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일 교사 주도 올해 초부터 적용
수업 내내 교사의 역할 최소한으로
지난 11일 전국 교사 80여명 연수
포스트잇의 질문에 대한 답을 홍 교사 혼자만 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서로 친구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며 생각을 확장했다. 수업 시간이 되자 교실이 학생들의 목소리로 더 소란스러워졌다. 홍 교사가 내주는 문제를 포스트잇에 받아 적은 학생들이 문제에 대해 답을 포스트잇에 적고는 옆에 있는 친구에게 자신의 포스트잇을 건넸다. "이건 무슨 뜻이야?" 홍 교사가 내준 문제의 답을 적어 내려가다 궁금증이 생기자 학생들은 서로에게 질문을 하며 답을 구했다. 학생들끼리 답을 하다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을 때는 손을 들고 홍 교사를 찾았다.
홍 교사는 올해 초부터 대청중학교에서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 방식을 적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인 학교에서는 수업이 시작되면 출석을 부르고 교사는 교과서를 읽으며 설명을 한다. 학생들의 역할은 교사의 설명을 이해하고 외우는 것뿐이다. 하지만 홍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방식에서 교사는 학생의 학습을 도와주는 보조역할만 할 뿐이다. 교실에서는 45분 수업시간 내내 홍 교사의 목소리보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오고간다.
거꾸로 교실의 학습규칙은 간단하다. 수업 전에 학생들은 7~10여 분의 수업영상이 녹화된 '디딤수업'으로 미리 학습내용을 익힌다. 이를 바탕으로 홍 교사에게서 받은 체크리스트(확인목록)에 질문을 적은 뒤, 포스트잇에 질문을 적어 수업 직전 질문판에 붙인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교사가 문제를 내면 학생들은 포스트잇에 문제를 받아 적고 문제에 답을 작성한 뒤 옆 친구에게 자신의 포스트잇을 전달한다. 서로 문제의 답을 확인하며 궁금증을 풀어간다. 기본 개념을 익히면 사고 확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무작위 질문하기', '방울토마토 열매 맺기' 등을 통해 친구들이 정리한 문제의 답을 보고 학생들끼리 부연설명을 한다. 친구의 답에 자신의 생각, 의견, 판단 등을 적어나간다.
홍 교사가 거꾸로 교실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초 조나단 버그만과 아론 샘즈의 공동저서인 'Flip your classroom(당신의 수업방식을 뒤집어라)'를 읽으면서부터다. 홍 교사의 거꾸로 교실 수업방식은 오래된 그의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홍 교사는 "지금의 학생들은 교실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교사의 설명을 잘 듣고 이해하면 좋은 학생이 된다. 아무리 잘 설명해도 학생들은 무표정했고 성적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교실에서의 주인공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였다. 학생들에게 학습권을 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업방식에 학생들이 점차 적응해가면서 학생들의 성적 또한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학생들의 3학년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은 중간고사와 비교했을 때 총 354명 중 276명(78%)이 성적이 올랐다. 게다가 전체 학생의 44%인 157명 학생의 성적이 10점 이상 향상됐다.
이처럼 거꾸로교실의 새로운 수업방식이 빛을 발하자 지난 11일에는 거꾸로교실 미니캠프를 열어 전국 80여 명의 교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거꾸로수업 방식에 대한 연수를 가지기도 했다.
홍 교사는 "거꾸로교실의 키워드는 '실패와 과정'이다. 실패와 과정이 없으면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거꾸로 교실에서의 학생들은 더이상 두려움이 없다. 누구나 말하고 표현하고 친구의 의견에 귀 기울인다"고 말했다. 홍 교사는 "학생들에게 실패하고, 경험하고, 연습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거꾸로 교실이 확장돼 많은 학생과 교사가 즐겁게 공부하고 수업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