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술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굳이 마시지 않아도 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런저런 연말행사에서 음주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비교적 관대한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다. 만약 미국에서 전날 과도한 음주로 아침 출근이 늦어지면 그 사람은 '알콜중독'으로 의심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라는 동정론이 더 많다.
 
'다시는 안 마셔야지' 하는 다짐은 모임자리에서 '정' 과 '강요'에 의해 쉽게 무너져 버리는 것이 우리나라 음주문화의 실태이다. 적정 음주가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적정음주' 때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적정음주란 각 술에 따르는 잔(소주잔, 맥주잔, 와인잔 등)으로 여성은 한 잔, 남성은 2잔 이내를 의미한다. 그러나 술자리에서 그렇게 마시다간 핀잔을 듣기 일쑤이다. 연말, 술과의 전쟁에서 어떻게 건강을 지켜낼 것인가.
 
과음이나 만성음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강을 손상시킨다. 간 질환, 위장병, 구강암·유방암 등 각종 암, 치매, 골다공증 등 거의 모든 질환의 원인이 된다. 또 교통사고, 익사사고, 안전사고, 범죄 등의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술과 관련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주실태 조사에서 음주자의 약 30%가 1주일에 4회 이상 마시는 과음자, 약 절반이 1주일에 2~3번 마시는 적정음주자, 나머지 20%가 1주일에 한 번 이하로 마시는 소량 음주자라는 통계가 있다.
 
적정음주자라는 용어에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다. 알코올 중 에탄올이 몸 안에 들어와서 몸 밖으로 모두 배출되려면 평균 2~3일 정도 걸린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술을 마시더라도 적어도 2~3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마셔야 그나마 알콜에 의한 건강 손상을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것도 적당한 양을 마실 때의 이야기다. 폭음이나 과음은 다른 문제이다. 알코올이 갑자기 몸 안에 다량 들어오면 초기에는 인체의 혈관을 확장시켜 열이 나거나 혈압을 일시 상승시킨다. 점차 알코올 농도가 증가하면 신경계의 억제 효과, 혈관수축 등으로 인지기능 및 판단력, 신체조절기능 등이 마비된다. 또 체온·혈압 저하를 일으켜 심하면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
 
피할 수 없는 술자리가 있다면 가급적 천천히, 적은 양을 마시는 게 좋다. 그리고 물을 자주 섭취하여 알코올을 희석시키거나 소변 배출을 원활히 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조절하는 게 현명한(?) 술 마시기 방법이 되겠다. 음주를 한 후에는 적어도 2~3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다음 술자리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소년, 여성들은 어른 남성에 비해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청소년기에서 성인이 될 때 건전한 음주습관을 위한 교육이 꼭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에 대한 지식은 대부분 비합리적이고 이중적인 경우가 많다. 음주자들 대부분은 '술에는 장사가 없다', '술은 조절이 어렵다'는 데에 동의를 하면서도 과음과 폭음을 거듭한다. 자신의 자존심과 건강 그리고 가족의 안녕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취하는 것은 정신력 문제'라고 주장하면서도 '왜 정신력이 취하지 않게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못한다. 술을 마시면 당연히 취하는 것이고, 많이 마셨을 경우에는 장사가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일까. 술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이 연구를 통해 널리 퍼져야 하며 건전한 음주관리법이 교육되어야 할 이유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닐까.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