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4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연말이 다가오면 다양한 행사, 모임으로 다들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여기에 더해 몇년 전부터 연말이 다가오면 빠지지 않는 것이 지역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독촉전화가 온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40세 이후에는 2년마다 한 번씩 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받도록 되어 있다. 건강검진 대상자는 연중 어느 때라도 건강검진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검진을 차일피일 미루다 연말이 되면 건강보험공단의 독촉으로 검진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개 우리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잡으려 하고, 운동을 하거나 비타민을 챙겨 먹는다. 그러면서도 정작 건강검진은 여러 가지 이유로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 수진율이 워낙 낮아 몇년 전부터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검진을 받지 않으면 사업장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까지 생겼다. 그 덕분에 다행히 건강검진 수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건강검진은 가장 효과적인 건강관리법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질병이 마찬가지이지만 발병 후의 치료보다는 예방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만약 예방이 어렵다면 빨리 발견해서 치료해야 불행을 줄일 수 있다.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데 대해서는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이 부러워한다는 '국가 건강검진제도'가 존재한다.

최근 수검자의 개인 차이를 무시한 천편일률적인 건강검진 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현재의 건강검진 방법은 각 개인이 갖는 위험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형태의 건강검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한 검진 항목으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현행 건강검진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각 개인의 역학적 특성을 고려한 건강검진 체제를 개발해 맞춤형 건강검진제도를 도입해서 건강검진의 질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의료기관에서도 건강검진을 진료행위의 적자를 보전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건강검진이 집단적으로 실시되는 바람에 사전 건강상담이나 신체진찰 등이 형식적으로 시행되거나 생략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수검자도 의사와의 사전 상담이나 신체진찰보다는 각종 검사가 검진의 본질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들이 현행 건강검진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바람직한 건강검진에서는 개인의 연령별·성별·위험요인별 특성을 고려해서 선택적 검진항목을 채택하고, 검진을 할 때 문진을 통한 건강상담·진찰강화를 하는 게 필요하다. 또 환자교육과 예방접종 등을 포함시키는 검진 형태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하겠다.

우리나라는 갈수록 국민의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발병 후 치료를 넘어 질병의 예방과 조기진단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건강상태를 미리 점검하고자 사비를 들여서라도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이제는 천편일률적인 현행 건강검진 제도를 개선하여 개별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건강검진제도를 도입할 때이다. 이를 통해 국가는 의료비를 줄이고 개인은 불필요한 비용을 들여 건강검진을 받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보완에 나서야 할 때이다.

김해뉴스 홍태용 김해한솔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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