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최근 '내년도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그의 선언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무상급식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뒤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고, 청와대는 "무상급식은 대통령 공약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일종의 '지원사격'인 셈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는 어땠을까. "무상급식은 의무급식"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무상급식 유지를 당론으로 채택한 셈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은 "확대되는 복지에 대한 재원 부족은 오래 전부터 예견됐다. 재원 대책 실패로 무상급식 중단을 종용하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무책임하고 한심하다"고 질책했다.

이처럼 무상급식 문제를 둘러싸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김해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맹곤 김해시장이 '당론'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는 홍 지사의 편을 들면서 김해에서도 내년부터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김해시의원은 "당혹스럽다. 두 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있는 상황에서 경남 유일의 야당 단체장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사람이 당의 방침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해교육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발끈했다. 일반 시민들은 "저 사람이 왜 저러지"라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김 시장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기 시작한 직후부터 홍 지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홍 지사는 지난 9월 갑자기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이 때 김 시장은 가까운 거리에서 '얌전하게' 홍 지사를 수행했다. 홍 지사가 노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며 고개를 숙였을 때, 김 시장은 그 뒤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왠지 낯설고 난해한 장면이었다. 이후 김 시장이 지난 추석을 전후해 홍 지사와 골프를 친 것을 비롯해 여러 차례 만났고, 심지어는 독대를 요청해 밀담을 나누었다는 이야기가 경남도청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이 때문에 아예 김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버리고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김 시장은 이미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탄 전력이 있는 터였다.

그렇다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지 반 년도 채 안 된 김 시장이 홍 지사에게 접근을 하고, 나아가 홍 지사의 편을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성 매수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점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가 검사 출신인 홍 지사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경남지역의 정치권과 검·경 주변에서는 "경찰 등이 홍 지사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는 말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김 시장에 대한 수사가 유야무야 될 것이란 소문도 나돌았다.

그런데, 김 시장은 현재 기소(재판에 넘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 시장 본인도 기소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홍 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 불가 방침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 시장이 계속해서 홍 지사의 역성(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무조건 한쪽 편을 들어 주는 일)을 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시장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유권자들이 그토록 우습게 보이는가.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