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명과 면발이 소복이 쌓인 국수.
대동 할매국수 맞은편 국수집 '장터국수'
소복이 쌓인 국수와 고명에 뜨거운 국물
비빔국수에도 멸치국물 나와 '속 시원'

가을비가 조용히 내리는 날. 진한 멸치다시 국물이 그리워 김해 대동으로 향한다. 대저에서 낙동강을 따라 강바람을 맞다 보면 마을이 나타난다. 국도변 한적한 시골마을이지만 이 곳은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너무 유명해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 '대동 할매국수' 때문이다.
 
허름한 작은 국수집 대발 사이로 사발 째 들고 '마시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무엇일까. 강한 마력 같은 게 있는 그 짙고 쌉싸래한 국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거부감이 있을지라도 이게 희한하게 해장에 좋고 중독성이 강하다. 경상도 사나이만 알고 있는 비밀이랄까.
 
낮 12시가 넘어 밥시간이 지났는데도 할매국수 앞은 문전성시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주위에 모여 있는 국수집들은 다 비슷한 맛을 낸다. 사람에 따라 다른 곳이 더 좋다는 이도 있다. 아무튼 세상이 1등만 강요하더라도 국수 한 그릇에 굳이 1등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오늘은 마주보이는 '장터국수'로 간다.
 

▲ 쫄깃한 면발은 씹는 맛이 일품이다.
할매국수의 마니아적인 맛을 대중성 있게 푼 곳이 장터국수이다. 메뉴가 딱 하나뿐,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할매국수와 달리 비빔국수를 주문해도 뜨거운 멸치 국물을 실컷 마실 수 있다.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뽀얀 구포국수가 더 쫄깃하게 느껴진다. 대동에서 국수가 유명한 까닭은 연탄불에 진득이 끓인 멸치다시 때문만은 아니다. 예로부터 낙동강 인근에는 국수 공장이 많았다. 낙동강의 강바람이 건조를 하고 수송까지 원활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나루터에서는 국수집들이 성행했다. 한마디로 낙동강이 키운 국수라는 얘기다. 지금도 구포국수와 밀양 수산국수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널찍한 자리에 앉아 물국수 곱빼기를 주문하고 뜨거운 육수 주전자를 받는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육수에 청량고추와 양념장을 살짝 곁들인다. 에스프레소 커피라도 마시듯 향기를 느끼면서 조금씩 음미한다.
 
함께 간 지인은 어제 술이라도 진탕 마시고 올 걸 하면서 후회를 한다. 그만큼 숙취해소에 좋을 것 같다는 뜻이다.
 
국수에는 고명을 더 부탁해 넉넉히 올린다.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듯 조심스레 육수를 붓는다. 그윽한 멸치 향기에 입속은 침으로 가득 찬다. 혹자는 그랬다. "국수는 먹는 게 아니라 마시는 것이다." 그렇게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 속에서 나는 국수를 마신다. 진한 육수에 흠뻑 젖고 있다. 좀 더 편하게 대동국수를 즐기고 싶다면 장터국수를 추천한다. 이만한 닭이면 굳이 꿩을 찾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장터국수 /물국수 3천5백 원, 비빔국수 4천 원. 김해시 대동면 동남로49번길 7-44(초정리 13-470). 055-335-8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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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이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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