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오·폐수 방류 단속으로 시작
매달 화포천습지 보전활동 전념

지난 여름 장마 쓰레기 처리 비지땀
"봉사 힘 실어주는 김해시 지원 절실"
 

김해 진례와 창원의 경계를 이루는 대암산에서 발원해 13개 지천을 아우르며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화포천은 10년 전만 해도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화포천습지를 중심으로 생태환경을 지키려는 각종 노력이 펼쳐진 덕분에 지금은 멸종위기 9종을 포함해 616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탈바꿈했다. 그 노력의 한가운데에 '화포천환경지킴이'(공동대표 이종우·박덕호)가 우뚝 서 있다.

화포천환경지킴이는 2008년 8월에 결성됐다. 진영 본산농공단지 주변 공장지대의 오·폐수 무단방류 단속 활동을 벌인 게 출발점이었다. 처음에는 봉하마을 주민 등 30여 명으로 시작했지만 2010년 후반기에 봉하마을과 분리해 독립했다. 이듬해에는 김해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에 가입해 지금까지 7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지난달 21일 화포천환경지킴이 회원들과 한울타리가족봉사단 5기 단원 등 100여 명이 화포천중앙습지에서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기 일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짬짬이 시간을 내어 환경봉사 활동을 해온 결과물이 지금의 화포천입니다. 지금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생태의 보물창고죠. 그 동안의 노력과 피땀을 그렇게 보상 받은 것이니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종우 대표는 그동안의 활동과 성과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며 잠시 깊은 회상에 젖었다.

현재 화포천환경지킴이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100여 명이다. 6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주로 가족 단위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회원들은 매달 셋째 주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8.4㎞에 이르는 화포천습지를 지금의 모습으로 바꾸고 지속적인 환경보전 활동을 이어가기에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인원이다. 그들의 노력과 결과가 빛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여름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지 않습니까? 일단 물이 들어차면 회원들이 바짝 긴장을 해요. 물이 빠져나간 화포천습지는 그야말로 쓰레기 하치장이 되니까요."

유난히도 폭우가 잦았고, 장마라기보다 우기라고 불러야 할 만큼 비가 많이 왔던 지난 여름에 화포천습지에서 걷어낸 쓰레기만 해도 30t이 넘었다. 이 회장을 비롯해 회원들이 공식적으로 정화활동에 나선 것만 해도 네 차례였다.

"온갖 쓰레기들이 다 몰려드는 바람에 비만 오면 화포천으로 달려갔습니다.회원들이 치워낸 쓰레기만 10t이 넘었습니다. 나머지는 시에서 처리했어요."

회원들이 바라는 건 성숙된 시민의식이다. "그 많은 쓰레기들이 다 어디서 몰려 들었겠습니까? 함부로 내다버린 시민의 양심 아니겠습니까?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 대표의 하소연은 비단 화포천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데에 생각이 가 닿았다.

지난 7년간의 활동을 통해 얻은 보람도 많았다. 일단 본산농공단지 주변 공장지대의 오·폐수 무단방류가 사라졌다. 거기에 화포천은 50년 전 생태하천의 모습을 되찾았다. 또 2011년에는 폐교 상태이던 한림면 가산초등학교에 사무실과 EM(유용미생물군) 연구센터를 열었다.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회비로 EM액을 직접 발효시켜 도랑과 하천 살리기 사업도 지속적으로 전개해오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지원을 받아 진례 담안마을, 한림 어병·인현·본금곡마을, 생림 하사촌마을에서 사업이 진행됐다. ㈜빙그레, 한울타리가족봉사단, 낙동강환경지킴이, 장신대학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펼친 협력도 큰 힘이 됐다. 이밖에 화포천을 포함한 하천 일대를 대상으로 낚시와 투망을 단속하는 환경감시단 활동과 각종 환경교육, 1년에 3회 정도의 치어 방류사업도 펼쳐왔다.

화포천환경지킴이는 많은 활동을 벌여왔지만 순수 봉사였기에 활동 내용을 체계적으로 자료화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 각 단체, 언론사들로부터 환경대상 후보로 서류를 접수하라는 요청을 받아놓고도 접수를 할 수 없게 됐다. 남들이 알아달라고 했던 봉사활동은 아니었지만,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회원 김병도 씨는 회원들의 노력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시스템'을 언급하며 안타까워했다. "상근자를 두기 힘든 실정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죠. 다른 자원봉사단체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김해시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써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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