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을 기울인 음식은 표가 납니다. 보기에도 좋고 몸에도 좋고…." 20년 친구인 장유수(오른쪽) 김해예총 회장과 '오리통' 박영재 사장이 음식을 맛보고 있다.
일반 오리고기보다 맛과 향에서 뛰어나
들깨가루 얹은 과일소스와 어울려 진맛
6가지 한약재 육수 넣어 만든 오리백숙
야들야들 고깃살 씹는 맛 좋은 보양식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은 몸에도 좋고 마음에도 큰 위안이 됩니다. 몸에 좋은 음식 먹고 힘내서 일합시다."
 
김해예총 장유수 회장이 '나와 맛집' 인터뷰에 응하며 한 말이다. 장 회장은 김해예총 회장 직무대행을 하다가 지난 1월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4년. 8개 지부 800여명 회원이 활동하는 김해 지역 최대 전문예술가집단의 대표가 된 것이다. 그는 회원들의 활동현장인 전시회며 공연장에 빠짐없이 참석해 축하와 격려를 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와는 늘 그 현장에서 만나곤 했다.
 
"몸에 좋은 음식 먹고 힘내서 일하자"며 장 회장이 추천한 맛집은 구산육거리 인근 현대병원 뒤 '오리통'이었다. 오리통의 박영재(52) 사장은 장 회장의 20년 친구라고 했다.
 
생오리소금구이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소스와 밑반찬과 함께 생굴이 한 접시 올라왔다. 박 사장은 "고기가 익을 동안 맛보라"며 "이 계절은 생굴 맛을 볼 때이다. 내가 먹는 음식,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 생각하니 제철음식으로 곁 음식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흥동에서 참숯불구이집을 하다가 몇개월 전 오리통을 개업했다. "이 집이 한옥이잖아요. 집 모양이 너무 좋아서 이곳에서 음식장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몸에 좋은 오리고기로 건강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었지요." 고기를 굽는 불판 밑에는 전기렌지가 있었다. 가스는 냄새가 나고 몸에 안 좋을 것 같아서 전기렌지로 바꾸었다고 했다. 음식을 만들고 고객을 접대하는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몸에 좋은 것인가' 하는 것이 오리통의 영업방침이라고 했다. "오리통에서는 청둥오리 생고기를 씁니다. 일반 오리고기 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맛과 향이 뛰어나고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지요." 박 사장이 직접 불판에 오리고기를 얹었다.
 

▲ 생오리소금구이 차림
고기를 찍어먹는 소스는 직접 만든 것이었다. 사과, 배, 키위 그리고 과일 몇 가지가 더 들어간 과일소스였다. 밝힐 수 없는 재료도 있다고 했는데, 무척 궁금했다. 소스 맛은 새콤달콤 그리고 매콤했다. 소스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게 있었으니 들깨가루였다. "과일소스에 들깨가루를 넣자고 한 것은 고객"이라고 박 사장이 설명했다. "허창두 마산대 한약재료학과 교수, 박병삼 씨. 제 친구들인데 과일소스를 맛보더니 몸에 좋은 들깨가루를 넣어보라고 하더군요. 손님들이 맛있다고 야단들입니다. 고기를 한번 찍어 먹어보면 그 이유를 아시게 될 겁니다."
 
노릇하게 익은 고기를 소스에 찍어 입 안에 넣었다. 달콤새콤하면서도 매콤한 소스, 고소한 들깨가루가 고기의 맛을 한층 더 높여 주었다. 고기 특유의 잡맛이나 냄새가 사라져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곁들여 내 온 야채도 풍성했다. 전문 쌈집이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치콘, 홍연채, 비트, 적근대, 황근대, 신홍쌈배추, 당귀, 뉴비트 등 유기농 쌈채들만 있었다. 일명 '입 벌어지는 쌈'이었다. 박 사장은 김해의 새벽시장, 부산 농산물시장, 김해 써니마트 등 야채가 좋다는 곳이라면 어디든 직접 찾아가 구입한다고 했다.
 
장 회장이 쌈채를 몇 장 놓고 고기를 얹어 크게 한 입 먹었다. "정성을 기울인 음식은 표가 납니다. 보기에도 좋고 먹으면 몸에도 좋고…. 중요한 손님을 만날 때나, 가족과 외식을 할 때 오는 집이에요." 장 회장은 야채에 곁들이는 된장소스에도 정성이 가득하다며 맛을 보라고 권했다.
 
그러고 보니 된장소스 안에는 각종 견과류가 들어가 있었다. 아몬드, 해바라기 씨, 땅콩 등. "주부 고객들이 '이 집은 된장이 맛있다. 비싼 고명을 이렇게 넣어서 만들면 손해나지 않나'라고들 말하지요. 그렇게 알아주고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지요." 박 사장이 말했다.
 
▲ 오리백숙·찰밥.
고기가 익어가는 불판 옆에는 오리백숙이 놓여졌다. 젓가락을 대니 야들야들한 고깃살이 스르륵 찢어졌다. 함께 나온 찰밥은 찹쌀, 녹두, 검정깨 등 몸에 좋은 곡식을 섞어서 짓는다고 했다. 백숙이나 오리탕은 좋은 한약재로 만든 육수에서 끓여낸다고 했다. 점심메뉴인 탕류에도 당귀, 오갈목 등 6가지의 한약재가 들어간 육수를 사용한다고 했다. 국산 한약재를 직접 구입해 쓴다는 말도 곁들여 졌다.
 
장 회장은 박 사장에게 음식 소개를 마음껏 하라고 했다. 본인은 말을 아꼈다. 그는 "박 사장과는 20여 년 전 일하면서 만난 친구사이"라며 "박 사장이 바운스 합창단 단장이다. 얼마 전 김해예술제에서 공연도 했다. 이제는 예술 현장에서 만나는 사이가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 사장이 음악인이다 보니, 오리통에서는 지난 10월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입구쪽 테라스에서 연주와 합창 공연으로 음악회를 연 것이었다. 박 사장은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오리통에서는 매년 가을마다 작은 음악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영업장에서 고객들을 위해 음악회도 열어주니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말을 보탰다.
 
최근에 김해예술제를 끝낸 김해예총은 이제 '예술인의 밤' 행사를 앞두고 있다. 1년을 마무리하는 행사이다. 장 회장은 "임기동안 할 일이 많다. 김해가 대도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계에까지는 충분히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이제는 문화예술사업에 신경을 써야 할 때이다. 예총전용회관, 예술인 복지 향상 등 하나하나 이루어가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다"며 "문화관광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술분야에 대한 예산지원이다. 아직은 그 문제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이 예술의 기반을 다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김해예술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늘 바쁘니 '화가 장유수'는 도대체 언제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한밤중에 그림을 그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집의 거실에 항상 이젤이 펼쳐져 있어요. 집에 돌아가면 잠들기 전에 꼭 한 두 시간은 그림을 그리고 나서 잡니다. 저는 화가니까요."


▶오리통 /구산로 19번길 6. 현대병원 뒤. 055-339-9259. 생오리소금구이 3만 5천 원, 오리양념불고기 3만 7천 원, 청둥오리한마리탕 3만 5천 원, 점심특선-오리불고기정식 9천 원, 오리보양탕 8천 원, 청동오리뚝배기탕 8천 원.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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