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 커지면 바이러스 저항성 감소
호흡기 점막 건조해지면서 증상 나타나
과다한 약물 복용은 되레 악영향 초래
위생관리와 신체 방어력 향상이 최선

찬바람이 불면서 아침과 저녁의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졌다. 생체리듬에 이상이 생겨 감기 증상이나 각종 호흡기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때문에 기온이 낮아질수록 감기에 잘 걸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감기와 기온은 별 관련이 없다. 왜 그럴까. 갑을장유병원 내과 노동현 전문의는 "이맘때쯤이면 누구나 한 번씩은 겪어보는 질환이기 때문에 감기는 추운 날씨에 잘 걸리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질환이라서 날씨와는 상관성이 낮다. 만약 기침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기온이 낮으면 잘 걸린다?
감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밝혀진 것만 200여 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건조한 날씨에서 활동성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에 영상 5도에서 활동력이 가장 왕성해진다. 즉, 기온의 높고 낮음이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 날씨의 변화 양상에 따른 신체 면역력의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감기라고 할 수 있다.
 
감기는 추운 겨울보다는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더욱 기승을 부린다. 특히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나 가을이 시작될 때 쯤엔 밤과 낮의 기온 차이가 10도 이상 벌어지기 때문에 감기 환자가 많아진다.
 
또 다른 조건으로는 건조한 대기를 꼽을 수 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고 목 안의 섬모운동까지 방해해 감기 바이러스의 번식에 가장 적절한 조건이 된다. 그래서 감기를 상기도감염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감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기 때문에 외부의 기온이나 습도뿐만 아니라 신체의 건강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감기 바이러스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평소보다 위생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식생활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해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노동현 전문의는 "콧물, 기침, 후두염 등을 일으키는 감기 바이러스는 종류도 많고 지속적으로 변종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후처방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며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을 기를 수 있도록 평소 체력 관리를 잘 하고 위생·영양섭취·스트레스 해소 등을 통한 면역력 향상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 약을 먹으면 낫는다?
흔히 감기를 두고 '약 먹으면 2주일, 약을 먹지 않으면 1주일'이라는 말을 한다. 이처럼 감기약을 먹으면 기침이나 고열·통증 등의 증상만 일시적으로 해소될 뿐 신체의 자연방어 능력이 떨어져 회복이 더뎌진다. 약 복용을 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항생제나 항히스타민제, 진통제, 해열제, 소염제, 기침약 등을 잘못 사용하거나 과다하게 복용할 경우 간에서 독성물질로 인식해 해독하는 데 과부하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 경우 간 기능 저하가 초래될 수 있다. 면역력을 높이는 면역세포는 간에서 생성되는데, 과부하가 생기면 결국 면역력이 낮아져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증상이 악화된다.
 
또 해열제나 진통제는 위 점막 보호 기능을 떨어뜨리고, 항생제는 감기에는 효과가 없으면서 내성만 기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약물에 의해 발생하는 심한 피부점막반응인 스티브존슨 증후군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같은 약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온 몸이 가렵고 쑤시는 증상을 보이며, 심할 경우 실명과 함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노동현 전문의는 "면역력 저하와 바이러스 침투에 의한 감기 증상은 신체의 자기방어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완화될 수 있고,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 등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약은 꼭 필요한 경우 짧은 기간에만 복용해야 하며, 만약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계속해서 악화된다면 전문의와 상담한 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따듯한 방에서 땀 빼면 낫는다?
옛날의 부모들은 감기에 걸린 아이들에게 꿀물을 먹인 뒤 뜨거운 방에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땀을 흠뻑 빼고 나면 낫는다고 이르곤 했다. 하지만, 이는 급격한 온도차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감기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8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과 고른 영양섭취, 휴식, 가벼운 운동과 함께 스트레스 요소를 줄이는 것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따듯한 물이나 차를 마셔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해주고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면 백혈구와 면역세포를 강화해 인체 저항력을 길러주므로 감기 바이러스의 초기 증식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 하루 30분 정도 햇볕을 쬐어 비타민D 합성을 도와주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과도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신체방어 능력이 저하돼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흡연이나 음주도 삼가야 한다. 고지방 음식물을 줄이고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도록 식단 조절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삼이나 홍삼 등에 들어 있는 사포닌 성분은 면역력을 높이는 데 좋다. 감기에 걸렸을 때 갑자기 섭취한다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건강관리와 함께 꾸준히 섭취하면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예방에 도움이 된다.
 
노동현 전문의는 "감기에 걸리면 발열·오한·콧물·구토·설사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몸을 보호하기 위한 신체의 자기방어 증상이다. 따라서 감기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호전 된다"며 "요즘 같이 일교차가 크고 대기가 건조해지는 환경에서는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면역력을 기를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 감기 예방의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도움말=갑을장유병원 노동현 내과 전문의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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