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불로 바싹 구워야 고소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뒷통살.
진영 참숯화로구이 전문점 '못대'
삼겹살도 울고 갈 특수부위 지글지글
소금·멸치액젓 곁들여 먹으면 으뜸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 김해에서 일을 끝내고 부산으로 가려는데, 거래처 사장이 맛있는 식당이 있다며 먹고 가잔다. 메뉴가 뭐냐고 물었더니 '뒷통살'이란다. 예전에 창원에서 한 번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한 기억이 있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감성 식욕'이 샘솟는다. 이보다 더 강한 유혹도 없을 것 같다.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서며 기쁨 마음을 감춘다.
 
뒷통살은 돼지의 머리와 목 가운데 부위다. 목살과 비슷하지만 식감이 더 쫄깃하고 고소한 게 특징이다. 20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진영. 단감으로 유명한 진영, 정말 오랜만에 왔다. 신도시 느낌이랄까. 여기도 많이 변했다.

아무튼 우리가 찾은 곳은 '못대'라는 참숯 화로구이 전문점이다. 못대는 석쇠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가 첫 손님이다. 활짝 열린 문 밖에서 토닥토닥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운치를 더한다.

주문을 하고 조금 있으니 참숯이 옹골지게 든 화로가 등장한다. 뒷통살은 강한 불로 바싹 구워야 '꼬시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차림이 정갈하고 좋다. 거기에 김칫국이 예술이다. 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개운하게 끓였다. 달궈진 석쇠에 뒷통살을 올린다. 치이익 치이익 허연 연기를 뿜으며 고기가 익어간다. 노릇하게 잘 익은 뒷통구이는 소금에 찍어 먹고, 취향에 따라 멸치액젓을 곁들이기도 한다. 돼지껍데기와 오돌뼈의 중간쯤 되는 식감에 고소함마저 극에 달하니 특수부위 중 단연 으뜸이다.
 
못대에서는 고랭지 배추로 담근 김치 또한 별미이다.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돼지고기와 기막히게 어울린다. 은박지 호일에 올려 구워 먹기도 하고, 그냥 먹어도 맛이 좋다. 제주도에서 날아 온 오겹살은 어떨까. 충분히 좋은 고기이고 맛도 좋지만 뒷통살의 특별함은 넘지 못하는 것 같다. 감사하게도 가격까지 착하다.
 
고기로 배를 채웠다고 해서 식사를 하지 않으면 한국 사람이 아니지 않나. 짬뽕라면과 된장찌개를 하나씩 시킨다. 새우, 홍합, 꽃게 등 다양한 해물이 든 칼칼한 국물과 탱탱한 면발이 만났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메뉴다. 된장찌개는 무난하게 괜찮다. 좀 더 특별한 맛을 원한다면 뒷통살을 썰어 넣고 취향에 따라 청량고추를 첨가해도 좋다. 참숯화로에서 끓여 먹는 된장찌개는 흔치 않다.
 
식사를 다 끝내고 나니 궁금한 점이 생긴다. 왜 이렇게 맛 좋고 저렴한 뒷통살을 쉽게 만나지 못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뒷통살이 워낙 소량이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잡부위로 취급받다 최근 들어 그 맛을 알고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거래처 사장 덕분에 맛있는 곳을 알게 됐다. 쉽게 접할 수 있으면 금방 질리는 게 사람 심리다. 뒷통살은 자주 맛볼 수 없어 더 끌린다.


▶못대 /진영읍 진영리 1604-5. 055-342-9259. 뒷통살 120g 6천 원, 제주 오겹살 120g 8천 원, 짬뽕라면 4천 원, 김치찌개 5천 원. 영업시간 오후 4시~자정.




김해뉴스
울이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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