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기침 등 기관지·호흡기질환 개선
야뇨증·요실금·손발 찬 데도 큰 효과
마른 잎 성분 혈액순환 장애에도 좋아

과육에 함유된 독소 심한 피부염 유발
은행알 맹독성 물질 중추신경계 중독
하루 어린이 3알, 어른 10알 미만 적당
오염물질 흡수 가로수 열매 섭취 금물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던 은행이 깊어가는 가을 길거리에서 차츰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더러는 봉지에 제법 많은 분량을 모아 가져가는 모습도 있었고, 고약한 냄새 때문에 진저리치는 풍경도 연출됐다.
 
가정에서도 손쉽게 구워 먹을 수 있고,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은행. 이 은행이 호흡기질환에 좋다는 것쯤은 상식이다. 하지만 과하게 섭취하면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알고 먹으면 약이 되지만 모르고 먹으면 독이 되는 은행의 효능과 유의점에 대해 알아보자.
 
■ 은행의 효능

은행의 한약재 이름은 '백과(白果)'이다. 원산지는 중국이며, 송나라 때 처음으로 공물로 바쳐지기 시작하면서 은행(銀杏)으로 불렸다. 작은 살구와 비슷하고 씨앗의 색이 흰색이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고생대에서 나타나 쥐라기에 번성했고 빙하기에도 살아남은 식물이다. 때문에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린다. 과실은 10~11월에 채취하며, 다육질의 과육 부분은 제거한 뒤 씨앗을 말려 식용이나 한약재로 사용한다.
 
은행의 일반적인 효능은 천식·가래·기침·결핵 등의 기관지 및 호흡기 질환을 개선하는 것이다. 낮 동안에는 소변을 잘 가리다가 밤에만 오줌을 지리는 아이들에게도 좋다. 즉 '야뇨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 노인들의 경우 요실금을 개선시켜주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몸이 찬 여성들이 은행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 지고 소변을 잘 보는 데 도움이 된다. 칼륨이 풍부해 체내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작용도 하며, 베타카로틴 성분은 시력 개선과 신체의 저항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마른 은행잎 속의 '징코빌로바' 성분은 혈액순환 개선 및 신경재생에 특효가 있다. 때문에 추출물은 약물 성분으로도 많이 활용되는데, 다리가 저려서 갑자기 쓰러지는 '간헐적 파행'과 손끝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픈 '레이노증후군'에 효과가 있다. 손발이 차가워 지는 '혈액순환장애'와 나이가 들면서 깜빡깜빡하는 '기억력 장애' 개선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색 은행잎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폴리프레놀·유기산 등은 식중독균·대장균·살모넬라균·리스테리아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특히 곰팡이에 효과적인데, 잎을 갈아서 즙을 희석한 것을 분무기로 뿌리면 천연항균제로는 그만이다.
 
활천경희한의원 이현효 원장은 "은행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다. 폐와 위의 탁한 기운을 맑게 하고 기침과 숨이 차는 걸 치료하는 데 효능이 있다"며 "그외에도 폐를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북돋우며, 소변 횟수를 줄이고 소변이 뿌옇게 되는 증상을 치료하는 데 약재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 중독성과 섭취 방법
은행의 씨앗을 감싸고 있는 과육에는 피부염을 유발하는 독소가 들어 있다. 피부를 자극해 수포를 형성하고, 심하면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 때문에 은행을 깔 때는 반드시 장갑을 껴야 한다.
 
은행은 다양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날것으로 먹으면 중독을 일으키기 쉽다. 계절적으로 맹독성 청산화합물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섭취 후 나타나는 중독 증상은 중추신경계에서 주로 나타나며, 구토와 정신혼미·체온상승·호흡곤란 등을 동반한다. 얼굴색이 파랗게 변하거나 동공이 축소되고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도 섭취 후 1시간에서부터 12시간까지 다양하다.
 
중독 증상이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나이가 어리고 체력이 약할수록 중독 가능성과 사망률이 높다. 따라서 하루 섭취량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이는 2~3알, 어른은 10알 미만이 적당하다. 특히 5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이현효 원장은 "임상적으로 30대 중반의 여성이 70~80개의 은행을 전기오븐에 구워 먹은 뒤 4시간만에 경련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며 "이러한 사례는 성인뿐만 아니라 소아의 경우에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음이 논문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보관법은 짧은 기간 안에 사용하려 할 경우 껍질을 까지 않고 서늘한 곳에 두면 된다. 장기간 보관할 경우에는 껍질을 제거한 후 냉장보관 하면 된다. 유리병에 식용유를 넣어 함께 보관하면 6개월까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가로수 은행나무 열매의 경우에는 되도록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이현효 원장은 "은행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오염물질 흡수율이 높은 가로수"라며 "공장지대나 자동차가 빈번하게 지나다니는 도로의 경우에는 질소산화물과 엔진 불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 중금속 등의 농축도가 높기 때문에 오염된 환경에서 자란 은행나무의 열매는 당연히 몸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되도록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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