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나 드라마들을 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주연 배우 못지 않게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대중은 이런 조연을 향해 '명품 조연' 혹은 '미친 존재감'이라며 찬사를 보낸다. 이처럼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명품 조연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오랜 연기 경력, 혹은 연극 무대에서의 경험을 통해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 둘째 극중 캐릭터에 맞는 다양한 연기 변신이 가능하다. 셋째 스스로가 빛나기 보다는 영화나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마지막으로 억대를 호가하는 주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연료가 싸, 겹치기 출연이 빈번하다.
 
▲ (상)두부샐러드/(하)두부스테이크
뜬금없이 연예계 얘기를 꺼낸 이유는 우리 음식에서 두부를 대할 때 마다 명품 조연들의 미친 존재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밭에서 나는 고기'인 콩의 영양분을 그대로 지니면서도 소화 흡수율이 높은 두부는 그 자체로 완벽한 식품이다. 맛이 순하고 개성이 강하지 않은 두부는 어떤 음식, 어떤 양념과도 잘 어울린다. 조연으로 사용된 두부는 음식의 균형을 잡아주고, 맛을 부드럽게 하며, 포만감을 더한다. 아울러 그 가치에 비해 가격 또한 저렴해 활용 범위가 넓다. 순두부나 두부전골 등 몇몇 음식을 제외하고는 주연으로 활약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한식에 있어 두부는 말 그대로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다.
 
두부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두부를 당당히 주연으로 내세운 두부요리전문점이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지난 해 말, 김해에도 상륙했다. 서울 옥수동에서 '콩물에 빠진 두부'라는 작은 두부요리전문점으로 시작한 이 업체는 지방 진출 1호점으로 김해시 장유면 율하지구를 선택했다. 최근 장유면 관동리 율하신도시는 외식업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듯 보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가 멀다 하게 새로운 외식업체가 문을 연다. 경쟁은 다양성과 차별화를 견인한다. 김해뉴스의 '맛을 찾아서'가 율하지구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지난 16호에 소개한 약선한정식전문점 '수선재'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두부요리전문점 '콩빠두'를 찾았다. 두 음식점은 각각 창원과 서울이라는 외지에서 기반을 다진 다음, 김해로 진출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콩물에 빠진 두부'를 줄인 콩빠두라는 이름이 우선 흥미롭다. 외국어 느낌이 나면서 입에도 착착 감긴다. 두부를 당당히 주연의 반열에 올려 놓은 콩빠두는, 두부도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맛있게 즐기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음식점 분위기가 대중식당이라기보다는 커피나 스파게티 전문점을 닮았다. 한식의 영역을 확장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남은 문제는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음식에 달렸다.
 
우선 메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두부를 사용한 식사와 요리 메뉴만 15가지에 이른다. 순두부·콩국수 등 정통 요리에서부터 두부스테이크·두부샐러드 등 퓨전 요리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메뉴가 다양하면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란 선입견이 많은데, 두부만큼은 예외로 인정해도 좋다. 콩이 두부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콩물·비지·순두부·모두부·비단두부·유부 등으로 다양한 변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콩빠두에 두부를 사용한 메뉴가 많다는 것은 두부를 직접 제조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음식을 맛보기에 앞서 매일 아침 가게에서 직접 제조 한다는 두부 한 모를 부탁했다. 두부는 만들어진 그 순간이 가장 맛있고 시간이 지날 수록 풍미가 떨어진다. 유통기한이 최대 15일까지인 공장두부의 보존 방법이 아무리 발전했다 한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산 콩과 천일염에서 뺀 간수로 만든 두부는 밀도가 균일하면서도 적당히 탄력을 갖고 있다. 혀와 입천장 사이에 놓고 지긋이 눌렀을 때, 저항감 없이 부서질 정도로 부드럽다. 콩의 고소함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숨은 단맛까지 살짝 느껴진다. '엄친아'라기보다는 사교성 좋은 친구 같은 느낌이다. 두부요리의 주된 재료로 사용되기에는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 (상)두부콩국수/(하)두부두루치기
대표 메뉴인 '콩물에 빠진 두부'는 아주 재미있는 음식이다. 두부씨 집안의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 그릇에 담긴 형국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잠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콩을 물에 불려 갈면 수용성 단백질은 물에 녹아 콩물이 되고, 불용성 단백질과 지방 등은 비지가 된다. 콩물에 염화마그네슘이나 황산칼슘 성분의 간수를 넣으면 단백질은 다시 응고된다. 이를 그냥 뒀을 때, 몽글몽글 맺히는 '단백질 덩어리'가 순두부다. 이것을 하얀 베 보자기로 싸서 꼭꼭 눌러주면, 물은 빠져나가고 하얀 두부 덩어리만 남게 되는데 이를 모두부라 한다. 따라서 '콩물에 빠진 두부'는 콩물이라는 할아버지의 품에 두부라는 손자가 안긴 셈이다. 그 발상이 신선할 뿐만 아니라 고소함 또한 배가 됐다. 양념장을 얹어 먹기를 권하지만, 콩물과 두부의 슴슴한 조화 속에서 우러나는 고소함을 즐겨 보는 것이 좋다. 정 싱거우면 그 때 양념장을 첨가해도 늦지 않다.
 
'콩물에 빠진 두부'를 먹고 있자니, 일본의 두부요리 하나가 떠올랐다. 규슈의 사가현에는 우레시노라는 유명한 온천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서 온천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온천물두부'다. 일본말로는 온센유도후(溫泉湯どうふ)라고 한다. 두부를 만드는데 있어 콩과 간수만큼 중요한 것이 물이다. 온천물두부는 두부를 만들 때 온천수를 사용한다. 온천수에 함유된 알칼리성 성분이 두부를 순하고 부드럽게 만든다. 이렇게 만든 두부를 뜨거운 온천수에 담가 먹는다. 온천수에 담긴 두부가 서서히 녹아 나면서 두부의 뽀얀 색과 풍미가 퍼지는 것이 흥미롭다. 온천욕을 즐긴 후에 온천물두부 한 냄비를 대하고 보면, 별미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콩물에 빠진 두부'도 그렇고 '온천물두부'도 그렇고 두부를 즐겨 먹는 한·일 양국의 기발함이 엿보이는 재미있는 음식이다.
 
▲ 얼큰순두부.
콩빠두의 음식은 전체적으로 두부라는 주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깔끔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대여섯 가지 정도 놓이는 반찬들 또한 자칫 물리기 쉬운 주요리의 맛을 보완 하도록 구성 했다. 두유에 쌀을 넣고 끓인 콩죽은 영양식으로도 좋고 소화흡수도 잘된다. 유아나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참고할만한 음식이다. 채소와 두부에 머스터드드레싱을 올린 두부샐러드는 영양소의 균형이 잘 잡힌 음식이다. 쇠고기·돼지고기·두부를 갈아서 만든 두부스테이크는 아이들이 좋아할 맛이다. 매콤한 오리불고기와 새콤달콤한 볶음김치가 곁들여진 두부두루치기는 궁합이 좋아 입맛을 당긴다. 진한 맛을 강조하려다 비린 경우가 많은, 심지어는 땅콩 가루 등으로 치장을 한 콩국수에 물린 입맛에는 콩국수 또한 추천할만하다.
 
얼큰순두부는 두부 자체가 좋으면 음식의 질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메뉴다. 순두부의 고소함은 살아있으면서도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 또한 일품이다. 매운 양념 속에서도 제 역할을 잃지 않는다. 요리의 균형을 잡아주는 두부의 역할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해장식으로도 더할 나위 없을 듯싶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맛에 반해, 따로 포장을 해서 구입하는 고객들 또한 많다고 한다.
 
▲ 콩빠두의 외부와 내부모습.
국산콩을 사용해 매일 아침 두부를 빚는, 기본에 충실한 점이 우선 돋보인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선택의 폭이 넓은 메뉴 구성은 고객층의 폭까지 넓혔다. 신도시라는 입지에 맞게 가족외식 장소로 추천 할만 하다. 외식아이템으로서 두부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드문 집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웰빙 음식입네 어쩌네 요란하게 떠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 마디 말 보다 음식을 통한 고객의 느낌을 존중한다. 하기야, 두부가 당당한 주연으로서 '미친 존재감'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는데, 더 이상 무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Tip. 어떤 메뉴가 있나 ──────

▶ 식사메뉴 (4,000~7,000원)
 콩물에빠진두부·콩죽·콩국수
 얼큰순두부·순두부라면 등
▶ 요리메뉴 (20,000~33,000원)
 두부버섯전골·두부두루치기
 오리훈제두부보쌈 등
▶ 정식메뉴 (10,000~15,000원)

▶ 두부·순두부·두유 등은 포장 구매도 가능하다.
두부를 만들면서 나온 비지는 무료로 나눠주니 잊지 말고 챙기실 것을 권한다.

주소 : 김해시 장유면 관동리 1075-4
연락처 : 055-325-0821





박상현 객원기자
사진촬영 = 박정훈 객원사진기자 pungly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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