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가 창간 4주년, 지령 200호를 맞았다. <김해뉴스> 임직원들은 지난 4년 동안 그야말로 가시밭길과 흙탕길을 지나 왔다. 때로는 안내표지판 하나 없는 험하고 캄캄한 산길을 헤매었고, 급류가 휘몰아치는 강을 거슬러올라야 했다. 온갖 저급한 오해와 억측, 근거 없는 음해와 비방의 칼바람도 견뎌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김해뉴스>는 '정론직필(正論直筆)'을 고수해 왔다. '삽을 삽이라 하고 무화과를 무화과라 하겠다'던 창간 선언을 충실히 지켜왔다. 부당한 권력과 금력이 민·형사 소송과 광고 중단 등의 수단을 동원해 압박해 왔지만, <김해뉴스>는 그럴수록 더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 김해의 원로 서예가 허한주(83) 작가가 <김해뉴스> 창간 4주년 및 지령 200호를 축하하면서 '직필위민(直筆爲民)'이라는 글을 보내왔다. '올바른 보도로 백성을 위하는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불미스런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차라리 그것은 티끌에 불과했다. 수많은 김해 시민들과 독자들이 뒤에서 등불을 밝혀주었고, 앞에서 밧줄을 내밀었다. 그 응원을 바탕으로 <김해뉴스>는 뚜벅뚜벅 대장정을 치러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창간 4주년을 맞아 '취재수첩'을 꺼내 펄쳐 본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일하는 박진국·전대식·서영지·황효진·강민지·구민주·김항룡·최윤영 기자와 현재 <김해뉴스>를 지키고 있는 남태우 편집국장, 김병찬 부장, 박현주 차장, 김명규·김예린 기자와 입사 반년도 채 안 된 조나리·정혜민 기자의 생생한 증언들을 들어 본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역 언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명함 한 장 들고 동분서주 힘겨운 날들
어느듯 "고급스러운 김해 이야기들"


■"<김해뉴스>? 시보 말인가요?"
"<김해뉴스>라고요, 뭐 하는 덴가요?"

창간 초기에는 취재를 하러 갔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듣기 일쑤였다. 취재보다는 <김해뉴스>를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정도였다. 전화로 섭외를 할 때는 사정이 더했다. '부산일보 자매지 <김해뉴스>'라고 하면 나중에는 '부산일보'만 기억하고 <김해뉴스>는 잊어먹는 취재원들이 적지 않았다.

<김해뉴스> 창간 멤버인 서영지, 황효진, 강민지 기자는 신문의 실체가  없었던 탓에 명함 한 장만 달랑 들고 곳곳을 누벼야 했다. 그런 열악한 환경 아래서 창간호가 발행됐다. 지금 생각하면 신문을 제시하면서 "<김해뉴스>입니다. 취재하러 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힘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사실 요즘에는 "<김해뉴스>를 아세요?"라는 질문이 "<김해뉴스> 보신 적 있으세요?"로 바뀌었다.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알지만 아직까지도 신문을 본 적조차 없는 시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시민들도 신문을 접하고 나면 태도가 확 달라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김해 이야기네요." "신문이 고급스럽네요."

나아가 "신문 잘 보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공무원, 취재원들도 많이 늘었다.

최근 들어서는 '신문을 좀 볼 줄 아는' 시민들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김해뉴스> 기사는 전부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기사군요.  그래서 구독료를 받는군요. 그래서 공짜가 아니군요!"

하지만 취재를 다니다보면 아직도 <김해뉴스>를 <김해시보>와 혼동하는 시민들이 있다. 그럴 때면 설명을 한다. <김해시보>는 시정을 감시하는 언론매체가 아니라 시정 홍보지라고.

취재 거부하던 공무원과 취재원들
때론 "고맙다" "동료 같다" 칭찬까지


■"취재하러 온다고, 왜?"
<김해뉴스> 창간 당시의 기자들은 김해시 공무원들이나 다른 취재원들로부터 "왜 취재를 오느냐"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 기자가 취재를 하러 가겠다는데 공무원들이나 취재원들은 당황스러워했다. 그들은 "보도자료를 보냈다. 그대로 쓰면 된다. 직접 취재를 하러 온다고? 당황스럽다.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 단체에서는 "기자가 취재를 하러 다니나요? 더구나 문화부 기자라니, 너무 생소한데요"라는 말도 했다. 그런 열악한(!) 실정에서 신문이 발행됐다. 해당 공무원은 "보도자료보다 더 자세하게 잘 써 줘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해 오기도 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2011년 여름에 돼지 구제역이 발생했다. 전국이 시끄러웠다. 돼지 매몰지를 취재하러 주촌면 원지리 대리마을을 찾았다. 마을 이장을 찾아가 "매몰지를 직접 보고 싶다"고 했더니, 이장은 "공무원들도 안 가는 곳을 기자가 왜 가려고 하느냐"면서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한동안 오전에 <김해뉴스> 기자들이 경찰서를 찾아가면 경찰들은 당혹스러워했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건 사고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기 때문이다. 한 경찰은 '아직 보도자료를 만들지 않아서'라거나 '보도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내세워 답변을 회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김해의 경찰들 중에서 <김해뉴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산경남지역 언론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4명의 기자가 김해중부경찰서와 김해서부경찰서를 출입한다는 사실을 경찰은 다 알고 있다. 한 경찰간부는 자신만 챙겨먹던 홍삼액을 잔에 따라주면서 "3년 넘게 매일 보다 보니 마치 동료 직원 같다"며 웃었다.

<김해뉴스>가 창간 3년 정도를 맞았을 때, 김해시청 공무원들의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 이들은 여전히 "<김해뉴스> 기자가 취재를 하러 온다고?"라는 말을 했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다른 언론과 달리 <김해뉴스> 기자들이 시청에 취재를 하러 간다는 말은 대개 비판기사를 쓰기 위한 것이고, 최종 확인을 위한 절차 때문이란 사실을 알아챘던 것이다. 그래서 상당수의 시청 공무원들은 <김해뉴스> 기자들이 찾으면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거나 "시간이 안 난다"며 취재를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소불위 김맹곤 시장 비판 기사 비판
특정 정당 홍보지라는 비아냥도 감수


■"감히 '김해의 왕'을 나무라다니"
<김해뉴스>는 창간 당시부터 김해시와 김맹곤 김해시장의 그릇된 점을 가감없이 비판했다. 때로는 3~4주 계속해서 김 시장에 대한 비판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싣기도 했다. 스트레이트 지면은 시정의 난맥상을 짚고 시민들의 불편함을 대변해주는 기사로 가득 찼다.

언론의 의무와 역할에 무지한 일부 사람들은 "왜 김해시를 비판하는 기사만 싣느냐"며 항의를 해 오기도 했다. 이들은 좋은 이야기만 쓸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은 나라의 왕이고, 김해시장은 김해의 왕이다. 감히 면전에서 왕을 비판하다니. 그러고서야 김해시의 광고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말도 스스럼없이 했다.

이 정도는 약과였다. 특정 정당 지지자들은 <김해뉴스>가 김 시장을 연이어 비판하자, "<김해뉴스>는 특정 정당의 홍보지"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조직적으로 헛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6·4지방선거 때는 비난의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김해뉴스>는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도 비판받아야 하고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비판받아야 하듯이, 김해시장도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정당은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과 홍 지사를 비판하는 신문들은 야당의 홍보지인가"라고 응수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창간 정신' 고수 한길
기사제보 등 잇따르며 "믿을 수 있다"


■"믿을 곳은 <김해뉴스> 뿐"
요즘에는 기사 제보와 보도자료 접수 건수가 폭주하고 있다. 최소한 하루에 1~2건씩은 각종 제보가 전화나 회사 이메일 등을 통해 접수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기자 당 많아야 하루 10~20통에 불과했던 이메일 접수 건수가 요즘에는 기자 당 80여 통으로 늘었다. 제보 전화를 한 독자에게 "왜 <김해뉴스>에 제보하셨나요"라고 물었더니, "<김해뉴스>는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 하면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더라. 그리고 기사가 나가면 빨리 해결 된다더라"고 대답했다.

한 여성은 의료사고를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해 왔다. <김해뉴스>는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고, 일은 잘 마무리 됐다. 이 여성이 고맙다고  인사전화를 해 왔을 때, "언론사들이 많이 있는데 왜 우리한테 전화했느냐"고 물었더니 "여러 신문사에 전화했었다. 하지만 아무도 취재를 하지 않았다. 그때 지인이 <김해뉴스>를 소개해줬다"고 대답했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거나 현장을 찾아가면 "얼마를 드려야 하나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럴 때면 졸지에 사이비 기자가 된 듯해 기분이 언짢아 진다. 취재를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는 그런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일 테지, 하면서도 불쾌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가 <김해뉴스> 기사를 본 당사자가 "이게 진짜 신문이군요" 하면서 감사 전화를 해오면 기분이 괜찮아 진다.

한 번은 <김해뉴스>에 인물을 소개하는 기사가 나가고 난 뒤, 같은 내용으로 취재를 하겠다는 한 잡지사가 있었다. 다른 언론에 난 기사를 대충 짜깁기한 뒤 잡지를 강매하는 잡지사였다. 취재원이 이런 사실을 전해왔을 때 답답했다. 한동안은 "신문이 나온 뒤 다른 곳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 올 수도 있다.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말고는 알아서 하실 일인데, 돈을 요구하거나 잡지를 떠안기면 무조건 거절하시라"는 조언을 해야 했다. 

김해뉴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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