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 학급당 학생 수보다 많아 과밀
교실 증설 등도 필요치 따라가지 못해
학군 재조정 처방도 학교 배정 마찰만

장유 율하신도시의 초등학교들이 학생 과밀화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운동회나 점심급식을 2~3부제로 나눠 실시하고 있을 정도다. 교실 증설 공사를 여러 차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학교 배정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다른 일부 학부모들이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 율하의 초등학교들이 교실 과밀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모습.

■ 콩나물시루 교실에 시달리는 아이들
지난 2일 율하동의 수남초등학교에서 가을운동회가 열렸다. 웃음꽃이 피어나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은 다함께 이 시간을 즐길 수 없었다. 운동장이 너무 좁아 운동회가 1~2부로 나뉘어 진행됐기 때문이다. 1~3학년들이 시끌벅적하게 운동장을 뛰어다닌 오전에 고학년들은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 저학년들이 하교를 하고 난 뒤에 고학년들의 운동회가 열렸다.

이 학교의 점심시간은 더 심각하다. 학생들은 1~3부로 나뉘어져 급식을 받는다. 1~2학년은 3교시, 3~4학년은 4교시, 5~6학년은 5교시를 마친 뒤 점심을 먹는다. 이르면 11시 30분, 늦으면 1시 30분에 식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운동회와 점심시간이 두 세 차례로 나뉘는 웃지 못 할 일이 생긴 것은 학생 수에 비해 운동장과 급식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자라는 것은 운동장과 급식실뿐만이 아니다. 교실 수도 크게 부족하다. 수남초등의 학급당 학생 수는 31.6명이다. 학생이 가장 많은 학급은 36명이다. 이는 경남도교육청이 권고한 학급당 학생 수 27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교실이 모자란 탓에 다목적실, 특별실, 방과후교실 등을 일반교실로 변경해 수업에 사용하고 있어 학생들의 활동이 제한받고 있는 형편이다.

학교 건물을 증설해 교실을 늘리면 학급 당 학생 수가 줄 것 같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수남초등의 경우, 앞으로 학생 수가 지금보다 더 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율하신도시에는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많은 게 그 이유다.

수남초등에 다니는 자녀를 둔 허 모(40·여) 씨는 "이런 '콩나물시루 교실'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수업이 가능하겠나. 교사들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학생 과밀은 수남초등뿐만 아니라 율하초등이나 관동초등도 마찬가지다. 율하초등의 학급당 학생 수는 32.7명이고, 학생이 가장 많은 학급은 무려 37명이다. 관동초등의 경우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아 학급당 학생 수가 27.8명이다.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은 학생 수 예측 실패 때문이다. 김해교육지원청은 율하 신도시를 조성할 때 가구당 초등학생 수를 다른 지역의 일반적인 수준인 0.3명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가구당 학생 수는 0.6~0.7명으로 배가 넘었다고 한다. .

율하초등은 2010년 개교 이후 교실을 늘리는 증설 공사를 5차례나 실시했고, 지금도 9개 교실을 늘리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관동초등도 오는 2016년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학생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율하초등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이 모(34·여) 씨는 "어쩔 수 없이 증설공사를 한다지만, 아들이 공사장 바로 옆에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수남초등의 학부모 조 모(37·여) 씨는 "지난해에 3학년이었던 아이는 공부하던 교실 바로 위에서 증설 공사를 했다. 아이가 집에 오면 공사 소음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1년 만에 다시 그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김해시와 김해교육지원청에 교실 증설 반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 학교 배정 놓고 학부모간 마찰도
김해교육지원청은 최근 율하신도시 학군을 재조정했다. 수남초등 앞을 흐르는 조그만 도랑을 경계로 학교군을 나눴던 것을 새롭게 바꾼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 입주한 일부 아파트의 자녀들은 관동초등으로 가게 돼 있었다가 수남초등으로 가도록 바뀌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남초등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는 아파트의 학부모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학교군 배정을 바꾸면 수남초등 학생 수가 더 많아져 학급 과밀이 심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학부모들은 "교육지원청에서 학생 수 예측을 잘 못하고 학교군 배정을 번복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내년에 또 들어올 학생들을 위해서는 교실 증설이 아니라 학교 신설이라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로 배정 받은 아파트의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쫓아내려 한다"며 맞서고 있다.

김해교육지원청은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김해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근처에 초등학교 부지도 없다. 게다가 2020년 후에는 학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당장의 문제 때문에 학교를 신설하는 것은 예산 낭비다. 교실 증설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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