속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 소유주는 역사적 전통이 있는 곳이라고 주장하지만 용도를 파악하기 힘든 낡은 건물들만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나무들은 소중한 나무인 만큼 베지 않고 시에서 구입해 산업단지 공원에 옮겨 심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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