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여고생 살인사건'(김해뉴스 13일자 3면 보도)과 관련,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수사 담당을 떠넘기느라 시간을 허비한데다, 살해된 윤 양의 모습이 담긴 CCTV도 실종 열흘이 지나서야 확인하는 등 수사상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사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윤 양 아버지 윤 모(50) 씨의 주장과 경찰의 해명을 함께 들어본다.

윤 양 아버지
담당 경찰관 "부산에 신고하라"
수사관할 떠넘기느라 시간 낭비
CCTV도 열흘이나 지나서 확인

김해중부서·경남도경
가출 신고 때 납치는 아니라고 해
수사 진행하면서 단순가출로 판단
CCTV는 수사방향에 영향 미미



■ 아버지가 설명하는 사건
윤 씨가 딸과 함께 김해로 이사온 건 2007년이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딸은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윤 씨는 "전학을 보내달라"는 딸의 말에 따라 1학년 2학기 때 김해로 전학시켰다.

윤 양은 전학한 뒤 별 탈 없이 중학교를 졸업했고 김해의 한 여자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에 갓 입학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무렵이었던 지난 3월 15일 윤 양은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았다. 윤 씨가 딸에게 수십 번 전화했지만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윤 양은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김 모(24) 씨를 따라 집을 나간 것이었다. 이후에는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일대의 여인숙에서 허 모(15) 양 등 여중생 3명과 이 모(25), 허 모(24), 다른 이 모(24·이상 진영읍) 씨 등과 함께 지냈다.

윤 양이 사라지고 나흘 뒤인 3월 19일 윤 씨의 집에서 컴퓨터가 사라졌다. 이웃들은 "처음 본 남자가 가져갔다"고 했다. 윤 씨가 도난 신고를 한 뒤, 경찰은 윤 씨 집 근처의 CCTV에 김 씨가 찍힌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3월 28일 김 씨의 운전면허증에 있던 사진을 크게 확대해 이웃들에게 확인했다. 하지만 이웃들은 사진 속 남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윤 씨는 "운전면허증 사진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사람의 얼굴은 변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그런 사진을 들고 와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알기 힘든 게 당연했다. 경찰에 '김 씨의 차를 수배하면 안되냐'고 하자 '마음대로 수배할 수 없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윤 양은 3월 29일 집을 나간 지 2주 만에 돌아왔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자주 갔던 집 근처 가게에서 전화를 걸었다. 윤 씨는 "딸은 비를 맞은 채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싱글벙글하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옷에서는 담배 찌든 냄새가 났다"고 회상했다.

윤 양은 아버지에게 강제 성매매, 감금, 학대 등에 대해 털어놨다. 윤 씨는 "여자애들이 돌아가면서 성매매를 했다고 한다. 딸도 하루에 한 끼씩 먹으며 2주 간 4번 성매매를 했다고 한다. 딸은 '오빠, 언니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니 벌 받게 하지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남자들은 가출청소년이 아니라 일부러 집에 있던 애를 데리고 나가 성매매를 시켰다. 그리고는 '너희 집이 어딘지 안다. 집에 이 사실을 알리면 가족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곧바로 경찰에 전화했다. 경찰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재워라"고 했고, 윤 씨는 "내일 딸을 데리고 경찰서에 가겠다"고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윤 씨는 3월 30일 부산 연제구의 한 교회에 먼저 들렀다. 윤 씨는 "2주나 교회를 빠졌기 때문에 딸이 빨리 일상에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교회에 먼저 데리고 갔다. 그러나 고등부에서 예배를 하던 딸은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가해 여중생들이 딸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는 말끝을 흐렸다.

윤 씨는 곧바로 담당 경찰에게 전화를 해 "딸이 사라졌다. 강제 성매매도 당한 것 같다"고 알렸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은 "부산에 신고하라"고 했다고 한다. 윤 씨는 "딸이 사라졌다고 하자 경찰관은 어이없어했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3월 31일 김해중부경찰서 청문감사실을 찾았다. 청문감사관이 담당 경찰관과 통화를 하더니 "아동청소년계에 다시 신고를 하라"며 아동청소년계로 안내했다고 한다. 윤 씨는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형사계와 아동청소년계에 전화를 하면 수사 상황이 아직 진행된 게 없다며 서로 미루기 바빴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윤 양의 모습이 담긴 CCTV도 실종 열흘이 지나서야 확인했다고 한다. 윤 씨는 "경찰이 CCTV 확인을 빨리 했어도 수사 방향에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구절절 핑계를 대지 말고 '수사 할 마음이 없었다'고 털어놓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최근 김해중부경찰서 형사과장 등이 찾아와 '언론플레이'를 자제하라'고 하더라"고 털어놓았다.

윤 씨는 딸이 죽은 뒤 다시 부산으로 집을 옮겼다. 딸을 잃은 김해에서는 더 이상 살기 싫어졌기 때문이다. 그는"가해자 변호사는 여중생 3명이 무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더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딸을 죽인 이들을 엄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써 법원과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 김해중부서·경남도경 해명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는 "3월 31일 윤 씨가 가출 신고를 할 때 납치는 아니라고 했다. 또 3월 15일부터 계속 수사를 해오고 있었던 사건이었다. 그래서 가출 신고는 여성청소년계에 하라고 안내한 것이었지 사건을 여성청소년계에 이관시킨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납치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윤 양의 소재 파악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CCTV 확인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김해중부서가 단순가출로 수사한 것에 대해 "윤 양이 이전에도 가출했던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에서는 단순 가출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CCTV 확인이 늦은 것은 잘못 됐다. 윤 양 소재 파악을 위해 주변 인물과 김 씨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다보니 CCTV 확인이 늦어졌다"면서 "CCTV에는 여학생과 윤 양이 떨어져 걸어 나가는 모습만 찍혀 있다. CCTV를 일찍 확인했더라도 수사방향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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