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 교육청 감사 의도에 불만 고조
학부모들도 "피해자는 아이들일뿐"
일부에선 "필요한 계층에만 무상급식을"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3일 내년도 무상급식 지원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감사를 하겠다고 한 데 대해 경남도교육청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홍 지사의 발언이 나오자 사천·거제·양산·진주·밀양시와 창녕·함양·하동·산청·남해·거창·함안군 등은 "경남도의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에 뜻을 같이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선언은 김해에서도 시민단체, 학부모,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 "홍 지사의 의도가 불순"
경남도교육청은 전체 초·중·고교생의 63.8%인 28만 5천 명에 대한 내년 무상급식 예산 1천286억 원을 편성했다. 도교육청이 482억 원(37.5%), 경남도가 322억 원(25%), 일선 시·군이 482억 원(37.5%)을 분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 지사가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의사를 밝힘에 따라 내년부터는 경남도 교육청 예산만으로 무상급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경남도의 저소득층 자녀 6만 6천 명에게만 무상급식 지원이 이뤄지고, 다른 학생 22만 명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 경남교육희망 김해지부와 김해교육연대 관계자들이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지원 중단 규탄'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내년부터 무상급식에 타격을 받는 일선 초등학교의 경우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렸지만, 홍 지사의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 선언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이 터져나왔다.
 
A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 빈곤층이 아닌데도 급식비를 지원받는 아동들이 많다. 그 예산을 더 좋은 곳에 쓴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무상급식을 곧바로 중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 것 같다. 이는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B초등학교 교감은 "제한된 교육청의 예산 가운데 무상급식에 쓰이는 부분이 많아 시설 보수 등 실질적인 교육환경에 쓰이는 예산은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재정 사정을 감안하면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택적 복지를 해야 한다. 저소득층, 읍·면 지역학생들에게만 무상급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래도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교육청이 경남도의 산하기관이 아님에도 감사를 하겠다는 것은 교육계를 자기 손아귀에서 주무르겠다는 소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C초등학교 교장은 "무상급식 지원을 복지 포퓰리즘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학생들의 건강, 학습, 건전한 삶 자체를 다 보장해야 하는 게 학교의 역할이다. 의무교육이 당연하듯 국가가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를 하겠다는 것은 여론과 언론을 움직여 급식비를 중단하겠다는 이야기다. 홍 지사가 무상급식 중단 논의의 물꼬를 트자마자, 새누리당이 전국에서 여론화에 나서고 있다. 대체 학생들을 상대로 무슨 정치놀음을 하고 있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김해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감사권이 없는 경남도가 경남도교육청을 감사하려는 것은 도교육청을 무시하는 처사다. 홍 지사는 도교육청을 산하기관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감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상식 이하의 처사"라고 규탄했다.
 
■ 학부모 의견에는 차이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D초등학교의 학부모 이 모(34·여) 씨는 "손바닥을 뒤집듯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하니 당황스럽다. 무상급식이 중단된다면 가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박 모(44) 씨는 "감사를 내세워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세비가 모자라서 무상급식을 지원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맞다. 무상급식이 중단될 경우 결국 피해자는 아이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E초등학교의 학부모 지 모(35·여) 씨는 "1인당 급식비가 적어 학교 급식의 질이 높지 않다. 이렇게 질 낮은 급식을 먹일 바에는 일정액을 내고 좋은 밥을 먹이자는 생각이다. 정말 필요한 계층에만 무상급식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F고등학교의 학부모 김 모(43) 씨는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사실 맞지 않다. 저소득층이나 가계가 어려운 학생들에게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 한동안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한 반발이 있겠지만 세비가 합리적으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의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무상급식 지원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해에서는 경남교육희망 김해지부와 김해교육연대가 10일 김해시청에서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두 단체는 "무상급식은 2010년 지방선거를 거쳐 국민적 합의로 시행됐다. 학교급식은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이다. 아이들이 적어도 밥에서는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면서 "홍 지사는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결정을 철회하고 경남도민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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