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도와 광주시가 1994년 278억 원을 들여 서울 대방동에 만든 남도학숙에서 학생들이 아침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남도학숙
'김해학숙' 건립에 최대 100억 투입 예정
지역인재·학부모 부담 감소 긍정 효과
일부 학생에만 편중된 복지정책 비판도
다른 지역 운영 사례 등 면밀히 살펴야

지난달 22일 김해시는 서울지역 대학교에 진학하는 김해 출신 고교생들을 위해 서울에 '가야인 기숙사(가칭)'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숙사 건립에는 80억~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시비와 함께 성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일부 학부모와 학교 들은 기숙사 건립에 환영하고 있지만, 성적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치중된 지원이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울 지역 대학 진학자 증가 효과"

김해시가 서울에 김해 지역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이른바 '김해 학숙'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지역 인재와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서울에 진학하는 지역 학생들의 주거비용이 월 50만~60만 원에 이르는 등 학비, 생활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해마다 평균적으로 440명 정도의 김해 지역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다. 김해시의 기숙사 지원이 따른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시의 판단이다.
 
일부 학교, 교사, 학부모 들은 이에 대해 환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A고등학교 교장은 "서울에 진학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학생들 중에는 가정형편 때문에 가까운 부산의 대학교로 가는 학생들이 있다. 기숙사를 건립한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 자녀를 우선 지원해 자신의 꿈을 펼치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고등학교 3학년부장 교사는 "기숙사를 세우면 학생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연세대, 고려대에 갈 성적이 되지만 부산대에 가는 학생들이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해마다 15~20명이 서울로 진학한다. 시에서 기숙사를 운영하면 서울 진학 학생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유 모(45) 씨는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혜택을 줄 수는 없다. 일부 성적 우수 학생에게 지원을 주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 지역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이 열의를 갖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편적 교육 복지가 우선돼야"
'김해 학숙' 설립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학부모와 시민단체 들도 적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는 일부 학생들에게만 편중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학부모 김 모(46) 씨는 "이번에 수능을 친 아이가 지역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학생과 학부모 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울 기숙사를 만든다는 취지는 얼핏 보기에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 서울로 가는 학생은 많지 않다. 다들 똑같은 김해시민이고 학생들인데, 서울로 가는 학생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비판했다.
 

▲ 전남 화순에 있는 전남학숙의 학생축제 장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해시지부 신현승 대표는 "교육환경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지원이 편중된 정책인 것 같다. 보편적인 교육 복지가 필요하다. 서울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다시 김해로 돌아와 지역 사회에 그 실력과 재능을 환원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이 정책이 김해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해교육연대 윤남식 정책위원장은 "서울 지역 대학교 진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학교 동문이나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시에서 (세금으로) 추진한다는 데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시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은 공공성을 지녀야 한다. 서울 기숙사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지원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공공재를 사용할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해시의회의 한 의원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정책 때문에 나머지 학생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성적 우수자는 장학재단이나 학교에서 지원을 받도록 하고, 공적 분야에서는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해 발전을 위해서라면 다른 지역 학생들이 김해에 있는 대학에 오도록 지원하는 게 바른 일이다. 김해로 유학을 오는 학생들을 위해 지원한다면 김해 지역 대학의 발전을 이룸은 물론, 다른 지역 출신이지만 김해라는 이름을 갖고 김해를 위해 일할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다른 시도 사례
▲ 학숙 내 체육시설.
광주시와 전남도는 1994년 시·도비, 군비와 시·도민 17만 명의 성금 등 278억 원을 들여 서울에 남도학숙을 건립했다. 대방동에 있는 남도학숙은 대지 7천797㎡(약 2천300평)에 지상 11층, 지하 3층 규모의 건물을 갖추고 있다. 남학생 442명, 여학생 408명 등 모두 850명을 수용한다. 남도학숙은 시설이 좋고 비용이 저렴해 평균 경쟁률이 3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매년 예산 9억원 씩을 지원하고 있다. 또 2017년 개관을 목표로 제2 남도학숙을 추진 중이다. 총 480억 원을 들여 총 250실에 500명 수용 규모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다.
 
전남도는 이밖에 광주지역 대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전남 화순에 도립전남학숙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전남도민의 뜻을 모은 전남장학회가 총 공사비 100억 원을 들여 1999년 2월 완공했다. 도는 연간 예산 14억 원을 지원한다.
 
경북 경산에는 경북학숙이 있다. 경북장학회가 경북도민들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우수한 인재 육성을 위해 총 사업비 94억 원을 들여 1998년 개관했다. 학생들은 월 16만 원의 저렴한 생활비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방학 중에도 학숙을 사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원어민이 지도하는 영어특성화교육을 실시할 뿐만 아니라 영어 우수자에 대해서는 해외 어학연수, 농협장학금, 학숙장학금 등 각종 장학 혜택도 준다.
 
경남도는 1999년 경남학숙이라는 이름의 경남학생기숙사를 창원에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8천271㎡ 부지에 372명을 수용하는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이다. 월 부담금이 15만 원 정도여서 저렴해 학생들의 인기가 높다. 연간 6억 원 가량 예산을 도에서 지원한다.
 
한편 창원시는 지난해 서울에 이른바 '수도권 기숙사'를 짓겠다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올해 취임한 안상수 시장이 예산난을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해 보류된 상태다. 창원시는 당초 총 사업비 164억 원을 들여 건물을 매입한 뒤 수리를 해서 학생 350명 정도를 수용하는 총 200실 규모의 기숙사를 마련할 생각이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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